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매력적인 모습으로 돌아온‘팬텀싱어2’에 2% 부족한 것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오디션 예능계에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평가받는 크로스오버 보컬 오디션 JTBC <팬텀싱어>가 시즌2로 돌아왔다. <삼분지계>의 세 평론가 역시 시즌1 첫 회가 방영되자마자 리뷰를 쓰며 기대감을 표시했던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당시 <삼분지계>는 출연자들이 선보이는 음악적 완성도에는 큰 호평을, 심사위원의 자질이나 프로그램의 포맷에는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방영 전부터 한층 업그레이드된 음악을 강조한 시즌2는 과연 출발부터 실력파 참가자들의 활약에 힘입어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는 전편보다 높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프로그램의 내실도 함께 진화했을까? 세 평론가가 돌아온 <팬텀싱어>를 다시 한 번 진단해봤다.



◆ <팬텀싱어>가 우리를 매료시키는 이유

벌써부터 눈과 귀를 사로잡는 도전자들이 다수 등장했다. 방송 후 공개된 동영상 조회 수도 상당하다. <쇼미더머니>로 치면 ‘비와이’에 해당된다는 해외파 김주택을 비롯해 비전공자임에도 ‘더 팬텀 오브 디 오페라’를 완벽히 소화한 강형호, 독일에서 온 베이스 바리톤 김동현, 바다에게 ‘성악으로 취권을 구사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받은 시크한 음색의 조민웅, 마이클 리가 ‘기다려온 테너 보이스’라고 극찬한 씨름인 출신 안세권 등 서로 다른 매력이 불꽃 튀는 경쟁을 펼쳤다. 어떤 목소리를 끝까지 응원할 것인가, 마음을 정하기 어렵지 싶다.



“여기는 성악 콩쿠르가 아니잖아요. 누구를 매료시키느냐라는 싸움이기 때문에 그냥 감동을 주면 돼요. 그런 면에서 강형호 씨 노래는 충분히 좋았습니다. 이런 분들이 더 많이 나와 줘야 해요.” 프로듀서 윤종신의 말이 정답이다. JTBC <팬텀싱어 2>는 실력을 이미 인정받은 성악가와 비전공자가 함께 어우러지는 무대, 각기 다른 일에 종사하는 이들이 크로스 오버로 하나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의미는 대중과 클래식 음악의 거리를 좁혔다는 점이다. 원곡 가사와 해석이 함께 나오니 이해가 쉽고 같은 노래를 원곡은 어떻게 소화했는지 찾아보게 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또 다른 곡에 매료되기도 하고. <팬텀싱어 2>는 시청률 전쟁이 시작되는 금요일 밤에 방송된다. 지금껏 방송에서 소외되어 온 클래식 음악이 예능과 만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부디 <팬텀싱어>의 성공을 발판으로 춤, 미술 등 다른 예술 장르도 기회를 얻게 되기를.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참가자 수준은 향상됐는데 왜 제작진 수준은 그대로인가요?

<팬텀싱어> 시즌1이 오디션계에 새로운 역사를 쓴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초반만 해도 같은 방송사의 <히든싱어>나 <걸스피릿>처럼 개성적 콘셉트로 틈새시장을 겨냥한 프로그램처럼 보였던 것과 달리, 지켜볼수록 ‘무한경쟁과 서바이벌’이라는 오디션의 지배적 가치관에 대안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임을 증명했다. ‘하모니’를 추구하는 방향성 덕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서로의 음악 세계를 존중하는 출연자들이 직접 만들어낸 힘이었다. 출연자들 대부분은 자신의 장르를 향한 자부심을 지닌 프로페셔널인 동시에 서로의 음악에 대한 가장 진지하고 열렬한 청자였다.

시즌2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유지된다. 가령 ‘역대급 죽음의 조’라 불린 2조에서 ‘세계적 오페라 스타’ 김주택이 노래를 시작하자 조원들은 일제히 ‘팬 모드’가 되어 음악을 음미한다. 곧이어 같은 조에서 ‘아마추어’라는 화학회사 연구원 강형호가 놀라운 실력을 선보이자 이번엔 김주택이 감탄사를 내보낸다. 그들의 진지한 모습은 시청자들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시청자들이 하나같이 <팬텀싱어>는 ‘평가’가 아니라 ‘감상’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문제는 출연자들의 이 존중의 태도를 자꾸만 배반하는 제작진이다. 시즌1 방영 당시에도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위계적 태도는 이번 시즌에도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 2회에서 신인 뮤지컬 배우 임정모가 출연하자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앙상블”이라는 자막을 붙여 뮤지컬 배우와 앙상블 배우를 위계적으로 구분한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스펙과 외모를 기준으로 한 위계적 시선도 한층 심해졌다. 어떤 출연자들에게는 “꽃미남”이라는 수사를 붙여 등장 장면부터 대놓고 ‘런웨이’처럼 연출하며 외모를 강조하지만, 민머리와 투박한 수염을 지닌 한 출연자에게는 굳이 ‘외모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멘트로 오히려 편견을 내비친다.

‘톱클래스’ 김주택에게는 극존칭을 쓰던 한 심사위원이 다른 출연자들을 평가할 때는 ‘얘’, ‘쟤’라는 호칭을 함부로 사용하는 장면, ‘농부’ 테너 정필립의 비하인드 영상에서 <전원일기> 배경음악을 삽입하며 농사일을 ‘신기한’ 것으로 묘사하는 장면에서도 편견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래서 “모든 분이 경쟁할 수 있는 곳이 <팬텀싱어>”라는 말은 일부만 맞다. 참여할 수는 있되, 출발선은 다르다는 인식을 제작진이 개선하지 못한다면 이번 시즌에도 ‘남는 것은 출연자들 뿐’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지난 시즌의 성공을 빨리 지워냈다. 다행이다.

앞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종종 겪는 증상은 “이번 시즌은 차원이 다르다”는 식의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높이고 참가자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주는 이 관용구는, 오랫동안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을 보장해 온 마법의 주문이자 장르 자체의 수명을 갉아먹은 주범이다. 기대치는 기하급수로 증가하는데 참가자들의 수준은 전년도와 큰 차이가 없는 상황이 되면, 저 마법의 주문에 매료되었던 시청자들이 금세 실망하고 돌아서기 때문이다.

새 시즌을 시작하는 <팬텀싱어2>가 불안했던 것 또한 이러한 이유였다. 전년도 우승자들의 갈라쇼 실황을 특별 편성하고, 지난 시즌 하이라이트로 구성된 특별 회차까지 편성하는 모습을 보며 혹 시즌1의 성취를 강조하느라 시즌2의 기대치를 불필요하게 높이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다행히도 본 방송에 들어가자 전년도의 영광을 회고하는 모습은 적당한 수위에서 멈췄다. 지난 시즌을 겪으며 눈도 높아지고 참가자들 수준도 높아졌다고 말하는 윤종신과 바다의 말에 마이클 리는 지긋이 제동을 건다. “우린 시즌2인데요, 참가자들 (느끼기엔) 다 시즌1이죠.” 덕분에 “지난 시즌을 압도한다” 같은 레토릭은 1회 초장 부분에서 스윽 자취를 감춘다.

윤종신은 유학파 참가자들의 오버스펙에 긴장하며 “클래스가 확 떨어져서 죄송하다”고 말하는 비전공자 참여자 강형호에게 “그런 거 전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딱 잘라 말하고, 이미 뮤지컬계에서 자리를 잡았지만 여기에서 최선을 다해 겨뤄보고 싶다는 조형균의 말에 “<팬텀싱어>에는 <팬텀싱어>만의 엄격한 룰이 있는 거니까요. 맞아요.”라며 본질을 짚어낸다. 참가자들은 지나간 경력과는 무관하게 목소리 하나로 평가받고, <팬텀싱어2>는 전 시즌의 성공과 무관하게 이번 시즌의 성과로 평가받을 것이다. 그 사실을 빨리 깨달아서 다행이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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