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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생민 열풍 뒤에 숨어 있는 어떤 씁쓸함에 대하여
기사입력 :[ 2017-09-11 10:55 ]


젊은 세대가 김생민을 경제 멘토로 삼았다는 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최근 2~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가장 핫한 인물은 김생민이다. 주로 정치사회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끄는 팟캐스트 업계에서 통장요정 김생민의 맞춤형 재무상담은 5등급 허리케인처럼 단숨에 차트를 휩쓸었다. 송은이, 김숙, 김생민의 빈틈없는 입담으로 버무려진 재무상담은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는 젊은 세대의 절실한 마음을 강타했다. 그렇게 송은이와 김숙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의 한 코너로 시작한 <김생민의 영수증>은 독립 팟캐스트 프로그램으로 정식 런칭했고, 지난 달 19일 KBS2의 정규 예능으로 편성되면서 언더그라운드에서 공중파로 짧은 시간 안에 입성했다.

올해 초 미래의 안정을 위해 젊음과 오늘을 저당잡고 살지 말자는 ‘욜로(YOLO)’가 사회현상으로 일컬어질 만큼 주목받았다. 자본주의 사회의 굴레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고 인생을 즐기라거나, 여행의 경험에 대한 경배와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북돋는 사례들이 쏟아졌다. 그런 ‘욜로족’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타인의 소비에 소외감과 박탈감을 느끼며, ‘탕진잼’이란 말에 키득거릴 정도로 불확실한 현실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김생민은 “스튜핏!”이라고 소리쳤다.

김생민은 근검절약과 노동의 강조 등 주어진 현실에서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조언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장밋빛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다는 희망과 위안을 건넸다. 이런 처방과 직설은, 시청자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비합리적인 소비를 줄이고 수입을 지키는 희망의 방패로 작동했다. 그리고 지난 달 <라디오 스타>에 출연해 논란의 당사자가 되면서 유명세는 더욱 높아졌다. 김구라식 독설과 핀잔에 진땀을 흘리는 김생민의 모습에 그를 경제 멘토로 삼은 이들이 불편함을 느낀 것이다.



논란은 모처럼 <라디오 스타>가 일으킨 논란 때문에 팟캐스트도 잘 안 듣고, <김생민의 영수증>을 본 적 없는 시청자들도 김생민이 왜 지금 뜨거운 인물인지 소문을 크게 내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돈을 최대한 쓰지 말고 저축하자, 내일을 위해 오늘을 즐기지 말자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허리끈 졸라매는 경제관이 2017년에 새로운 트렌드가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절실함을 가진 사연 의뢰자의 최근 몇 달치 영수증을 통해 소비습관을 점검하고 처방이란 이름하에 재무 설계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영수증은 그 사람의 성향과 생활 습관을 추적하는 일종의 빅데이터다. 지난주 김생민은 30대 그루밍 족 남성의 영수증을 받아들고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잃었다. 월 250만원을 벌면서 주거비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해외여행을 다녀와 300만원의 신용대출을 받고, 면세점에서 50만원 상당의 가죽자켓을 무이자 할부로 구매했으며, 각종 피부미용과 피트니스에 수십 만 원씩 소비한 영수증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분노했다.



가죽자켓의 저의와 속셈에 대한 고찰, 무이자 할부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무이자에 속았다 스튜핏’, 대출을 무섭게 생각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이유 등 인생 선배의 입장에서 경제관념을 재정립할 수 있는 조언들을 쏟아낸다. 취향이나 자기만족과 같은 가치는 분수에 안 맞는 소비라는 전가의 보도를 휘둘러 궤변으로 만든다. ‘이 팬티를 절약해서 우리 큰 미래를 꿈꾸지 않으련?’ ‘안티에이징이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다’ ‘서핑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와 같은 주옥같은 멘트들은 웃는 가운데 경각심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자기합리화에 빠져서 악순환의 고리를 키워가는 소비 습관에 빠진 현대인들, 돈을 모아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거나 동력을 잃은 사회 초년생에게 경제 코치이자 러닝메이트로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목표를 제시한다. 습관처럼 당연하게 쓰는 소비를 막아서고, 지금 상황에서 이 소비가 얼마나 합리적이지 못한지, 이것을 줄이면 몇 개월 뒤에 얼마의 돈을 모을 수 있는지 꼭 집어 알려준다.

목표도 매우 현실적이다. 아파트를 사라, 카드를 없애라가 아니라, 돈 쓰임의 우선순위를 결정해주고, 지금 현재 수입을 갖고 얼마만 소비하고, 한 달에 166만원 적금에 들면 1년에 2000만원을 모은다와 적금의 묘미를 설파한다. 또한,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근검절약에 대한 팁이나, 작은 일이라도 티끌모아 태산인 만큼 노동의 가치와 같은 현실적인 조언들을 강조한다. 지금까지 만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와는 전혀 다른 라이프스타일의 제안이다.



그런데 김생민에 대한 열광을 바라보면서 한 가지 아쉬움과 씁쓸함이 느껴진다. “그렇게 아껴서 (돈을 벌어서) 최종적으로 하고 싶은 게 뭐에요?” 라는 <라디오 스타> 패널들의 질문에 순발력 좋고 재기 넘치는 김생민은 대답하지 못했다. 욜로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걸어온 삶의 양식과 가치관에 대한 반발과 공허에서 비롯됐다. 일평생을 치열하게 살았지만 그 목표가 어디까지나 ‘안정 추구’ 혹은 다른 말로 ‘돈’인 사회와 인생을 이제는 벗어나자는 사회적 흐름이었다.

젊은 세대가 김생민을 경제 멘토로 삼은 것은 현실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것을 뜻한다. 삶의 또 다른 가치와 가능성을 찾아보자는 말 자체가 어리석거나 사치로 느껴지다 보니 삶의 목적이 베이비부머 세대와 동기화됐다는 뜻이다. 이는 복고가 아니라 사회적 퇴보다. 욜로도 자기 절제와 책임감이 동반되어야 진정한 의미를 발하듯, 현명한 소비와 경제관에도 철학이 밑바탕이 되어야 과거 선배 세대의 경험을 답습하지 않고 피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국토를 유린하고 복불복을 일상화한 배금주의의 덫에 한 번 더 걸리는 불행을 초래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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