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사남’, 최민수 아니었다면 이런 성공 가능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흔한 표현이지만 최민수를 위한, 최민수에 의한, 최민수의 드라마가 아니었을까. 이제 종영을 앞둔 MBC 수목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를 돌이켜보면 최민수가 구축해낸 사이드 파드 알리라는 캐릭터의 원맨쇼에 가까웠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드라마가 가진 이야기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출생의 비밀과 신데렐라 이야기를 엮어내 아랍 부호로 돌아온 아버지의 판타지를 세태 풍자극으로 풀어낸 작품. 신데렐라처럼 시월드에서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구박을 받으며 살지만 드라마 작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이뤄나가는 이지영A(강예원)에게 어느 날 나타난 알리 백작 아버지. 돈으로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돈으로 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는 걸 이지영A를 통해 배우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에 최민수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아랍 부호로서 살아가는 엄청난 재력의 소유자가 만들어내는 막연한 판타지를 코믹한 캐릭터로 풀어내 ‘서민 시청자들’에게 어떤 저항감을 없애준 것은 물론이고, 그로 인해 생겨나는 이지영A의 남편 강호림(신성록)과 이지영B(이소연)의 가짜 부부행세를 통해 속물 자본주의 세태에 대한 풍자가 가능하게 했다.



물론 이 돈으로 뭐든 다 할 수 있다 여긴 아버지의 성장담도 빼놓지 않았다. 엄청난 부를 과시했지만 그것으로 딸의 사랑을 얻을 수는 없다는 걸 백작은 새삼 확인한다. 또 딸의 존재를 공표하려는 것으로 자신의 부를 계속 지키기 위한 방편을 삼으려 했던 그는 모든 재산을 다 압수당하고 빈털터리가 되어 그녀의 집안에 얹혀 지내며 진정한 관계를 회복하기 시작한다.

돈이 아니라 딸의 밥숟가락에 반찬 하나를 얹어주는 것이 아버지가 딸에게 보여주는 더 큰 사랑일 수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다. 또한 그동안 딸을 핍박해온 시월드에 일침을 가하는 모습은 이런 역할을 주로 친정어머니가 했던 드라마 속 클리셰들을 떠올려 보면 의외로 속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세태가 보여주는 아버지의 변화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와 합을 맞춘 강예원이나 신성록 그리고 이소연의 연기도 단순할 수 있는 이야기에 입체감을 부여했지만, 역시 그 중심에서 이 모든 상황들을 쥐락펴락했던 최민수의 연기가 없었다면 어딘지 소소해졌을 것이다. 대사 하나를 던지는 데 있어서도 쉴 새 없이 표정이 변하는 그 디테일하고 나아가 정성스럽다고 여겨지는 연기는 베테랑 연기자들이라도 새로운 도전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한때는 강한 카리스마의 상징처럼 굳어져 있었고 때로는 어이없는 논란에 휘말려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기도 했던 최민수다. 하지만 최민수는 그 모든 과정들을 거치며 더 단단한 연기자로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죽어야 사는 남자>는 그에게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연기자로서의 면면을 드러내줬다. 결코 여러 시련 속에서도 죽지 않고 오히려 넓어진 연기를 통해.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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