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사극보다 더 강력한 힘 발휘하는 장르물 전성시대

[엔터미디어=정덕현] 최근 드라마 트렌드를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눈에 띈다. 월화극에서 단연 두각을 나타내는 SBS <조작>과 생각만큼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는 MBC 사극 <왕은 사랑한다>만을 두고 봐도 확실히 드라마 시청자들이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과거 사극은 시청률 보증수표라고 불릴 정도로 모든 드라마들 중 단연 극성이 강한 면면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공식은 바뀌고 있다. <왕은 사랑한다> 같은 사극보다 <조작> 같은 장르물이 더 주목받고 있는 것.

사극의 힘이 빠졌다는 걸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는 수목극으로 편성된 KBS <7일의 왕비>의 부진이다. 물론 <왕은 사랑한다>나 <7일의 왕비>의 부진이 전적으로 사극의 하락세를 이야기하는 사례로만 지목할 수는 없다. 드라마 내적인 완성도 같은 것들이 이들 사극의 부진을 만든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극이 이렇게 한 자릿수 시청률로 고전한다는 건 적어도 사극이라고 하면 일단은 시선을 던져주던 시청자들의 성향이 달라졌다는 걸 의미한다.



사극 대신 장르물이 전반적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는 tvN이 새롭게 수목의 시간대에 편성한 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에 대한 관심이다. 사실 워낙 원작 미드가 갖고 있는 무게감이 있어 생각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tvN 수목드라마라는 새로운 편성시간대에 들어와 그 첫 회에만 4% 시청률을 넘어섰다는 건 장르물에 대한 남다른 시청자들의 관심을 보여주는 일이다.

금토 편성에서 토일 편성으로 바꾼 자리에 처음으로 들어간 tvN <비밀의 숲> 역시 5% 시청률을 넘기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작품의 체감은 시청률보다는 화제성에서 압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멜로 같은 상투적 코드 하나 없이 온전히 검찰 내의 비리를 파헤치는 그 과정을 담는 것만으로도 이만한 집중과 몰입을 만들어냈다는 점은 시청자들이 이 작품을 <시그널>에 버금가는 작품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최근 8%가 넘는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JTBC 드라마의 위상을 높이고 있는 <품위 있는 그녀> 역시 장르물적인 속성을 갖고 있다. 강남 부유층들의 속물적인 삶을 들여다본다는 그 시점이 주는 불편함과 통쾌함이 공존하는 이 작품은 우리가 드라마에서 늘상 봐오던 멜로나 가족드라마 같은 틀을 모두 깨뜨린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멜로물들 역시 타임리프 같은 장르적 장치를 덧붙여 흥미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더해지고 있다. SBS <다시 만난 세계>는 12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다시 만난 이들과의 사랑과 우정을 담고 있지만, 이러한 타임리프 이면에는 살인사건에 대한 추리적 요소와 미스터리가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스며들어 있다.

최근 몇 년 간 드라마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해 왔다. 한때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되던 본격 장르물이 이제는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드라마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조작>이나 <비밀의 숲>처럼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을 담는 스릴러 장르물은 사회적 정의를 희구하는 대중들의 정서와 맞물려 그 어떤 사극이나 멜로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이른바 장르물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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