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로 보긴 하지만...‘무도’에 도전이 안 보인다

[엔터미디어=정덕현] 한두 번 그다지 효과가 없는 기획이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게 연달아 반복된다는 건 어딘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지금 현재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상황이 그렇다. 워낙 팬덤이 공고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의리로 보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지만, 갑자기 최근 몇 주 동안 찾기 힘들었던 도전의 양상은 팬들조차 문제제기를 하게 만들었다.

‘썸머 페스티벌’ 특집은 신촌 물총축제, 고창 수박축제, 프랑스 디네앙블랑, 보령 머드축제, 대구 치맥파티, 뮤직페스티벌 그리고 한강 불꽃축제를 아이템으로 가져와 게임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었다. 국내에도 부쩍 많아진 축제를 소재로 한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그저 재연하는 수준으로 너무 가볍게 건드린 건 <무한도전>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여러 축제를 겉핥기식으로 담다보니 재미도 그다지 별로 없었고 그렇다고 의미를 찾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축제라는 새로운 아이템에 맞는 새로운 도전 형식이 없었다. 늘 상 해오던 대로 게스트로 홍진경과 김신영을 초빙해 어디선가 한번쯤 봤던 대결을 하는 정도였으니 말이다. 사실 신촌 물총축제라고는 해도 여의도 MBC에서 벌인 물총싸움은 마치 SBS <런닝맨>에서 했던 아이템 중 하나를 보는 것처럼 신선함이 없었다.

아마도 이 아이템이 생각만큼 재미가 없었다는 건 제작진도 인지했을 것이다. 그래서 몇몇 축제를 재연한 게임은 대거 편집되어 버렸다. 이를테면 고창 수박축제를 재연하기 위해 수박을 가져와 깨뜨리는 장면이 슬쩍 나왔지만 너무 편집이 많이 되어서 시청자들에게 그 축제의 특징 같은 건 전혀 기억에 남기가 어려웠다. 이건 다른 축제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기억에 남는 장면은 김신영이 싸이 춤을 흉내 내는 커버 댄스 장면이나, 게임의 벌칙으로 보여진 머드나 얼음물에 빠지는 장면들 정도였다. 커버 댄스 대결마저도 김신영이 춤을 잘 카피해낸다는 것 그 이상의 재미를 찾기는 어려웠다. ‘효리와 함께 춤을’ 특집을 통해 늘 해오던 춤을 반복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유재석도 박명수도 정준하도 늘 봐오던 그 춤을 반복하는 수준이었다. 존재감이 별로 드러나지 않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고 보면 ‘미래 예능 연구소’ 특집에서부터 출연자들의 가족 출연이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던 ‘무한뉴스’ 특집 역시 그간의 <무한도전>과 비교해보면 어딘지 색깔이 달라진 느낌이 있었고, 이효리와 김수현에 기댄 아이템이나 ‘진짜사나이’를 다시 보는 것만 같았던 군대 체험도 고생은 했지만 <무한도전>만의 특징을 보여주는 데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물론 이런 일시적인 침체를 두고 위기라고 말하는 건 섣부른 면이 있지만 그래도 심상찮은 징후로 이 상황을 보게 만드는 건 <무한도전> 특유의 도전의식마저 최근 들어 많이 희석된 느낌 때문이다. 이것은 근본적으로는 기획 자체가 안이한 데서 생겨난 일이다. 그것은 제작진의 문제일까, 아니면 이제는 다 커버려 더 이상 도전이 버거워져버린 출연자들의 문제일까. 어느 쪽이든 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청자들은 여전히 더 오래도록 <무한도전>의 도전이 보고 싶으니 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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