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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환은 아직 내려놓지 못했다
기사입력 :[ 2017-09-15 13:40 ]


신정환, 웃음을 주지 못하면 용서를 받지도 못한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히딩크, 김호곤, 김성주 등 유독 많은 사람이 구설에 오르내린 하루의 대미를 장식한 인물은 ‘악마의 재능’ 신정환이었다. 도박과 댕기열 에피소드로 물의를 일으킨 지 7년 만에 Mnet <악마의 재능기부>의 타이틀롤을 맡아 전격 복귀 신고를 했다. 짧다고 할 수 없는 세월 동안 방송과 먼 삶을 살았지만 여러모로 그의 단짝인 탁재훈과 전성기 시절 텃밭이었던 MBC 출신 제작진과 함께 일상과 관찰형 예능과 리얼리티쇼의 요소가 뒤섞인 가장 요즘 예능다운 방송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섰다.

어색했다. 출연자를 사무실로 처음 초대하면서 아무도 로비로 마중 나가지 않는 상황만큼, 상암동을 처음 찾은 신정환이 미래도시에 온 듯 당황하고 놀라는 것만큼, 신정환은 우리가 알던 재기발랄하고 자신감에 넘치는 그 방송인이 아니었다. 웃음기 빠진 차분한 눈빛과 조심스런 태도, 그리고 강조되는 냉동인간과 같은 모습들은 낯설었다. 신정환은 캐릭터 위주로 굴러가는 예능이 대세로 자리 잡기 이전에 활동했지만 그 시절에도 아이언맨의 아크원자로처럼 강하고 독보적인 캐릭터로 프로그램의 에너지를 생산하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리셋버튼을 누르고 나타난 그는 매우 조심스럽고 순수한 얼굴로 돌아왔다. 전처럼 까불지도 않았다. 이것이 딱히 어떤 명분 마련이나 웃음으로 보답하겠다는 관성적인 대답 대신 신정환이 택한 복귀 콘셉트다.



<악마의 재능기부>는 왕년에 잘나가던 컨츄리꼬꼬가 화곡동 옥탑에 이벤트회사를 차리고 어떤 무대든 그 높낮이를 따지지 않고 연락주신 곳으로 무료로 출장 나간다는 콘셉트의 리얼리티쇼이자 일종의 신정환 용서 프로젝트다. 즉각적으로 10년 전 <무한도전>이 떠오른다. 캐릭터쇼로 팽창하던 <무한도전>은 찜찔방, 유치원, 고교야구 축하공연 등 이런저런 밑바닥 행사부터 전설로 남은 연세대 축제까지 밑바닥부터 시작한 행사를 뛰면서 이른바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면서 국민예능으로 발돋움했다. 그때 쌓은 친밀감과 성장스토리의 공유는 지금까지도 <무한도전>을 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신정환을 내세운 이 프로그램이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는 궁상맞은 리얼리티쇼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폭발력 높은 성장 스토리라는 점, 요즘 예능에서 필요로 하는 인간적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설정,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신정환이 어떻게 적응하고 몸을 풀지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도 있다. 실제로 신정환은 내내 긴장하고 주눅 든 모습을 보이며, 가장 편한 탁재훈과도 제대로 토크의 합을 맞추지 못했다. 물론, 순간순간 과거의 모습이 나오긴 했다. 포스터에 신정환에 비해 탁재훈의 얼굴 사진이 작게 들어간 이유를 ‘게임의 종류가 다르잖아’라고 해석하고, 이혼한 형수님이 작사했던 곡 이야기를 꺼내는 등 예전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 간혹 등장했지만 시동 거는 수준이었다.



그보단 용서와 자숙 이미지를 강조했다. 연예기자와 급 진행된 인터뷰에서 당황하며 보여준 모습들은 그의 자숙 캐릭터가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냉동인간이 서서히 해동되는 과정에 필요한 것이 용서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화곡 시장과 방송 관계자들이 주로 있는 상암동의 냉랭한 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릴 때 깔린 배경음악과 자막들로 시청자들의 마음도 녹여보고자 했다.

그런데, 신정환의 변화된 캐릭터와 컨츄리꼬꼬가 바닥에서 정상으로 올라가는 너무나 정직한 이 성장 프로젝트가 얼마나 판타지와 용서를 담아낼지 의문이 든다. 냉동인간 해동 콘셉트는 김원준, 박준형, 최민용 등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추억과 대세’라는 이름으로 한 번씩 써먹는 계절상품과 같은 것으로 특별하지 않다. 민망함을 웃음 포인트로 삼은 이벤트 회사 콘셉트는 10년 전 <무한도전>으로 갈 것도 없이 같은 채널의 <음악의 신>에서 보다 더 정교하고 파격적인 방식으로 전파를 탄 적이 있다. 웃음을 만드는 방식도 마찬가지로 흔하다. 상암동에서 눈이 휘둥그레지고 방송국 앞에서 막연하게 연예인을 기다리는 모습은 몇 주 전 <나 혼자 산다>에서 이시언이 보여준 장면이다. 불호를 호감으로 돌릴만한 임팩트가 없었다.



요즘 예능은 캐릭터의 매력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 때문에 전략이 필요하다. 이상민이 재기에 성공한 것은 자숙의 진정성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뻔뻔한 모습으로 웃음을 터트리며 호감이 싹틀 여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반면 탁재훈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편을 택했고, 그 배짱이 같은 모습은 일반적인 예능 버라이어티쇼 촬영과 달리 더 많은 노력과 신경이 필요한 <음악의 신> 콘셉트에 어울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계속 캐릭터를 고수하다 지금은 신정환과 함께 살아남아야 하는 처지에 빠졌다.

신정환은 과거 캐릭터를 일단 덮어놓고 ‘자숙 인간’ 콘셉트를 갖고 나왔다. 안전한 접근이긴 하지만 이 또한 인간적인 면을 어필하는데 필요한 재미와 웃음이란 측면에서 의문부호를 남긴다. 웃음이야 말로 친밀감을 형성하고 용서를 구하는데 최적의 감정이다. 용서 프로젝트에 초점을 맞추고 리셋에서 오는 민망함에만 예능의 초점을 맞춘다면, 전혀 새로운 그림을 보여줄 수가 없다. 인간적인 면을 드러내기 전에 다시 돌아선다. 탁재훈이 너무 나이브했다면 신정환은 아직 내려놓지 못했다.



이런 말이 부적절할 수도 있겠지만, 이 게임에서 흐름을 바꾸기 위해선 배팅이 필수다. 안전 위주의 전략과 훈훈함으론 여론을 흔들 수 없다. 키치하고 짠하고 언더그라운드 감성이 짙은데 이 모든 게 이미 봤던 거라면 결국 승부를 볼 수 있는 건 독보적인 캐릭터로 호감을 얻는 길뿐이다. 예능의 인간미는 인간적 호감에서 오는 게 아니라 웃음에서 나온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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