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달라지니 KBS 주말드라마도 변했다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가 종영했다. 주말드라마가 대부분 그러하듯이 모든 것들이 행복을 찾아가는 해피엔딩이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전과자가 되어 그 짐을 자식들에게 지우지 않기 위해 타인의 삶을 대신 살아가던 이윤석(김영철)은, 처벌을 받고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으며, 그 억울했던 누명을 벗을 수 있는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성격이 맞지 않는다며 졸혼을 생각하던 차규택(강석우)과 오복녀(송옥숙)는 며느리 변혜영(이유리)의 도움으로 다시 관계를 회복했고, 변혜영(정소민)과 안중희(이준)는 매니저와 배우의 관계를 넘어 양가의 결혼 승낙을 받았다. 박철수(안효섭)와 변라영(류화영) 역시 교제를 반대하던 아버지의 승낙을 얻어냈고 계약결혼을 한 변혜영(이유리)과 차정환(류수영)은 진정한 부부가 되었다.

모든 게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그렇다고 <아버지가 이상해>가 그 많던 가족드라마들의 하나였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 가족드라마는 확실히 지금의 달라진 결혼관이나 가족체계 게다가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족이라는 틀에 담아내려는 노력이 역력했다. 기존의 가족드라마들이 가족 관계에 천착하려던 모습을 보였다면, 이 드라마는 사회의 변화나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족이라는 틀로 전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드라마 전편에 깔렸던 ‘이상한 아버지’의 사연은 최근 우리 사회가 특히 초미의 관심을 보이는 ‘정의의 문제’를 담고 있었다. 무고함을 간절히 호소할 때는 들어주지 않던 법이 오히려 자신의 죄를 인정했을 때 죄를 주지 않는다 한 아버지 이윤석의 절규는 가족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법정극의 한 대목을 보여줬다. 결국 아버지의 무고를 변호사가 된 딸이 풀어준다는 이야기 설정은 법정극이 건드리는 정의의 문제와 함께 가족드라마의 틀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장치다.

기존 가족드라마와는 달리 법정극을 집어넣어 굵직한 이야기의 흐름을 만들어놓고, <아버지가 이상해>는 그 위에 달라진 가족관계와 결혼관 등의 세태를 담아냈다. 졸혼, 혼전동거, 계약결혼, 대안적 가족체계 등등이 소재로 등장했고, 나아가 왕따 문제나 갑질 문제, 교육 문제까지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투영되었다.



무엇보다 두드러진 건 과거의 가족관계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가족관계의 등장이다. 이윤석에게서는 과거 가부장적인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헌신적인 아버지상이 제시됐고, 이유리에서는 똑부러지게 주도적인 며느리상이 제시됐다. 그 흔했던 신데렐라형 여성관은 변라영이라는 독특하고 독립적인 신세대 여성상으로 그려졌다.

뒤돌아보면 달라진 결혼관부터 법 정의까지 다양한 양태를 담아낸 <아버지가 이상해>는 가족 해체의 시대에 가족드라마가 나갈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것은 과거의 가족주의의 틀을 벗어나 좀 더 사회적인 관계나 문제 그리고 변화가 가족이라는 구성원들을 통해 투영되게 해주는 길이다. 결혼이나 가족의 결합만이 궁극의 목적이 될 수 없는 시대에 기존의 가족드라마 틀이 그대로 유지되는 건 더 이상 공감대를 가져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이상해>는 그 변화의 양상을 제대로 드러내줌으로써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가족드라마로 남았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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