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리 “우승 후 어머니가 잠옷입고 춤춰보라고…”[인터뷰]

[엔터미디어=정석희의 지금 만나러 갑니다] 새로 바뀐 KBS2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 명곡2: 전설을 노래하다' (이하 '불후2')에서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파죽의 4연승으로 1위를 차지한 가수, 알리를 만났다. 아직은 낯선 이름이지만 '불후2'로 힘찬 비상을 시작한 그녀의, 음악과 삶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들이 궁금했다.
(인터뷰 정석희 칼럼니스트)

Q: 우승을 한 감격의 순간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겠네요.

알리: 더 없이 감사하죠. 순서로 봐서, 그리고 다른 분들의 실력을 봐서도 제 공연이 충분히 잊힐 법도 했는데 일단 운이 좋았지 싶고 곡도 잘 받은 것 같아요. 가사를 보니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딱 지금의 제 상황이더라고요. 그래서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읽고 또 읽으며 열심히 연구하고 준비했어요. 곡 해석은 물론 하다못해 눈처럼 하얗게 입을까? 아니면 표범 분장을 할까? 생각이 많았죠. 내친 김에 뮤지컬 ‘캣츠’ 느낌으로 가면 어떨까 고려해봤는데 그건 또 너무 나아간 것 같더라고요. 처음 생각했던 건 랩이에요. 그런데 만에 하나라도 가벼운 느낌이 나면 안 되겠기에, 그래서 내레이션을 넣고 묵직한 느낌의 아르헨티나 탱고로 편곡을 바꿨어요. 아쉬움이 남았던 건 전설이신 김희갑, 양인자 선생님께 꼭 곡을 받고 싶었는데 너무 떨려서 그 말을 못한 거예요. 아버지께서 즐겨 부르시는 노래가 그 분들 작품, ‘향수’거든요. 우승했다고 어머님이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저보고 잠옷 바람으로 춤춰보라고도 하셨는걸요?(웃음)

Q: ‘불후2’도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처럼 출연자들이 사전에 이런저런 음악적 조율이라든지 이런저런 요청이 가능한가요?

알리: 네, 특히 이번에 홍경민 선배님이 올 밴드와 함께 오시면서 ‘불후2’가 훨씬 전문적인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저도 그 덕분에 여러모로 많이 배우고 있어요. 하지만 리허설 때 간혹 사소한 실수들이 들리더라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티를 내면 흐름이 깨져버리거든요. 저는 음악을 록밴드 ‘스키조’의 코러스로 시작했어요. 그 후 빅마마, 휘성, 거미 등 주로 YG-엠보트쪽 가수들의 코러스를 주로 맡았는데요. 재즈 보컬로 활동하고 싶어서 누보두(nouveau deux) 앨범에서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을 개사해서 부르기도 했고요. 그러다 2005년 초에 단국대학교 실용음악과 선배인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성훈 씨에게 ‘리쌍’을 소개받으면서 대중음악과 처음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어서 ‘무브먼트’와 인연이 닿게 되고 솔로 활동을 하면서 더 많은 뮤지션들을 알게 된 거예요.

Q: 제가 지난 번 ‘보컬리스트 특집’ 때 현장에 있었어요. 인지도가 높은 가수들을 판정단이 선택할 줄 알았는데 정작 현장 분위기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새로운 얼굴일지라도 감동을 주는 노래를 선택하더군요. 뮤지션들이야 이미 알리 씨의 실력을 잘 알고 있었겠지만 일반 대중들은 알리 씨가 낯설었을 텐데 의외로 객석 반응이 뜨거워 놀랐습니다.

알리: 어렸을 때 판소리를 배웠어요. 어머니께서 취미생활로 문화센터 판소리 교실에 다니시면서 저를 같이 데리고 다니셨죠. 그런데 어느 날 선생님께서 “소리 한 번 해 봐라” 하시는 거예요. 그 후 몇 년간 판소리를 배웠는데 그 경험이 제 노래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판소리가 기초가 되어 중학교 때에는 사물놀이도 해봤고 어려서부터 배운 바이올린으로 고등학교 때는 관현악부 반장도 하며 음악의 끈을 놓지 않았었죠. 또 행운인 건 당시 문화부 기자이셨던 아버지 덕에 오페라나 뮤지컬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는 거예요. 그래도 제가 음악 하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어요.



Q: 처음 알리 씨를 봤던 건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김진표 씨와 함께 ‘아직 못 다한 이야기’를 불렀을 때에요. 본래 피쳐링 했던 BMK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더군요. 그래서 검색을 해 봤는데 정보가 통 없는 거예요. ‘365일’ 뮤직비디오뿐이었어요. 그때는 지금과는 달리 집시 같은 느낌이 있었죠? 그런데 올해 초 음악 순위 프로그램에 나왔을 적엔 스타일이 완전히 바뀌었더라고요.

알리: 저요? 제가 원래 팔색조예요. (웃음) 다양성……. 음악마다 제 스타일도 다양하게 변하듯이 다양한 장르에 제 보컬이 실리는 게 목표입니다.

Q: 팔색조의 원천은 역시 부모님인가요?

알리: 오페라와 뮤지컬을 자주 접하는 사이 배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다양한 삶을 살고 싶어서죠. 그런데 노래를 시작하고 보니 잘 표현할 수만 있다면 노래로도 그게 가능하겠더라고요. 초등학교 6학년 때 동생과 단둘이서 2주 동안 유럽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요, 그 때의 이미지도 음악을 들으면 생생히 되살아나곤 해요. 옷, 미술, 전시를 다 좋아 하듯이 음악도 록, 힙합, 재즈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좋아합니다. 제 첫 인상이 자유분방한 느낌인 모양인데요. 그런데 저는 사실 일탈은 하지 않아요. 테두리가 있기는 합니다. 그런데 그 테두리의 스펙트럼이 넓은 거죠. 앞으로도 음악은 다양하게 접근 할 예정이에요. 평생 할 거니까요. 우리 전통의 민속음악으로 갈 수도 있어요. 요즘 회사 분들이 제3 세계 음악을 하라고 하기도 해요.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이 <마지막 황제> OST를 작곡한 류이치 사카모토거든요? 대중음악은 젊을 때 제 인생의 일부분이에요.

Q: 예능 프로그램 첫 고정이라서 떨릴 법도 한데, 무대 위에서 MC 신동엽 씨와 주거니 받거니 얘기를 잘 하시던 걸요. 대학에서 강의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알리: 평소에는 말이 없는 편인데 강의를 하며 다소 말이 늘었다고 할 수 있겠죠. 부끄럽지만 백제대, 호원대, 서울종합예술학교, 이 세 곳에 실용음악과 보컬 전공으로 출강하고 있는데요. 아직 나이가 어려 학생들과 서로 배워가는 중입니다. 예능은 아직 저에겐 숙제에요. 라디오를 하기는 했는데 주로 진지하게 듣는 편이지 말을 치고 나가는 건 못하겠더라고요. 어쨌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웃음) 알려 진다는 것은 그냥 사람들에게 익숙해질 뿐이라는 생각이에요. 인기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점들을 염두에 두기 시작하면 음악하기 어려워져요.



Q: 그런데 예명이 참 특이해요. 장난스럽기도 하고요.

알리: 처음에는 타이슨……. 아니 ‘타이순’ 이었어요. 정말로 ‘타이순’으로 불리다가‘ 리쌍’의 개리 씨가 “여자 애니까 알리라고 하향조정 해주자”해서 알리가 되었지요.(웃음) 실은 본명이 조용진이에요. 남자 이름 같아서 예명만이라도 여성스럽게 하고 싶었거든요. 코러스를 할 때는 계속 상상을 했어요. ‘저분들은 저렇게 하지만 나라면 어떻게 할까?’같은 거죠. 막상 솔로로 활동을 해보니까 노래에서 배어 나오는 느낌은 가수마다 아예 다르더라고요. 비교할 수 없는 거죠. 어렸을 때는 그룹 H.O.T를 좋아 했어요. 장우혁을 따라다녔죠.(웃음) 아이돌 음악은 지금도 좋아하고요, 제일 좋아하는 가수는 김창완 선배님이세요. 음악에 있어 자유로운 분이시니까.

Q: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하고 싶나요? 나름의 목표가 있을 것 같은데요.

알리: 뮤지컬 ‘서편제’를 하고 싶어요. 늘 소리가 나의 뿌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도전을 해보고 싶은 거죠. 세계적으로 한국을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해요. 지금의 제 나이로는 부담스러운 마인드일 수 있는데 국위선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버려지지 않는 거예요. 음, 또 공부하러 뉴욕이나 영국에 가보고 싶어요. 다른 생각도 보고 듣고 재즈의 색 또한 내고 싶어서죠. 지금 피아노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결국에는 가슴에 와 닿게 치는 게 가장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은 공부로 되는 게 아니라 삶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노래, 춤, 연기, 미술 다 해보고 싶어요. 연극도 하고 싶고요. 많이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혹시 아닌 것 같다 싶으면 따끔하게 말씀 해 주세요.

epilogue
우승 소감을 묻는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생각났어요. 믿어주셔서. 저는 예쁘지도 않고,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잖아요.”라며 눈물을 보인 알리. 예쁘지 않다고? 그러나 실제로 만나본 알리는 예쁘고 순수하며, 솔직하고 단정한, 그리고 내실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준비된 인재였다. 판소리부터 시작해 코러스에다 피쳐링까지, 차근차근 준비한 끝에 드디어 눈부시게 빛을 발하기 시작한 알리. 그녀의 첫 우승에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entermedia.co.kr

정리=최정은 기자
사진=정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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