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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춘물 고정관념 깨뜨린 ‘청춘2’ 제작진에게 찬사를
기사입력 :[ 2017-09-05 16:14 ]


‘청춘2’, 한 번 들어서면 이 특이한 미로에 빠져들 수밖에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청춘시대2>는 미로 같은 드라마다. 제목만 보면 세상을 마주하기 시작한 청춘의 방황과 낭만을 노래하는 <청춘스케치>나 청춘들의 유사가족 커뮤니티를 그린 <프렌즈><남자셋 여자셋>(모두(30대 후반~40대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예다) 같지만 기괴한 장면들을 이어붙인 섬뜩한 오프닝에서부터 익숙한 기대는 낯선 감정으로 변한다.

미로의 문은 이미 시즌1에서 열렸다. 예쁘고 젊은 여자들끼리 아기자기한 집에서 함께 산다는 설정은 드라마 시작 전부터 가장 큰 화젯거리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하늘거리는 바람과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같은 일본 청춘물에서 볼법한 파릇하고 여린 파스텔톤의 추억 감성이나 금남의 집 엿보기는 작동하지 않는다. 대사에서 기괴한 공포 만화 대가 이토 준지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힌트다. 겉보기에는 평범하고 발랄한 청춘물 같지만 이야기는 다소 어둡고 비밀을 감춘 캐릭터들은 미스터리하다. 심지어 개그 캐릭터를 담당하는 송지원(박은빈)은 이번 시즌 미스터리의 핵심에서 활약한다.



<청춘시대>는 제목 그대로 청춘을 노래하지만, 청춘이란 은막을 둘러싼 미스터리물이기도 하다. 우리가 익히 봐온 청춘의 낭만과 추억, 아픈 성장통, 현실을 대입해 만드는 사이다 같은 공감대를 표면에 내세운 것 같지만 이를 이끌어 가는 이야기의 중추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시작된다. 시즌2부터 새롭게 가세한 조은(최아라)이 학교가 있는 북가좌동에 지리적으로나 교통편으로나 더 가까운 성산동에 살면서 바로 옆 동네 연남동의 쉐어하우스에 둥지를 튼 것은 생활비 때문이 아니다. 새 살림을 차린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벨 에포크의 주소가 적힌 분노의 편지로 전이되면서다. 아버지에게 직접 복수를 할 수 없으니, 다른 사람을 아프게 다른 누군가에게 복수를 대신 집행하려 한다.

당연히 ‘하메’들에게 마음의 문을 열 의사도 없고, 통학도 불편한데 오랫동안 머물 생각도 없다. 대리 복수를 위해 편지의 주인공을 관찰하며 추리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분노와 미움, 아픈 마음이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벨 에포크의 또 다른 또래들과 그들의 상처와 삶을 바라보면서 점점 치유가 되면서 미스터리는 청춘물로 전환이 매우 부드럽다. 미스터리한 비밀 이야기를 쫓아가다보면 비밀의 화원처럼 청춘의 공감대, 그 시절의 성장통이 나타나는 식이다.



보통 청춘물이 함께하는 설렘과 우정과 갈등에서 유사 가족 커뮤니티의 환상과 성장통을 담아내는 반면 <청춘시대>는 특이하게도 미스터리라는 장르적 특성을 기반으로 성장을 이야기한다. <청춘시대>를 미로와 같은 청춘물이라고 느끼는 이유이며 바로 이 점이 <청춘시대>가 가진 정체성이고 팬들의 높은 지지를 이끌어내는 독보적인 지점이다.

인간관계에서 거리 두는 법 배우기와 같은 한발 한발 세상에 내딛으면서 겪는 성장통, 순정만화에 등장할 법한 쉐어하우스의 판타지와 같은 청춘물의 감성도 가득하지만, <청춘시대>의 청춘은 스피커로부터 귀에다 직관적으로 꽂아주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스며들다 훅 다가오는 음악이다.



청춘물이란 장르를 낯설게 변주한 까닭에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호평이 쏟아지고 팬들의 환호는 드높지만 시청률은 여전히 낮다. 전작인 <품위 있는 그녀>에서 바통을 건네받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시즌1보다 어쩌면 초라한 성적이다. 이는 낯선 접근법을 선택한 반대급부다.

<청춘시대>의 미로에는 청춘 드라마를 평면적이고 익숙한 방식으로 그리지 않겠다는 결심이 담겨 있다. 오늘날 청춘의 마음과 현실을 담으면서도 뻔하고 가벼운 청춘물을 피하고자 하는 제작진과 작가의 의도와 확신이 짙게 느껴진다. 순간으로 끝날 수 있는 5월의 햇살 같은 싱그러움이나 그땐 그랬지와 같은 유치함으로 지나갈 수 있는 추억, 현실을 어루만지는 사이다 같은 공감대를 담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부터 만들고 그 세계 속에서 청춘의 감성과 교감이 작동하도록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놀랍고 멋진 드라마다. 따라서 한번 들어선다면 이 특이한 미로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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