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도깨비’, JTBC 일요 예능의 화룡점정을 찍으려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JTBC는 일요일에 예능 블록을 마련하고 <효리네 민박>과 <비긴어게인>을 편성해 큰 성공을 거뒀다. 그 결과 일요 예능발 JTBC 예능 전성시대가 다시 한 번 열렸다. 그런데 사실 일요 예능 블록에 이 두 프로그램만 있는 건 아니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6시 30분에 공중파 주말예능과 정면으로 맞붙는 야심찬 리얼버라이어티가 한편 더 있다.

‘불면 버라이어티’ 라는 부제를 내세운 <밤도깨비>는 정형돈, 이수근, 박성광, 이홍기, 종현(뉴이스트) 등 5인방이 유명한 장소나 먹거리를 1등으로 차지하기 위해 근처에서 날밤을 지새우는 리얼버라이어티다. 매주 전국 곳곳의 유명한 가게나 장소를 찾아가 근처 옥상이나 주차장 등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1등으로 줄을 서서 해당 볼거리나 먹거리를 가장 먼저 얻게 되면 미션 성공이다.

왜 그래야 할까. 이수근의 유행어를 빌리자면 별다른 명분은 없다. 따라서 볼거리는 미션의 성공여부가 아니라 밤을 지새우며 펼치는 이들의 눈물겨운 예능 사투에 있다. 야외 예능이지만 <개그콘서트> 무대처럼 한정적인 상황과 공간 안에서 대부분의 일이 벌어진다. 그 사이에 제작진은 엄격하게 감시할 뿐 아무런 가이드나 상황을 제안하지 않는다. 출연진들은 피곤한 새벽을 알아서 버티면서 방송도 만들어야 한다. <밤도깨비>에 ‘무근본, 무대책 예능’이란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그런데 살펴보면 지상파 주말예능의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특히 <1박2일>이 많은 참조가 된 듯하다. 유치한 장난과 말싸움을 하고 졸려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아무 맥락 없는 말들과 꽁트 상황극, 급조된 게임 등이 웃음의 기본요소다. 그 과정에서 캐릭터를 마련하고 역할을 분배한다. 공교롭게도 정형돈, 이수근, 박성광 등 주요 출연진이 모두 KBS공채 라인업이다. 선배지만 나이는 어린 정형돈과 형이지만 1기수 후배인 이수근이 오묘한 리더십을 나누며 이끌고 후배인 박성광이 당하는 캐릭터로 뒤를 받친다. 메인MC인 정형돈이 <주간 아이돌>처럼 자신감 넘치게 진행하면서 제작진과 대립하고 ‘행패’를 부리면서 웃음과 규칙을 마련해간다면, 이수근은 특유의 재치와 세심한 관찰력으로 종현과 이홍기 등 동생들의 캐릭터를 잡아간다.

이런 왁자지껄한 볼거리 밑에는 전국 각지의 유명한 장소와 먹거리를 안내하는 <1박2일> 특유의 국내여행 코드가 단단히 깔려 있다. 제작진도 한 인터뷰에서 ‘지역 현지인들도 인정하고 사랑하는 곳이나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아갈 예정’이라 밝힌 만큼 이 예능이 지향하는 바는 뚜렷하다. 이는 가족 단위의 시청자들에게 즐거움과 정보를 전달하는 주말 가족 예능의 필수 문화 코드이자 <1박2일>이 중장년층에게 탄탄한 인기를 누리는 요인이다. <밤도깨비>는 지금까지 삼척에서 꽈배기, 강화도에서 명물 김밥, 용인에서 워터파크 놀이기구, 북한산에서 북한산 수영장 미끄럼틀, 군산에서 70년 전통 빵집 오픈시간에 도전했다. 예약 시스템이 특이한 북한산 수영장의 경우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관련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세세하게 전달했다.



현지에서 만난 시민들과 적극적인 스킨십을 통해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는 것도 비슷하다. 웃고 떠들고 노는 한편에서 새벽부터 오픈 준비를 위해 일터로 나와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즐겁게 놀 수 있도록 뒤를 받쳐주는 스텝들의 노고, 그렇게 유명한 맛집이 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바지런하고 정성을 들이는 장인들의 생활에서 삶의 에너지를 담아낸다. 이수근을 필두로 이른 아침부터 함께 줄을 서면서 만난 시민들, 거리에서 만난 아이들과 이런 저런 인터뷰나 레크리에이션을 이끌어가면서 우리 주변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정겹게 담아낸다.

이쯤이면 세팅은 다 됐고, 목표도 명확하다. 출연진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아직까지 시청률이나 화제성 면에서 기대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어서 아쉽다. B급 코드를 지향하는 슬로우스타터여서가 아니다. <1박2일>, <신서유기> 모두 B급 유머를 기반으로 한다. 아니, 리얼버라이티의 캐릭터쇼 자체가 B급 유머를 기반으로 판을 키운다. 콘셉트가 어떻든 친근한 주말 예능으로 승부를 보기 위해서는 팽창하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캐릭터부터 자리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정형돈과 이수근의 관계를 정리하고 분담해야 한다. 점차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이 둘이 보다 편하게 정리되고 역할이 확실히 나눠져야 캐릭터쇼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굴러갈 수 있다. 지금의 어색한 투맨 체제보다는 정형돈이 <무한도전>에서 그랬듯이 에너지를 불러일으키고 상황을 만들고 웃음을 터트리는 역할을 맡고 세심하고 순발력 있는 이수근이 전체를 조율하는 서로간의 역할 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캐릭터쇼도 튼튼하지 않고, 볼거리도 새롭지 않으면 콘셉트만 남게 된다. 그러면 점점 더 시간요정과 같은 게스트에 의존해 볼거리를 만드는 방식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이제 5회차 방송된 <밤도깨비>는 지금 시청자들을 설득하는 중이다. 왜 밤을 새는지, 밤을 새서 볼 볼거리나 먹을거리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출연진들이 함께하는 모습에 관심을 갖고 흥미를 느끼도록 해야 한다. 이 설득 없이는 그 어떤 변화와 변신을 해도 소용이 없다. 현재 <밤도깨비>의 방망이에 가장 필요한 요술이 게스트나 무근본이 아니라 함께하는 분위기를 돋우는 노력과 장치 마련인 이유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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