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김독에게 드리워진 여혐과 갑질의 그림자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김기덕 감독이 한 여배우에게 피소됐다. 이 여배우가 그를 고소한 이유는 촬영장에서의 폭행과 강요 혐의 때문이다. 2013년 영화 <뫼비우스>의 당초 주연을 맡았던 그녀는 촬영장에서 “감정이입에 필요하다”며 뺨을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또 애초 대본에는 없던 베드신을 강요받았다고도 했다. 결국 그녀는 영화 출연을 포기했고 그 역할은 다른 배우에게 넘어갔다.

그녀의 이런 주장에 대해 김기덕 감독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뺨을 때린 건 맞지만 폭행 장면 연기지도를 하려 했던 것”이라고 했고, “시나리오에 없는 베드신을 강요한 일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김기덕 감독 측의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연기지도를 위해 폭행을 했다는 말은 제 아무리 작품을 위해서라고 해도 전혀 상식적으로 와 닿지 않는 해명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작품을 위해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것이 모두 정당화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연기라는 것이 어느 정도의 몰입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적 행위가 허용될 수는 없는 일이다.

김기덕 감독 측의 해명에도 오히려 공분이 더 커지는 이유는 이 사안이 지금 우리 사회에 중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두 가지 사안을 건드리고 있어서다. 그것은 이른바 ‘갑질’과 ‘여혐’이다. 감독과 배우의 관계가 수평적인 직능적 관계가 아니라 수직적인 갑을관계로 형성되어 온 것은 영화계가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여전히 남아있는 구 세대적 유물이다. 이런 비뚤어진 권력 관계는 갑질의 문제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오너 리스크’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최근 불거진 기업의 갑질 행태에 대한 공분은 이 문제에 대해 지금의 대중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가를 보여준다. 힘 있는 자들의 갑질 앞에 그저 생존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참아왔던 을들이 이제 연대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김기덕 감독의 사안이 더 첨예하게 다가오는 건 바로 이러한 갑질의 프레임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대상이 여배우라는 점과 ‘베드신’ 같은 성적인 문제가 겹쳐져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뜨거운 감자로 등장한 ‘여혐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작품세계와 실제를 혼동해서는 안 되겠지만, 김기덕 감독의 영화 속에서 자주 여혐의 이미지를 읽어낸 관객들에게는 이번 사안과 그 이미지가 겹쳐져 보일 수밖에 없다.

김기덕 감독은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해외에서도 이미 이름이 난 감독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게 현재 던져진 이번 사태가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는 않다. 모든 것이 작품을 위해서였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행과 강요는 어떤 상황에서도 납득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배우의 길까지 포기하게 된 여배우. 그녀가 받은 육체적, 정신적 상처를 배우로서 당연히 견뎌내지 못한 그녀의 잘못이라고 그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김기덕 필름,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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