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가장 독특한 여행 예능의 시작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올해 나온 여행 예능 중 가장 특이한 프로그램이다. 외국 출신 방송인의 초대를 받은 고향 친구들이 낯선 한국을 방문해 여행하는 리얼리티 예능으로, 알베르토 몬디의 이탈리아 친구들이 출연한 파일럿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한 달 여 만에 전격 정규 편성됐다.

한마디로 <비정상회담>의 스핀오프 예능인 <내 친구 집은 어디인가?>를 거꾸로 뒤집은 콘셉트에 국내 여행(아직까지는 서울)을 더한 꼴이다. 이렇게 익숙했던 상황을 180도 돌려놓으면서 나오는 시각과 전혀 우리 문화를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우리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신선함, 일상 공간을 색다르게 바라보게 만드는 새로운 경험이 재미를 선사했다.

정규편성 첫 번째 주자는 멕시코에서 온 크리스티안의 친척과 친구인 크리스토퍼, 파블로, 안드레이다. 이들은 멕시칸 특유의 긍정적 마인드로 서울 여행에 대한 아무런 준비 없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심지어 한 명은 비행기를 놓쳤다!). 유일하게 미리 예약해둔 숙소마저도 홍대 근처에 머물고 싶다면서 당산에다 잡았을 정도로 서울에 대한 공부나 사전지식은 전무했다.



그렇다보니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서울 여행과는 다른 전개가 이어졌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첫 행선지로 삼고, 첫 끼를 홈플러스 푸드코트에서 피자로 해결했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일반적인 외국인 관광객들의 코스라든가, 우리가 기대하는 관광지로서의 서울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잿빛 도시의 황량함과 동네의 분주함이 교차하는 당산역의 풍경부터, 벤딩머신, 교통카드 사용법, 현관문 터치, 음식물 쓰레기봉투와 분리수거 등 정말 일상적인 것부터, 새삼 느끼는 조계사의 아름다움까지 그동안 당연시했던 일상이 이 삼총사의 좌충우돌을 통해 새롭게 다가왔다.

그 덕분에 촬영일정상 짧게 체류하다 떠나다보니 결국 회차가 거듭될수록 비슷비슷한 관광 체험이 반복되었던 파일럿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했다. 숙소에 머물며 노래를 틀고 춤을 추며 함께 보내는 시간이 보통의 여행객들에 비해 많은 편인데, 이런 그들의 스타일이 관광지에서 마주치는 자연발생적인 에피소드의 한계를 어느 정도 상쇄하고, 한국 체험을 위한 작위적인 설정이 남발하지 않는 기회가 됐다. 한국 사랑보다는 조심스럽게 알아가고 호감을 갖는 모습, 셋이 하나로 뭉치는 모습에서 함께하는 스토리텔링이 빛을 발했다.



크리스티안을 자꾸만 부끄럽게 만든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는 오지랖과 반말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인사를 던지는 쾌활함이 가득한 친구들의 여행은 그 자체로도 흥미로웠다. 스튜디오 MC들의 입담과 리액션은 신아영 아나운서의 마음을 사로잡은 귀여운 파블로, 오지랖이 대단한 안드레이, 상남자이고 싶은 크리스토퍼 등 단시간에 각자의 캐릭터를 잡아주고서는 그들의 여행을 따라가게 만든다.

서울을 다르게 보는 재미와 함께 이들의 여행에 동참하고 싶게 만드는 정서적 연결고인 셈이다. 광장시장에 들러 일생의 모험담으로 남을 산낙지를 체험하고, 고통을 참을 줄 아는 상남자라고 큰소리치면서 매운 어묵 소스, 매운 떡볶이, 매운 맛 햄 등에 맥을 못 추면서도 도전하는 멕시코 친구들은 꽤나 사랑스럽다. 또한, 한국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크리스티안을 위해 크리스토퍼는 부모님의 영상 메시지를 찍어왔고, 방송인으로 활동하며 그간 화려하고 쾌활한 모습을 보여온 23살의 어린 청년 크리스티안은 작은 화면 속 부모님을 들여다보며 그간의 힘들었던 시간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을 흘렸다. 이런 그를 친구들은 다정하게 위로하는 감성적인 접근도 있었다.



파일럿과 비교하자면, 서울을 낯설게 보는 맛은 떨어졌다. 어딘가 떠나지 않고서도, 외국인이 되어 여행하는 기분은 그때만큼 들지 않는다. 그런데 문제될 것은 없다. 어차피 그런 신선한 지점은 곧 익숙해질 부분이었다. 그 대신 외국인들의 눈에 가장 흥미로운 관광지가 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처럼 외국인 친구들의 눈으로 보는 세상과 스튜디오 MC들로 대표되는 우리가 흥이 많은 멕시코 친구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묘하게 교차하는 지점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세 친구의 서울 여행을 보면서 우리 일상을 다르게 만나는 것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마찬가지로 낯선 나라인 멕시코의 문화와 사람들의 생활상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들의 의상, 노래와 춤을 사랑하는 문화 등을 우리도 알아가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가족에 대한 정과 우정처럼 함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공감대가 있다. 촬영지는 한국이지만, 한국을 알아가고 사랑하는 외국인이 등장하는 예능이 아니다. 우리를 돌아보는 동시에 또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갖게 한다. 거창하게 말하면 세계시민 교육 차원에서도 재미와 가치가 있는 색다른 여행 예능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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