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2’, 세상은 넓고 숨은 실력자들은 넘쳐난다

[엔터미디어=정덕현] 1월에 종영한 <팬텀싱어>는 겨우 반 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시즌 기간으로는 짧게 느껴지는 공백기다. 약 7개월여 만에 방송이 되는 것이지만 사전 녹화를 생각해보면 6개월도 안 되는 기간 만에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조금 이른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법하다.

하지만 제작발표회에서 김형중 PD가 밝힌 것처럼, JTBC 예능 프로그램 <팬텀싱어>가 이렇게 빨리 시즌2로 돌아온 데는 그만큼 충분한 실력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걸 단 첫 회 만에 확인할 수 있다. 김주택 같은 이태리에서 날아온 이미 세계적인 러브콜을 받는 바리톤이 출연하는가 하면, 독일에서 건너온 베이스 바리톤 김동현 같은 인물도 있었다. 또 조민규 같은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테너도 있었고, 연기력까지 겸비해 무대장악력으로 눈길을 끈 바리톤 권성준도 있었다.

흥미로운 건 이들의 다양한 출신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사연들이다. 사실 조민규 같은 희소성 있는 목소리는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지만 오페라에서는 너무 날렵한 음색 탓에 혹평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여기에 대해 윤종신은 <팬텀싱어>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이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만 하면 된다며 그 목소리를 칭찬했다. 이런 점은 <팬텀싱어>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미를 드러내줬다. 기존의 틀에서는 어울릴 수 없어도 크로스오버를 통한 새로운 틀을 추구하는 <팬텀싱어>에서는 그것이 색다른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



또한 김주택 같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바리톤이 <팬텀싱어>에 출연하게 된 사연도 흥미로웠다. 그 역시 많은 고민을 하고 내린 결정이라는 <팬텀싱어> 출연에는 여러모로 오페라라는 대중들에게는 조금은 멀리 떨어진 장르를 보다 친숙하게 알리고픈 마음이 느껴졌다. 제 아무리 좋은 오페라라고 해도 관객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그의 말은 그가 부담스런 오디션에 참여한 중요한 이유였다.

조민규나 김주택, 김동현 같은 제대로 성악을 배운 이들의 무대는 자못 제대로 배우지 않은 아마추어들에게는 굉장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팬텀싱어2>에 출연한 아마추어들은 프로들마저 놀라게 할 정도의 실력을 보여주는 반전을 만들었다. 그 대표적 인물이 시즌1의 ‘성공한 덕후’라고 자칭한 최진호와 평범한 회사원인 강형호였다.

최진호는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슈베르트의 결코 쉽지 않은 곡을 너무나 편안하게 소화해내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고, 강형호는 <오페라의 유령>의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The pantom of the opera)를 남녀 파트를 넘나들며 불러 듣는 이들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특히 강형호는 때론 부드러운 여성적인 보이스로 때론 강렬한 남성적인 보이스를 모두 소화해내 중창단에서 다양한 색깔이 가능한 인물로 급부상했다.



즉 시즌2는 시즌1의 성공으로 인해 더 강력한 출연자들이 모여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넘어온 세계적인 실력파가 있다면 그들조차 감동받는 발굴되지 않은 원석의 아마추어들도 있었고, 독특한 목소리 때문에 각 분야에서는 주목받지 못했지만 크로스 오버를 추구하는 <팬텀싱어>에는 최적화된 인물도 있었다. 결국 <팬텀싱어> 같은 음악 프로그램의 핵심은 다양한 출연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점을 두고 보면 시즌2가 시즌1보다 훨씬 더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음악적으로도 시즌1이 주로 이태리 음악에 치중되었다면 이번 시즌2는 첫 방송에서부터 러시아 음악은 물론이고 독일 가곡 같은 또 다른 매력을 드러내는 레퍼토리들이 등장했다. 출연자들도 다채롭고 레퍼토리 또한 다양해진 <팬텀싱어2>. 왜 서둘러 시즌2로 돌아왔는가가 이해되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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