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media 주요뉴스

신기하게도, 서장훈은 자주 등장해도 지겹지가 않다
기사입력 :[ 2017-08-31 17:50 ]


서장훈, 예능의 규칙을 아는 신사적인 남자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서장훈은 1990년대 인기 절정이었던 대학농구계의 괴물이었다. 그런 그가 처음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알렸을 때만해도 이렇게 훌쩍 클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을 터였다. 그는 그저 김구라의 입담에 등장하는 건물주가 된 왕년의 스타 정도였다. 혹은 대중들의 관심사는 과연 이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잘생겨 보이기 위해 쌍꺼풀 수술을 했을까 안 했을까 정도였다.

하지만 수많은 스포츠 스타들이 예능판을 기웃거리다 쉽게 소비되고 쉽게 사라지는 상황에서 서장훈의 위치는 독특하다. 처음에 방송에 욕심이 없는 사람처럼 손사래 치던 그는 어느새 지상파와 종편,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감초처럼 등장하는 패널로 바뀌었다.

방송 초반에 그의 웃음 포인트는 정색이었다. 이 덩치 큰 남자가 조잘거리는 예능인들의 공격에 정색하고 조곤조곤 맞받아치다 결국 자포자기의 자세를 취하는 데서 웃음 포인트가 터지기 시작했다. 또 남자다움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덩치 큰 운동선수가 결벽증이 심한 데다 샤워시간만도 한 시간 가까이라는 의외의 사실 또한 이 남자의 캐릭터로 잡혀나갔다. 이처럼 방송 노출이 잦아진 덕에 세월에 따라 자연스레 생긴 쌍꺼풀을 수술한 쌍꺼풀로 생각하는 대중들의 선입견을 깨기도 했다. 하지만 이 농구선수 출신의 방송인에 대한 선입견이 깨진 건 비단 쌍꺼풀만이 아니다. 그는 의외로 예능을 참 잘한다.



잠깐 방송계로 외출한 것처럼 말하던 서장훈은 최근 모든 방송들을 자신의 그라운드로 만들었다. 지상파는 물론 종편과 케이블의 예능까지 그가 등장하지 않는 프로그램이 없다. 신기한 점은 이처럼 채널을 돌릴 때마다 등장하지만 이 남자가 그리 지겹게 여겨지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더구나 그는 패널로 등장할 때나 혹은 보조진행자로 출연할 때나 본인의 몫은 톡톡히 하고 있다. 최고의 농수선수였던 그가 어느새 예능의 룰을 몸에 익힌 것이다. 특히 SBS 예능 <미운 오리 새끼>와 JTBC 예능 <아는 형님>은 이런 서장훈의 능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어찌 보면 예능의 게임은 농구보다 더 살벌한 면이 있다. 다들 하하하, 웃으면서 재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빈틈을 노리고 또한 빈틈을 노린 웃음공격이 센스 없으면 쉽게 묵살 당한다. 더 나아가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약점을 꼬집는 것은 기본이고 그것을 웃음거리로 삼으면서도 그 대상과 시청자를 불쾌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



전자는 예능 기초반을 훌륭한 성적으로 이수한 예능인이면 쉽게 점수를 얻곤 한다. 심지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쑥스러움 대장처럼 여겨지는 민경훈마저 <아는 형님>에서 종종 이 틈새를 치고 들어가 웃음공격으로 프로그램의 활력을 불어넣는다. 반면 후자의 센스는 베테랑이 아니면 쉽게 얻지 못하는 능력에 속한다. 유재석이나 신동엽 정도가 그 위치에 올라 있을 것이다.

반대로 강호동이나 이경규, 박명수 같은 경우는 후자의 센스를 포기하고 오히려 우격다짐으로 몰아가는 면이 있다. 특히 운동선수 출신 중 최고의 예능인으로 자리 잡은 강호동은 이 우격다짐을 나름 밉지 않은 애교와 함께 밀고나가면서 성공한 케이스다.

서장훈 또한 어느새 빈틈을 치고 들어가 센스 있는 웃음공격을 날리는 면에서는 일취월장했다. 더구나 그는 재빠르게 흘러가는 템포에서 본인만의 느릿느릿한 속도로 오히려 도드라진 개성을 드러난다. <아는 형님>을 보다보면 무뚝뚝한 표정으로 순간순간 치고 빠지는 센스가 빼어난 이 공격수의 능력이 도드라진다. 그러면서 큰 덩치와 어울리지 않는 의외의 소심함, 의외의 섬세함을 유머코드로 보여주면서 분량을 뽑아낼 줄도 안다.



최근 게스트와 4인방이 팀을 이뤄 단체관광을 떠나는 JTBC 예능 <뭉쳐야 뜬다>에서 서장훈은 이 프로그램에 등장한 수많은 게스트 중 가장 역할이 많고 센스 있게 방송을 끌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예능에서 타인을 공격하거나 우격다짐으로 밀고나가는 콘셉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대신 그는 그 커다란 덩치로 스스로 먹잇감을 자처한다. 그러면서 태연하게 웃거나 신사적으로 맞받아치면서 프로그램에서 불쾌하지 않은 재미를 준다. 이런 그의 진행 능력이 탁월하게 느껴지는 프로그램은 어느새 장수 프로그램으로 SBS <미운 오리 새끼>일 것이다.

그는 나이 든 어머니들에 자신을 먹잇감으로 내주면서도 시종일관 프로그램의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해 간다. 자칫 신경질적으로 변하기 쉬운 프로그램의 흐름이 편안함을 유지하는 건 서장훈 덕이 크다. 그리고 그런 면들이 채널을 돌릴 때마다 등장하는 서장훈이 밉지 않은 이유다. 예능의 규칙에 대한 센스는 물론이거니와 재미를 위해 얼굴 찌푸리게 만들지 않는 신사적인 매너를 갖춘 캐릭터는 예능에서만이 아니라 어디서나 환영받기 마련이니까.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JTBC, MBC, S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뒤로가기 인쇄하기 목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