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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대박의 기폭제가 된 나영석 특유의 휴머니즘
기사입력 :[ 2017-07-30 13:40 ]


‘알쓸신잡’이 대성공을 거둔 두 가지 핵심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알쓸신잡>은 좋은 프로그램이다. 주제도 착하고 기획은 참신하며 단시간에 충성도 높은 시청자를 끌어 모았다. 매회 호평일색이다. 물론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던 <윤식당> 수준의 신드롬은 아니지만 비예능인 출신의 중년 남성들만으로 케이블에서 평균 6% 성적을 꾸준히 기록했다는 것은 뭐라 다른 말로 주석을 달 수 없는 대성공이다. 그래서 <알쓸신잡>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면, 칭찬의 대열에 슬쩍 합류하거나 마음먹고 삐딱해지는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 이런저런 평가를 더 하기보다 <알쓸신잡>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가장 핵심적인 부분, 가장 눈에 띄는 두 가징 특징을 짚어보려 한다.

인문예능이란 말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인문학이 예능과 결합한 지 꽤 되었다. 설민석 신드롬은 케이블과 공중파를 넘나들었고, 한때 자기계발 강사들은 ‘멘토’라는 이름으로 방송가에서 모신 적도 있다. 그런데 인문학적 콘텐츠는 그 붐의 크기와 영향력에 비해 다양하지 못했다. 역사와 여행을 결합하든, 주말 버라이어티에 데려오든 실험은 말 그대로 실험이나 일회성 이벤트로 끝났다. 결국 일방향의 주입식 강의 이외의 콘셉트로는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데 <알쓸신잡>은 한층 더 발전된 개량법으로 내놓은 교배종이다. 나영석 사단의 숨결이라 할 수 있는 여행예능과 ‘함께 먹는 밥’으로 정의할 수 있는 슬로우라이프 정서에 인문학을 매우 가볍게 수다라는 형식으로 얹었다. 최고 인기 팟케스트이자 베스트셀러인 <지대넓얕(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레퍼런스로 삼지만 단순한 토크쇼가 아니라 한 달 여 동안 통영, 순천, 보성, 강릉, 경주, 공주, 부여, 세종, 춘천, 전주 등 전국 10개 도시를 다니며 순천 병어, 춘천 닭갈비와 막국수, 경주 황남빵 등 각 지역의 맛을 탐닉했다. 즉, 여행과 함께하는 밥상이란 나영석 사단의 문법을 기본틀로 삼아 인문학을 끌어안았다.

이는 새로운 그림과 콘텐츠를 만들어냈다. 덕분에 인문학적 지식에 지역과 역사와 문화라는 스토리텔링을 가미할 여지가 생겼다. 또한 어떤 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강의가 아니라 바로 또 다른 주제로 굉장히 빠른 호흡으로 흘러가는 수다의 흐름은 시청자들이 그들의 문답과 대화과정을 지켜보면서 함께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즉, 수동적인 지식 전달과 가르침이 아니라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 지식 습득의 쾌감을 선사했다. <알쓸신잡>에 나온 이야기들이 보다 특별하고 더욱 와 닿는 이유다. 인문예능이 내딛은 또 한 번의 새로운 발걸음이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이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에서 일부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40~50대 중년 남자들 새롭게 조명했다는 데 있다. 단 한 명의 여성 출연자도 등장하지 않지만 방영 중인 그 어떤 예능보다 젠더 감성이 충만했다. 중년의 선생님 소리를 듣는, 자기 분야에서 한 가닥씩 하는 아저씨들이 모여서 술과 밥을 먹으며 끊임없이 떠드는데 말이다.

이들의 수다는 중년 남성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여성들에게도 호감을 샀다. 김영하 작가가 박경리 작가를 여류작가라고 부르는 표현이 멸칭인 이유를 꼬집어 말하면서 생활과 인식 속에 깊게 배어 있는 남녀차별을 공론화했다. 신사임당과 허난설헌에 관한 이야기는 주제 자체가 여성 인권이었다. 현재까지 우리가 바라보도록 교육받은 시선에 대한 문제제기를 시작으로 오늘날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는 남녀차별의 문제에 대한 견해를 전했다.



방송가에서 가장 유리천장이 높은 분야가 예능이다. 남녀 차별적 개그코드가 일상화되어 있는 곳에서 우리 현실에서 가장 이런 감성에 무감각한 중년 아재들이 꼰대의 면모를 내려놓고 나누는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이야기들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것은 물론이고 이미 이들의 수다에 푹 빠져 있는 동년배들에게 귀감이 될 만했다. 권위를 내세우지 않음에도 귀를 기울이게 하는 오늘날 버전의 가르침은 지금까지 알려진 스테레오 타입화된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즉 중년 아재들의 역습이었다.

<알쓸신잡>이 다음 시즌을 기약할 만큼 대성공을 거둔 데에는 시대적 현상, 유시민 등의 호감도 높은 인물 캐스팅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인문학적 콘텐츠, 젠트리피케이션처럼 명확한 해답이 없는 민감한 내용마저도 시청자들이 한번 생각해볼 수 있도록 꺼내놓았다는 점이 핵심이다. 무언가 너를 위해 알려주는 게 아니라 함께, 우리 사회를 둘러보면서 나눈 이야기라서 귀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진보적인 젠더 감성과 나영석 사단 특유의 휴머니즘은 이를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아니 매력적으로 전달하도록 배양한 비옥한 토양이라 할 수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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