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관찰카메라 시대의 교본 같은 예능의 탄생

[엔터미디어=정덕현] 아마도 올해 MBC에서 방영된 최고의 예능프로그램이 아닐까. 이런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고 시대적 트렌드와도 잘 맞아 떨어지는 프로그램이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채널 MBC 에브리원에서 방영되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관찰카메라 시대에 하나의 교본 같은 예능의 맛을 보여준다.

우리에게는 JTBC <비정상회담>을 통해 익숙한 독일 친구 다니엘. 독일인 특유의 이지적인 모습과 ‘노잼’이라 놀림 받지만 진지함이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다니엘을 찾아 독일에서 그의 친구들이 한국을 방문한다. 어찌 보면 단순한 구도지만, 이 구도가 보여주는 재미와 의미는 의외로 쫀쫀하다.

호텔에서 처음 접하는 비데에서 나오는 바람 기능에 ‘똥구멍 선풍기’라고 하고, 처음 찾은 고깃집에서 연기를 빨아들이는 송풍구를 신기해한다. 고기를 숭덩숭덩 가위로 자르는 모습이 낯설고 김치 맛에 빠져들며 맥주의 본고장에서 온 그들이 우리네 맥주를 마시며 그 맛을 이야기한다. 모든 게 낯선 그들이 겪는 해프닝들이 순간순간 웃음을 터지게 만들지만 흥미로운 건 그 이문화 체험을 통해 우리도 우리식의 문화를 다시금 볼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와는 다른 독일인 특유의 정서나 습관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틈만 나면 책을 통해 한국을 조금 더 알려고 공부를 하고, 모든 걸 철저히 계획하고 움직이며 그러다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그걸 자존심 상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버튼식으로 된 자동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고 화장실 비데가 낯선 그들을 통해 독일은 여전히 아날로그식 문화가 유지되고 있다는 걸 미루어 짐작하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독일에 사는 친구들이 한국에서 지내고 있는 다니엘을 찾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끼리의 재회는 그 자체로 훈훈함을 전해주고, 상대적으로 한국이 익숙한 다니엘이 친구들에게 막걸리와 똥집 같은 한국음식을 대접하며 그 특유의 식문화를 전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흐뭇한 정경을 만든다. 독일 맥주에 비해 너무 약하다고 솔직한 의견을 내는 친구에게 우리는 여기 초대받아왔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얘기하면 안 된다며, 다만 다른 것뿐이라고 말하는 데서는 처음 보는 이 독일친구에게 깊은 호감마저 느끼게 된다.



사실 어찌 보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때 <비정상회담>이 촉발했던 외국인 출연 예능 트렌드의 2.0 버전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이 예능이 더 흥미로운 건 이제 본격화된 관찰카메라 시대에 예능의 재미와 의미가 어디서 만들어지는가를 정확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결국 관찰카메라란, ‘관찰’의 묘미를 선사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 관찰을 흥미롭게 만드는 새로운 관점만큼 중요한 건 없다.

우리는 매일 일상으로 접하는 서울의 풍경이고 문화이기 때문에 별 생각 없이 지나치던 것들이지만, 외국인이라는 관점으로 들여다보자 그것들이 새삼스레 너무나 신기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게다가 그것은 이문화의 충돌에서 만들어지는 재미만이 아니라, 자연스레 다양성 문화의 지향을 보여주고 나아가 최근 예능의 또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문학적 재미도 더해준다.



관찰카메라는 일견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자극적인 것으로만 오인되곤 한다. 하지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같은 관찰카메라는 일상을 남다른 관점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이 형식이 가진 새로운 효용성을 발견하게 한다. 이렇게 재미있고 의미도 충분하며 세련된 프로그램이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어 더 많은 시청자들을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 실로 아쉬울 정도로 흥미로운 프로그램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MBC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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