‘냄비받침’ 홍준표의 자기 홍보, 왜 공감 받지 못할까

[엔터미디어=정덕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KBS 예능 프로그램 <냄비받침>에 출연한 이유는 뭘까. 홍준표 대표는 그 이유를 특유의 직설화법으로 시작부터 풀어놓았다. 정치를 하며 “오해도 많고 일방적 보도도 많았기 때문에” 그 “온갖 부정적인 것들”에 대해 “스스럼없이 다 말하겠다”는 것. 그러면서 “젊은이들이 좋아하지 않는 당”이 된 자유한국당의 대표로서 “이 인터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즉 홍준표 대표는 <냄비받침>이라는 프로그램의 출연 의도로서 자신에게 그간 쏟아진 수많은 논란들을 해명하겠다는 것이고, 나아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젊은 세대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자기 홍보의 취지를 솔직하게 내놓은 점은 어떤 면에서 보면 속내를 숨기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지점이다.

하지만 그것은 홍준표 대표의 뜻이지 <냄비받침>이라는 프로그램의 본래 제작의도는 아닐 것이다. <냄비받침>은 이른바 ‘독립출판’을 기치로 내세워 1인 미디어로서 충분히 가치 있는 책 같은 방송을 추구한다. 정치인이라고 해도 홍준표 대표가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 다만 그가 출연해 나눈 인터뷰 대화들이 과연 가치 있는 책 같은 콘텐츠를 추구 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할 뿐.



물론 보수와 진보가 아닌 우파와 좌파로 봐야 한다는 것 같은 자신의 정치적 소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워낙 논란이 많았고 방송 역시 그 논란에 대한 이야기가 훨씬 더 집중력이 있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들이 방송의 대부분을 차지한 게 사실이다.

최근 벌어졌던 장화 논란에 대해서 홍준표 대표는 “장화를 벗고 신을 때 미끄럽다. 옆에서 잡아주는 게 왜 신겨주는 거냐. 미끄러질까봐 옆에서 날 잡아준 것”이라고 했고, ‘영감탱이’ 논란에 대해서는 40년 전 결혼 전 인사 하러 갔다가 장인어른이 한 “구름 잡는 놈이니 끊으라” 했던 일화를 얘기하면서 했던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사이가 안 좋았지만 돌아가시기 전 6개월 동안은 자신이 간병하고 묘소도 자신이 마련해 모셨다고도 했다.

‘돼지 발정제’ 논란에 대해서는 12년 전 자서전에 쓴 것이고 자신이 한 것도 아니고 “하숙집 사람 중 한 사람이 했는데 그걸 못 말렸다”는 이야기였다고 했다. 그리고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마약 고백을 ‘용기 있는 고백’이라고 한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자신의 고백이 부정적으로만 비판받는 것에 대한 토로였다.



‘이대 계집애’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과거 대학 1학년 시절 이대생과의 첫 미팅 때 이야기를 하다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 때 이대생이 출신고 얘기를 듣고 가버렸는데 2011년 때 그 얘기를 하면서 “이대 계집애가 못됐지?”라고 했던 것이고, “그때 기준으로는 못됐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당신들이 이 나라의 지도자”라고 했다는 것.

너무 많은 논란들이 있어서인지 거의 해명방송이 되다시피 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일단 그 해명들이 그가 해왔던 직설어법만큼 설득력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장화논란에 대해 ‘미끄러질까봐 장화를 잡아주었다’고 했고 영감탱이 논란에 대해 과거사를 들어 해명했지만 정치인이라면 그런 행위나 말 하나도 조심해야 하는 게 상식이 아닐까.



‘돼지발정제’니 ‘이대계집애’ 같은 발언들이 사석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그런 이야기와 표현 속에 담긴 그 사람의 인성을 보는 것이 지금의 대중들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서 어디서든 해서는 안 될 말이 아닐까 싶다. “일하기 싫으면 집에 가서 애나 보라” 같은 말이 무수한 육아 부모들에게 줄 상처와 모욕감을 떠올린다면 결코.

<냄비받침>이 사실상 홍준표 대표의 해명방송이 된 것이 이 프로그램의 본래 취지에서는 한참 멀어졌다는 점도 결과적으로 보면 이 방송에 대한 공감대가 크지 않았던 이유다. 최근 들어 정치인들의 방송 출연은 이제 거의 일반화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방송을 전유하는 걸 시청자들이 허용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시청자들에게 가치가 될 만한 정보를 줄 때 허용되는 것일 뿐이다. 정치인들이 출연해 자기 홍보나 해명을 하는 것을 시청자들은 그가 누구라도 원하지 않는다는 걸 <냄비받침>은 인지할 필요가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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