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 고민에 대한 공감, ‘한끼줍쇼’가 세상을 바꾸는 법

[엔터미디어=정덕현] JTBC 예능 프로그램 <한끼줍쇼>가 찾은 구기동의 어느 작은 집. 이경규와 염정아에게 고맙게도 선뜻 문을 열어준 양지선 씨는 급히 콩국수 라면을 끓이고 만두를 데웠다. 그 사이 아기가 울고 호기심 많고 힘도 넘치는 아이는 끝없이 말을 건넸다. 그 짧은 시간에도 양지선 씨의 육아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두 아이의 엄마인 염정아는 그녀와 그 육아의 힘겨움에 대한 공감을 나눴다. 전업주부를 할 것인가 아니면 직장생활을 할 것인가 하는 선택을 한다면 무얼 고를 것이냐는 이경규의 질문에 염정아는 서슴없이 직장생활이라고 말했다.

이경규가 무슨 일을 하냐는 질문에 양지선 씨는 “전업주부”라고 말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전업주부였던 건 아니었다. 결혼을 하고 두 달 만에 전업주부가 됐다는 그녀는 디자인 관련 일을 했었고, 해당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다고도 했다.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지만, 아이를 키워놓고 나면 다시 할 거냐는 염정아의 질문에 “다시 공부를 할까 생각하고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수학강사인 남편은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받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고 집안일도 잘 도와준다는 남편이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누구나 다 겪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이 관찰카메라에 담긴 풍경은 우리네 현실에서 육아가 그 부모들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그대로 보여줬다. 여성의 경우 육아를 전담하면서 경력은 단절되기 일쑤고 남성 역시 일 때문에 아이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현실.

강호동과 박혁권이 찾은 집은 기막히게도 박혁권이 한두 번 사석에 만난 적이 있는 연극배우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이 피트니스 센터를 운영하고 뮤지컬 준비 하느라 바쁜 와중에, 역시 연극배우였던 양서빈 씨는 육아 때문에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육아를 대부분 여성들이 전담하는 경우가 많아 여배우들이 공연을 포기하는 일이 많다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남편은 육아를 많이 도와주고 지지하는 편이라 자신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이 가정에서도 똑같이 느껴지는 건 육아가 한 가족에 부여하는(특이 여성에게) 부담이 얼마나 큰가 하는 점이었다.



이경규는 “전업주부들이 더 힘든 것 같다”며 자신이 잘 몰랐는데 <한끼줍쇼>를 하면서 전업주부들이 얼마나 힘든가를 실감했다고 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살림과 육아로 자신이 하고픈 일은 접어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전업주부의 고단함이 방문하는 집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더라는 것. 이경규는 은근히 정부관계자들이 이런 현실을 좋은 정책들로 바꿔주기를 기대한다는 마음을 전했다.

육아 부담과 경력 단절. 엄마들은 물론이고 아빠들에게도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이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의 개선되어야 할 현안으로 직면한 일들이다. 물론 <한끼줍쇼>는 그저 보통 사람들의 집을 방문해 한 끼를 함께 하는 시간을 갖는 것뿐이지만, 의외로 그 안의 풍경들이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그 진솔한 삶 곳곳에 우리네 현실이 가진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묻어나 있고, 그 현실을 살아가는 분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물론 공감대만으로 현실이 바뀔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러한 공감대가 시작일 수 있다는 점에서 <한끼줍쇼>가 가진 뜻밖의 가치가 드러난다. 육아 부담과 경력 단절 같은 문구들이 구체적으로 보여지지 않아 실감할 수 없는 면이 있다면 <한끼줍쇼>는 그 진짜 삶 속에서 그 문제들을 그대로 드러내준다. 동시대 고민에 대한 공감. 아마도 이 프로그램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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