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나영석PD·이서진, 우리 시대의 아이콘이 분명하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쯤 되면 나영석 사단과 이서진은 훗날 2010년대 후반하면 떠오르는 일상이자 시대적 배경이라고 해야 될 듯하다. <삼시세끼>의 새로운 시리즈 바다목장 편은 첫 회부터 시청률 10%를 넘겼다. 게스트로 등장한 한지민은 금요일 밤의 왕좌를 다시 차지한 <나 혼자 산다>에도 동시에 얼굴을 내비치면서 지난 주말 최고의 스타로 등극했다. 올봄, 발리에서 보내온 꿈같은 이야기에 이어 득량도에서 보내온 나영석 사단의 판타지 생활 예능을 시청자들은 높은 기대 속에 반갑게 맞이했다.

지난 10여 년간 토요일 6시대가 당시 청춘들과 시대정신을 함께하는 송가와 같았다면, 이제 2010년대 중후반부터 그 역할은 금요일 밤 나영석 사단의 시간대로 넘어왔다. 게다가 더 다양한 세대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한 시대의 예능 아이콘 자리를 넘겨받았다고 할 만한다. 지금까지 <신혼일기>를 제외한 모든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이 많은 기대 속에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가장 결이 다른 <신서유기> 시리즈마저 시즌을 거듭하며 시청률과 화제성이 수직상승했다. 그런 와중에 흥행 성적이 가장 좋은 <삼시세끼> 시리즈가 다시 그 바통을 이어 받았으니 사실 예측된 흥행이다.



<삼시세끼>와 나영석 사단의 프로그램이 이 시대의 대중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은 울타리와 쉼의 판타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밥을 해먹고 정해진 몇 가지 일거리를 하는 것, 이번처럼 게스트를 맞이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줄거리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기분 좋은 사람들끼리 함께 밥을 해먹는 가족적 정서를 밑바탕으로 삼고, 산양 목장 콘셉트나 제비둥지처럼 자연친화적인 슬로라이프를 아기자기한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내며 시청자들의 마음에 여유와 감성, 그리고 판타지를 심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이유, <섬총사><시골경찰> 등 다른 슬로라이프 예능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이서진의 존재다. 나영석과 함께하는 이서진은 현존하는 예능 최고의 콤비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캐미스트리가 출연진간의 캐미스트리보다 더 중요시된 현 추세를 이끈 선구자이면서, 시간이 지나도 매력이 반감되지 않는 독보적인 인물이다. 만사가 귀찮고 비난에 능하며, 방송적인 그 어떤 행위나 감정, 따뜻함에 굉장히 심한 반발심이 있지만 속정 깊고 어른을 모실 줄 아는 도련님이란 희대의 예능 캐릭터 이서진이 중심을 잡고 재미를 이끈다.



이서진은 설명하기 어려운 독특한 인물인데, 일을 잘 안 해서 그렇지 설거지, 채소 다듬기, 디저트 제조, 아궁이나 그늘막 설치에 능한 핸디맨이자 운전, 영업, 어학 능력도 탁월한 남자다. 그런데 <윤식당>에서 실무를 맡아 고생하고 돌아와서인지 득량도에서는 예의 흥정과 지시로 일관하는 한결같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물론, 아궁이도 척척 만들고 배를 직접 운전하면서 존재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거기에다가 1회부터 한지민을 게스트를 불러서 늘 보던 이서진의 모습과 동생들과의 관계에 새로운 결을 만들어냈다. 보자마자 많이 늙었다는 둥 이런저런 막말로 응대하긴 했지만 반가운 손님 앞에서 이서진은 어쩔 수 없이 몸을 움직이면서 에릭, 윤균상과 함께 있을 때와는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한지민은 이서진이 왜 자기를 친한 연예인으로 꼽았는지 모르겠다는 의문부터, 과거 <이산> 촬영 당시 대본을 외우며 연습하고 있으면 대충하라고 방해하면서 정작 본인은 완벽하게 해냈던 일화 등을 공개해 이서진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에릭이 평상에 누워 지켜보는 가운데 직접 요리를 하도록 나서게 만들었다. 이런 색다른 장면과 관계는 이서진을 또 다른 재미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나영석 사단도 그렇고 그 간판인 이서진 모두 변함이 없다.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지고, 반복되면서 지겨워질 법도 한데 늘 반가운 존재로 돌아온다. <삼시세끼>만 해도 벌써 4년째다. 이제 슬로라이프, 가족주의 등의 정서적인 콘텐츠가 주는 위로만으로 이들의 성공을 평가하기엔 뭔가 부족하다. 이서진이라면 굉장히 낯간지러워 하겠지만 나영석 사단이 내놓는 프로그램과 이서진에 대한 기대와 기다림의 이유는 오늘날 우리 세대의 판타지이자 아이콘의 자리에 올라선 관성의 힘이라 말하기 충분하다. 늘 변함없는 모습으로 대중에게 다가온 이서진과 불패의 신화를 쓰고 있는 나영석 사단은 이제 우리 세대에게 또 하나의 일상이 된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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