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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뻔했던 강호동을 되살린 세련된 소통 감각
기사입력 :[ 2017-08-11 11:11 ]


강호동은 어떻게 다시 예능판의 중심에 섰는가
돌아온 천하장사 강호동에게 제2 전성기 선물한 ‘한끼줍쇼’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한끼줍쇼>는 식큐멘터리 이전에 재밌고 따뜻하며 시대정신이 묻어나는 토크쇼다. 회차가 진행되면서 벨 누르기의 긴장감과 신선함은 당연히 감소했지만, 여러 사람들과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에서 나오는 소소한 재미가 가치를 발하고 있다. 밥동무라 부르는 게스트들과 함께 동네 탐색을 하는 시간에는 그들과 함께하는 토크쇼가, 그리고 초대받아 들어간 집에서는 꾸며지지 않은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6.8%의 전국 시청률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한 지난 주 방송에서 이효리와 이경규는 김포에서 동거 연인 가정에 초대를 받았다. 아직은 흔한 가족 형태가 아닌 동거 커플. 그들 말대로 프렌치 스타일이라고 하기엔 겉멋이 든 것 같고 분명 통상적이지 않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설명이 길어지는 관계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과 성격이라며 이효리와 공감을 주고받고 이경규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무리 없이 소개했다. 이처럼 아무런 계획 없이 무작정 벨을 누르다보니 1인 가정부터 대가족이 모여 사는 보기 드문 집까지 다양한 이웃의 모습을 보고 듣게 된다는 점이 <한끼줍쇼>만의 특징이다.



이번 주도 사람 사는 정겨운 이야기를 솔솔 풍겼다. 밥동무로 등장한 동탄맘 염정아는 육아와 살림이란 공감대를 바탕으로 일을 척척해내며 어느 동네에 어떻게 살든 사람 사는 이야기는 별반 다르지 않다는 위안을 전했고, 박혁권은 우연히 초대받아 들어간 집이 건너 알던 지인 연극 배우 부부의 집이었다. 1000만 도시 서울에서 이뤄낸 특별한 인연이다.

강호동은 이런 토크를 흥미롭게 만드는 인물이다. 알다시피 그는 에너지로 촬영장을 장악하는 타입의 보스형 MC였다. 그런데 이러한 자신의 이력과 스타일을 이경규가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코미디 소재로 제공한다. 강호동은 이경규에 따르면 카메라 없을 때는 애들을 쳐다도 안 보지만 촬영 중에는 시도 때도 없이 아이들과 소통을 하려고 하고, 피톤치드에는 확실히 중독됐다. 외모와는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소녀감성과 자연주의는 종종 이경규의 치를 떨게 만든다. 이번 주 구기동에서 강호동은 담벼락에 홀로 핀 꽃 한 송이에게 말을 걸었는데, 시민 인터뷰로 착각하고 다가가던 이경규는 “젠장, 진짜 최악이다”며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마흔 넘은 남성이 자기 이름을 주어로 쓰는 흔치 않은 화법, 이효리와 슈가 등장했다고 핑클과 S.E.S의 대결구도 조성과 노래 요청과 같은 인위적인 옛날 진행 방식, 부모님 모시고 살면 좋겠다는 등의 마음에 없는 멘트의 남발과 같은 전형적인 강호동식 진행을 고집하다 이효리에게 계속 구박을 받고 귀신을 무서워하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만만한 모습 등등은 그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강호동이 스스로를 희화화하는 유머코드보다 더욱 놀랍고 흥미로운 점은 그간 형님 예능을 하던 까닭에 접할 기회가 없었던 그의 소통 스킬이다. 연극배우 부부의 집에 초대를 받게 된 강호동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루두루 나누다가 “촌스러운 질문인데 연극배우로서의 삶은 어떠세요?”하고 물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쌍벽을 이룰만한 상투적인 질문과 부탁만 던질 것만 같던 그가 ‘촌스럽지만’이란 실례의 수식어를 붙였다. 이는 소위 말하는 강호동식 오버하고 밀어붙이는 진행이 하나의 콘셉트라는 점을 드러내는 사례다.



겉보기와 달리 타인과 교감하고,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며, 매너를 갖춘 세련된 감각으로 세심하게 대화를 이끌어 나갈 줄 안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비록 오버와 극성이란 포장을 두르고 있지만 노련한 이경규의 인터뷰 스킬과 함께 강호동의 진면목은 <한끼줍쇼>가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 식품이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진국으로 우러나는 이유다.

<한끼줍쇼>는 일상을 파고드는 신선한 콘셉트, 톱 예능MC였던 둘이 부침을 겪는 와중에 만났다는 점도 흥밋거리였지만, 이경규, 강호동의 새로운 진행방식과 능력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되고 정이 가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강호동은 <한끼줍쇼>에서 보여준 캐릭터를 발전시켜 월요일 <섬총사>, 화요일 <신서유기>, 토요일 <아는형님>까지 유재석-강호동 쌍두마차 체제를 이탈해 끝 모르고 추락하던 시기를 벗어나 일상의 감성을 갖춘 친근한 캐릭터로 다시 급부상했다. 그러다보니 유재석, 김구라, 박명수, 정형돈 등 기존 예능MC들이 정체를 거듭하고 있는 지금, 어느새 예능 톱 MC의 자리로 돌아왔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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