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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와 ‘택시운전사’의 희비교차가 시사하는 것
기사입력 :[ 2017-08-16 17:43 ]


천만 영화, 시스템과 대결해 입소문이 이겼다는 의미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올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군함도>의 천만 관객 돌파는 영화 개봉 이전부터 마치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도 그럴 것이 류승완 감독의 작품이고, 소재 자체가 이미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는 하시마섬, 즉 군함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황정민, 송중기, 소지섭, 이정현 같은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했다는 건 관객들이 신뢰와 지지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이어 계속 터진 논란들로 서서히 가라앉았다. 가장 큰 치명타를 입힌 건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었다. 물론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대작이 어느 정도 이상의 스크린 수를 가져가는 건 매해 있었던 일들이다. 하지만 <군함도>는 무려 2천개가 넘는 스크린수를 차지함으로써 그 독과점이 지나쳤다는 여론을 만들었다.



게다가 애초에 <군함도>를 통해 관객들이 확인하고 싶었던 일제의 잔학한 참상이, 류승완 감독이 애써 ‘국뽕’을 피하려 했던 것에 의해 오히려 너무 절제되었다는 지점이 관객들에게는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일제보다 친일파들의 추악함이 더 전면에 내세워짐으로써 영화는 그래서 또 한 차례 논란을 겪었다. 여기에 애초 군함도의 참상으로 그려지길 바랐던 영화가 후반부에 이르러 탈출극으로 바뀌는 ‘상업영화’로서의 면모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군함도>는 그 소재가 가진 한계(상업영화로 가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국뽕영화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를 드러내며 애초 예약했던 천만 영화의 기대 역시 무너져버렸다. 시스템은 완벽해 보였다. 마침 이슈가 되는 소재를 기획했고 캐스팅도 화려했으며 막대한 스크린 수를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에 확보함으로써 모든 게 완비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을 뒤집은 건 관객들의 입소문이었다. 논란을 거듭한 끝에 <군함도>는 현재 650만 관객에 머물러 있다.



반면 후발주자로 등장한 <택시운전사>는 한마디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미 900만 관객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이대로라면 무난하게 천만 관객 돌파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스크린 독과점의 관점으로 보면 <택시운전사>도 그 틀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군함도> 만큼은 아니어도 1,400여개의 스크린 수를 확보했고 상대적으로 논란을 맞고 고개를 숙인 <군함도>는 1,100여개 스크린 수로 줄어든 상황이다.

이렇게 된 것은 <택시운전사>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전체적으로 좋기 때문이다.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루면서 실제 독일기자와 그를 도운 택시운전사의 시점으로 그려냈기 때문에 공감대의 폭도 훨씬 커질 수 있었다. 물론 이 작품 역시 후반부에 이르면 택시 추격전 같은 과장된 연출이 들어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일부분을 빼놓고 보면 영화는 전반적으로 광주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대중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즉 이번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천만 영화라고 불리는 우리네 영화에서의 성공이 단지 스크린 수 확보 같은 시스템에 의해서만 만들어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물론 스크린 수는 흥행에 절대적인 힘을 발휘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몇 년 전부터 여름 블록버스터 시즌의 천만 영화는 신드롬처럼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이야기들이 나오곤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시스템이 아닌 관객의 선택, 즉 입소문이라는 것을 이번 시즌은 확인시켜준 셈이다.

시스템과 입소문의 대결은 다른 말로 하면 거대 자본과 대중(소비자)의 대결이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거대 자본의 힘은 천만 관객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 막강해졌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군함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택시운전사> 역시 그 시스템 안에 존재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의 선택이라는 최종적인 여지가 남아있다는 걸 이번 결과는 드러내줬다.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불편함이 오히려 흥행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고, 제아무리 이슈가 되는 소재도 어떻게 지금의 대중정서와 만나느냐에 따라 달리 느껴질 수 있다는 것.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영화 <군함도><택시운전사>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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