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한류예능의 첨병, 지금은 표절방송국으로 전락한 후난위성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이 정도면 뻔뻔한 수준이다. 말로는 대국이라지만 이런 치졸함이 없다. 억대부자는 부자도 아니고 조대부자가 그토록 많다는 중국이고, 그들의 콘텐츠에 대한 투자 역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후난위성TV처럼 거대한 방송국이 끝없이 베끼기를 이어간다는 건 피해자인 우리는 물론이고 중국인들조차 실망감과 창피함을 주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만 벌써 세 번째다. 엠넷의 <쇼 미 더 머니>, tvN의 <윤식당>에 이어 이제 JTBC의 <효리네 민박>도 그 표절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10월에 방영될 예정이라는 <친애하는 객잔>이라는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유명 커플이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모습을 리얼리티쇼 형식으로 담아낼 것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효리네 민박>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아직 방영되지도 않은 이 프로그램이 노골적인 베끼기라고 여겨지게 되는 건 이미 이 후난TV의 전과(?)가 있기 때문이다. <중찬팅>이라는 <윤식당> 표절 의혹을 받은 프로그램은 중국에서도 논란이 되었지만 중국 톱스타 조미와 황효명이 출연해 시청률 동시간대 1위로 잘 나가고 있다. 그러니 그 연장선으로서 <친애하는 객잔>의 표절 의혹이 생기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후난TV가 중국의 한류예능 리메이크를 사실상 주도했던 방송사였다는 점이다. 후난TV는 일찍이 <나는 가수다>, <아빠 어디가> 등의 포맷을 사들여 중국판을 만들었고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그 때 중요했던 건 단지 포맷만을 사간 것이 아니라 직접 국내 PD들이 플라잉PD로 중국까지가서 일종의 ‘기술전수’까지를 해줬다는 점이다.



그나마 후난TV가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건 다른 중국의 위성채널들보다 방송 콘텐츠의 품질 수준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중국 방송사들이 흉내 내기 정도를 할 때 이들은 꽤 괜찮은 품질의 방송들을 내놓았다. 한류예능의 중국판 리메이크가 충분히 가능했고 그 시도들을 통해 우리네 방송 노하우 또한 축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드 정국으로 양국 간의 교류 채널이 서서로 냉각되기 시작하면서 정식으로 포맷을 사서 방송을 만드는 일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즉 노골적으로 중국정부가 한류 콘텐츠와 그 리메이크를 막고 있는 상황에 내놓고 한국과의 교류를 할 수는 없게 된 것. 그렇지만 이미 방송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져 있는 중국 채널들 입장에서는 그 트렌드를 어떤 방식으로도 따라잡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라는 것이 고작 베끼기다.

한때는 한류 예능의 창구처럼 여겨졌던 후난TV가 이처럼 한류 베끼기의 중심이 되는 상황은 그래서 중국이라는 시장의 실체를 드러내주는 면이 있다. 즉 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활발히 이뤄지던 교류가 양국 간 관계가 달라지고 그로 인해 정부가 어떤 간섭을 노골화하게 되면 정 반대로 뒤통수를 치는 파트너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양국 간의 관계에 연계한 문화의 흐름을 왜곡하는 정부의 간섭은 결국 중국의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생각해보라. 결국 문화를 소비하는 건 일반 대중들이다. 그 대중들은 이미 인터넷 등을 통해 국내 콘텐츠들을 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조차 베끼기에 창피함을 느끼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현실이 아닌가. 베끼기를 통해 당장의 돈벌이는 될지 모르지만 그것은 마치 마약처럼 그들 문화를 잠식해버릴 독으로 변할 것이 뻔하다.

무엇보다 창피함을 알아야 한다. 후난TV는 중국판 <아빠 어디가>가 대박을 만들었을 때 이 프로그램 하나만으로도 수 백 억의 수익을 냈던 방송사다. 그런 방송사가 이런 부끄러운 짓을 반복한다는 건 염치없는 일이다. 방송사는 콘텐츠 제작사로서의 자존심을 잃으면 그저 장사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중국을 대표한다는 방송사가 언제까지 그 후안무치의 길을 가려는가.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후난위성 웨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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