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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긴어게인’, 애초에 이소라와 버스킹은 어울리지 않았다
기사입력 :[ 2017-08-21 13:33 ]


‘비긴어게인’, 버스킹의 묘미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JTBC <비긴어게인>은 따뜻한 프로그램이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국내 최정상급 뮤지션과 예능인이 유럽으로 버스킹을 떠난 이 예능의 기획 의도가 너무나 확실하기 때문이다. 버스킹 자체의 감성도 그렇거니와 이소라, 윤도현의 목소리로 듣는 명곡들이 귀와 마음을 열고, 함께 다니는 여행의 설렘과 하모니가 리얼버라이어티의 재미를 이끌어낼 것이란 기대가 매우 컸다.

이소라, 유희열, 윤도현이란 국내에서 상업적으로 음악적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뮤지션들을 버스커로 만든 의도는 다분하다. 리셋의 흥미다. 그들을 전혀 모르는 팝의 본 고장에서 간판을 떼고, 오로지 음악만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긴장감과 궁금증이 <비긴어게인>의 핵심이다. 윤도현의 목청에 놀랄지, 이소라의 음색에 이들도 반할지가 흥미진진한 관심사였다. 스스로를 세계의 일부나 일원으로 여기기보다 어딘가 진출해서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극동의 반도국가 정신과 싸이와 K-POP에 고무된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으니 흥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워낙에 색깔이 분명한 국내 최정상 뮤지션인 만큼 셋이 들려줄 음악 또한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궁금해 하는 지점이었다. 오랫동안 최고의 스텝들이 완벽하게 세팅한 무대 위에 섰던 이들이 모니터도 잘 안 되는 길거리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생경한 만큼 새로운 모습과 색다른 음악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리고 이들이 어떻게 한 팀을 이루고 버스킹에 나설지에 관심이 쏟아졌다. <쇼미더머니>의 더블케이처럼 심사위원을 하던 이들이 오디션쇼의 참가자가 된 셈이랄까. 윤도현은 2009년에 이미 국민 밴드 타이틀은 인천공항에 놓고 미국 투어를 떠났던 경험을 담은 영화도 내놓은 적이 있지만, 건반연주자인 유희열은 락커라기보다 팝뮤직 작곡가 겸 제작자에 가깝고, 재즈보컬 이소라는 완벽한 환경에서 굉장히 집중해야지만 노래를 할 수 있는 음악적 성향이나 개성 자체가 길거리 공연과는 가장 거리가 먼 타입의 뮤지션이다. 여기에 음악은 잘 모르지만 여행과 아티스틱한 문화를 즐기는 노홍철까지 팀을 이뤘으니 서로 다른 개성의 아티스트들이 하나 둘 손발을 맞춰가는 성장 스토리가 예상됐다.



그 위에 여행의 로망을 달콤한 생크림처럼 얹었다. 이는 굳이 해석이랄 것도 없다. 제목부터 음악을 통한 성장을 다룬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가져왔고 첫 여행지는 버스킹으로 유명한 영화 <원스>의 배경인 더블린이었다. 밴드명 또한 비긴 어스다.

그런데 <비긴 어게인>은 모처럼 기획의도와 기대가 일치하는 투명한 예능이지만 여행이 거듭되면 될수록 둘 사이의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여행의 로망은 잠시 제쳐두더라도 버스킹을 통한 성장과 음악적 평가 여부 모두 진전이 없거나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성공한 중년 뮤지션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바닥으로 돌아가 음악에 대한 열정 하나로 다시 시작한다는 낭만은 자막으로 주지하는 것과 달리 잘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선곡에 있다. 버스킹이란 그 어떤 공연보다 관객과 밀접한 소통이 중요한 함께 만드는 거리의 음악이다. 그리고 음악적 성취를 이룬 뮤지션들이 굳이 버스커가 되어 해외에서 무대를 갖는다면 그들의 음악성을 드러낼 수 있는 차별화된 선곡표가 필요했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이 듣는 노래나 음악적 흐름과는 괴리가 있는 명곡들의 커버와 이국적이라는 평가 이외에 호응을 이끌어내기 힘든 우리말 곡들은 관광지 손님들을 붙잡는 데 어려움이 있어보였다.

특히 리버풀에서 비틀즈를, 맨체스터에서는 오아시스를 커버하고, 몽트뢰에선 퀸을 아일랜드에서 <원스>의 주제가를 부른 것은 다분히 방송을 위한 설정이겠지만 너무나 도식적이고 안이한 접근이었다. 예를 들어 우리의 입장에서 휴양지에서 명곡 메들리를 들려주는 필리핀 라이브 밴드의 공연을 보는 것이나 유럽의 어떤 무명 밴드가 홍대에서 강남 스타일이나 조용필을 커버하는 이벤트성 무대를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버스킹을 보여주는 방식은 이들이 거리 공연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관객과 소통하는 현장음을 비롯한 공연 실황 대신 뮤직비디오처럼 만든 아름다운 영상과 추출한 사운드는 이들이 버스킹을 하는 이유와 특유의 현장감을 지워버렸다. 그 결과 <비긴 어게인>에서 가장 궁금했던 현지의 평가는 사라지고, 이국적인 풍광 속에 너무나 익히 잘 알려진 이소라와 윤도현의 목소리만 남았다.

버스킹의 묘미가 느껴지지 않는 점은 예능 차원에서도 <비긴 어게인>의 흥미를 감퇴시켰다. 함께 한 팀을 이뤄 점점 더 좋은 무대, 높은 무대에 도전하는 성장 스토리가 싹틀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버스킹 프로그램인데 버스킹의 로망이 작동하지 않으니 여행지마다 모든 것이 ‘어게인’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윤도현은 상황을 뚫고 나가는 리더 역할을 하고 유희열은 뒤에서 살림을 봐주고, 노홍철은 이소라를 건사하면서 분위기를 돋우지만 밴드를 이루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성장한다는 예능차원의 스토리에 진전이 없다. 매 여행지마다 똑같은 상황 똑같은 역할, 똑같은 긴장과 해소가 반복된다.



이소라의 캐릭터가 대표적인 예다. 가장 버스킹과 어울리지 않은 뮤지션을 데려다놓고 예민한 성향을 아티스틱한 면모라며 보여주는데, 회차가 진행되어도 관객을 외면하고 노래를 부르는 등 버스킹에 적응하지 못하다보니 불편하다는 반응이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노홍철은 아예 무대 밖에 있던 처음에 비해 참여 빈도를 늘려가고 있지만 밴드 일원으로서의 역할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하나의 밴드로 뭉치는 그림과 이야기의 중심이 되기에 한계가 있다.

버스킹을 다루는 예능이지만 정작 버스킹에 대한 이해나 접근 방식에 아쉬움이 남는다. 외국인들의 반응에 대한 궁금증, 버스킹을 통해 함께 성장 스토리, 여행의 로망, 이 셋이 주는 기대와 신선함이 회차가 거듭될수록 감가상각 되고 있다. 물론, 세 뮤지션의 하모니는 일요일밤을 정돈하는 데 충분히 아름답고 여행의 로망은 여름의 끝자락에서도 마음을 꿈틀거리게 한다. 하지만 버스킹이란 문화적 코드를 차용했을 때 기대했던 이야기와 그림과는 거리가 한 걸음씩 멀어지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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