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탈출’ 입장에서는 금수저 논란이 다소 억울할 수 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tvN 예능 프로그램 <둥지탈출>은 ‘연예인 2세 수저 논란’을 등에 업고 4%대의 시청률로 시작했다. 2회부터 5회까지 2%대로 조정되긴 했지만 부정적인 논란에 비해 나쁘지 않은 성과다. 제목이 꽤나 직관적이다. 10대 중반에서 20대 중반 또래 자녀들이 집을 떠나 네팔의 한 시골마을에서 11일간 자급자족하는 생존기를 유명인 부모가 지켜보는 관찰형 가족예능이다. tvN으로 넘어와 한 차례 아픈 경험을 한 MBC <아빠 어디가> 팀이 기존의 성공 노하우로 돌아가 만든 청소년판 육아예능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노이즈 마케팅이 되기도 한 금수저 논란은 <둥지탈출> 입장에서 억울한 면이 없잖아 있다. 최근 연예인 가족 이야기를 소재로 한 가족예능이 SBS를 필두로 대거 제작되어서 그렇지, 장성한 연예인 자녀가 TV에 등장하는 프로그램은 TV조선 <엄마가 뭐길래>나 채널A <아빠본색>처럼 꾸준히 있어왔다. 3년 전 SBS <아빠를 부탁해>의 논란까지 되살아날 정도로 불이 쉽사리 꺼지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젊은이들이 느끼기에 불공평하고 기회의 문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둥지탈출>은 행동발달을 다루는 EBS의 교육다큐나 보이스카우트 잼버리 실황 영상이 아닌 예능이다. 그러니 인지도 있는 연예인(과 그 가족)의 캐스팅은 방송 제작의 생리상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연예계가 일종의 국가고시로 선발되는 곳도 아닌 만큼 다양한 접근 기회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현실 외면일 뿐이다. 물론, 불편할 수도 있는 지점이 있다. 일단 대부분의 아이들이 비교적 부유한 환경에서 유학 경험 등을 통한 유창한 외국어 실력을 갖추고 있고, 한 명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한국어를 거의 못한다.

평소 몰랐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대견함이나 찡한 감정들도 보통의 부모라면 유치원 학예회나 초등학교 참여교실에서 느꼈을 터라 성장 유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미운우리새끼>의 70대 노모들도 중년의 자식을 보면서 매일매일 놀라는데, 스튜디오에 모인 부모들이 집을 떠나 또래 집단에서 생활하는 자식의 낯선 모습에 빠져든다고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런 부정적인 시각을 잠시 걷어내고 바라보면 <둥지탈출>은 의외로 꽤 흥미로운 예능이다. 일단 등장인물이 신선하다. 연예인 자녀라고 하지만 최유성 이외에는 예능에서 얼굴을 내비친 경험이 없다. 방송에서 나올 모습에 신경을 쓰기보다 또래와 어울리는 재미에 집중하고, 친해지는 과정에서 즐거워하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예능 선수들의 리얼리티와는 다른 순수함과 요즘 아이들의 웃음과 정을 만날 수 있다.



<둥지탈출>의 가장 큰 매력이자 일반적인 가족예능과 다른 점은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유사 가족 커뮤니티가 확고하다는 데 있다. 어쩌다 모인 아이들이 한 가족처럼 서로를 위하며 하루하루 성장하고 친해지는 청춘 일기는 우리에게 익숙한 ‘예능 문학’이다. 집을 떠나 낯선 네팔 시골에서 친구들과 밥을 해먹고 함께 생활하는 일상은 나름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이 함께하는 모험과 같다.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공통된 미션이 바로 모험이다. 맏형 기대명과 맏언니 이유리를 중심으로 각자의 역할을 맡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려고 각자의 방식으로 배려하고 협동한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마을 학교에서 일거리를 더 이상 얻지 못하자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시내로 나와 아이스티 장사를 시작했다. 그렇게 힘을 합쳐서 부딪치고 의견을 모아 해결해나가는 에피소드는 내부의 결속뿐 아니라 시청자들까지도 끈끈하게 묶는 성장 스토리로 다가왔다.



이런 이야기들 덕분에 <둥지탈출>을 보면서 요즘 아이들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바르고 강하고 성숙하다는 희망을 만난다. 기대명은 동생들을 위해 골짜기에 위치한 숙소로 홀로 가스통을 짊어지고 옮기는 책임감을 발휘하고, 동생들을 다독여서 아버지를 놀라게 만든다. 박미선은 냄비밥짓기, 못질하기, 빨래, 요리 등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동생들을 살뜰히 챙기는 딸을 대견하면서도 낯설게 바라본다. 낯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이며, 웬만하면 12시까지 자는 아이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자식을 다 아는 건 아니구나 싶다’고 말한다. 또, 젊은 남녀가 모였으니 피어나는 썸과 이를 지켜보는 불안한 눈빛의 아버지들을 교차해 바라보기도 하는데, 이토록 다양한 부모의 시선과 감정은 <미우새>를 통해 경험했듯 공감대와 긴장감, 흥미를 제공한다.

<둥지탈출>은 청춘들의 성장기 차원에서 본다면 나름 순수하고 착한 예능이다. 연예인 2세 출연 논란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올바름의 가치 판단만으로 재단하기엔 아쉬운 예능이다. 그들이 거기에 왜 갔는지보다, 거기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는지에 집중해보길 권한다. 그 후에 비평과 불편함을 토로해도 늦지 않는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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