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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선’, 결국 하지원의 연기력에 성패가 달렸다
기사입력 :[ 2017-09-06 17:12 ]


‘병원선’, 90년대 메디컬드라마 같다는 느낌 벗어날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다시 만난 세계가 맨홀에 빠진 상황에서 새로 시작한 MBC 수목드라마 <병원선>의 미래는 꽤 밝아 보인다. 더구나 <병원선>은 아무리 못해도 중간 정도의 성공률은 보장하는 메디컬드라마다. 멜로와 휴먼드라마, 심지어 삶과 죽음 사이를 오가는 순간 때문에 스릴러적 긴장까지 주는 메디컬드라마는 그 자체로 드라마적 요소가 풍성하다.

<병원선> 역시 이 모두를 품고 있기는 하다. 외딴 섬을 돌아다니며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든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선은 그 자체로 메디컬드라마로서 의미 있는 소재다. 다만 <병원선>은 이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에서 눈길을 확 잡아끄는 건 아니다.

병원선은 새롭지만 <병원선>의 항로는 지극히 익숙하다. 병원선이라는 소재 외에 <병원선>은 설정이나 대사는 물론 드라마 전반에 깔리는 배경음악마저 뭔가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난 느낌이 든다. 1990년대 청춘드라마와 휴먼드라마의 익숙한 요소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분위기는 이야기를 지루하게 만들기 일쑤다. 상황과 너무 촌스럽게 맞아떨어져 오히려 더 거슬리는 낡은 감각의 배경음악 또한 보는 이의 신경에 거슬린다.

맞다, 이 드라마 모든 것들이 묘하게 촌스럽다. 1990년대 메디컬드라마를 보는 듯한 기시감에 사로잡히는 순간들이 여럿 있다. MBC <종합병원>을 시작으로 <하얀 거탑>이나 <골든타임> 같은 걸작 메디컬드라마를 만들어낸 방송사의 작품치고는 초라하다.



더구나 배우들의 입에 잘 붙지 않은 문어체에 설명이 많아 분량이 많기까지 한 <병원선>의 대사들은 이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정경순, 이한위, 김광규 같은 빼어난 중년의 조연배우들도 이 대사에 치여 이상하게 이 드라마 안에서는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오히려 사극이었던 <허준>이나 <대장금>의 대사들이 더 생생한 현실언어처럼 느껴지는 정도.

하지만 그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의미 있는 실화에서 따온 병원선이라는 소재가 아직까지는 그저 드라마에서 겉도는 양념처럼 느껴진다는 데 있다. 지난 시절의 수많은 메디컬드라마의 설정 위에 고명으로 살짝 병원선을 얹어놓은 정도다.

드라마에 주조연으로 등장하는 남자배우들의 연기나 캐릭터 또한 그리 기억에 남지는 않는다. 아직 젊은 피가 끓는 군의관들이지만 드라마 속 의사들이 클럽 앞에 줄서 있는 낄낄대는 남자들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으면 좀 문제가 있어 보인다.

맑은 영혼의 젊은 의사를 연기하는 곽현 역의 강민혁은 언제나 그렇듯 늘 맑게 보이긴 한다. 하지만 어느덧 드라마에서 주연급으로 자리 잡은 이 배우의 힘없는 연기에는 진정 ‘원기소’가 필요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마는 오직 시청자의 눈을 잡아끄는 데 탁월한 배우인 하지원으로 승부를 본다. <병원선>은 조숙하고 냉정한 의사인 여주인공 송은재의 성장기로 읽어도 크게 다를 바 없지 싶다. 아마 극의 플롯 상 서울의 병원에서 성공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온 수술 기계 같은 송은재는 시골 환자들과 부딪치는 <병원선> 안에서 인간적인 의사로 서서히 변해갈 것이다.

그렇지만 송은재를 연기하는 하지원의 연기는 당분간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그녀의 표정이나, 발성, 분위기는 늘 강렬한 면이 있다. 하지만 감정과 감정의 연결고리가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발레리나보다는 리듬체조 선수에 가까운 연기의 호흡을 지닌 배우인 것이다. 그렇기에 캐릭터 자체가 강렬하거나 캐릭터 자체가 깊이가 있는 경우 배우의 단점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배우의 강렬한 표정이나 움직임에 캐릭터가 더 반짝거린다. 하지만 캐릭터가 별로거나 캐릭터가 얄팍할 때 하지원의 단점은 쉽게 드러난다. 그녀의 실패한 로맨틱코미디물들이 그런 결과물들이다.



<병원선>의 여주인공 송은재는 그 중간쯤에 있다. 캐릭터가 움직이는 장면 장면에는 하지원의 장점이 돋보일 법한 꽤 강렬한 순간들이 있다. 손도끼를 든 의사와 호러퀸 출신의 배우 하지원은 정말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반대로 여주인공이 원톱이지만 이야기를 끌어가는 면에서 캐릭터 자체는 그리 강렬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김사부, 최인혁, 장준혁, 혹은 여의사가 주인공이었던 <산부인과>의 서혜영이나 봉달희 같은 기억에 남을 만한 의사로서의 존재감이 있는 인물은 아니라는 거다.

아마도 <병원선>의 승패는 하지원이 이 여주인공 송은재에 얼마나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릴 것 같다. 더불어 송은재란 인물의 성장기가 빤한 드라마란 평가가 쏙 들어갈 만큼 얼마나 매력적으로 그려지느냐에 따라 드라마에 대한 평가 역시 달라질 것이다. 물론 그 길이 그리 쉬울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첫 단추부터 좀 위태롭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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