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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왜 한글 창제를 미스터리로 몰고 가나
기사입력 :[ 2011-10-07 15:30 ]


- 훈민정음 세종 창제를 왜 믿지 못하는가?

[엔터미디어=백우진의 잡학시대] “한글은 인류의 위대한 지적 성취 가운데 하나다.”

영국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의 평가다. 스티븐 로저 피셔는 <문자의 역사>에서 샘슨의 평가에 동의하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글은 알파벳보다 우월하다. 한글의 문자체계는 세계 유일하다. 개량이 아니라 언어학적 원리에 의한 의도적인 발명의 산물이다. 한글은 다른 모든 문자로부터 독립적이고 완전하다.”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는 데에는 이론이 거의 없다. 그러나 한글을 누가 만들었는지를 둘러싸고는 의심이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 방송되기 시작한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에도 한글 창제를 미스터리 속으로 몰고 간다. 익히 잘못 알려진 집현전 학사 외에 궁녀까지 한글 창제 작업에 개입시킨다.

우리가 믿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믿지 못한다. 피셔는 책에서 “세종은 흔히 한글을 창제한 인물로 알려졌다”면서도 “그러나 세종이 수행한 진정한 역할이 무엇인지는 아직도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뉴욕대에서 펴낸 에서는 집현전 학사 신숙주와 성삼문이 요동에 가서 중국 학자를 만나고 온 일이 한글 창제를 위한 연구활동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나 한글은 세종이 직접 만들었다.

우선 신숙주와 성삼문의 요동 방문은 한글이 만들어진 뒤였다.

또 국문학자 이익섭은 <우리말 산책>에서 <세종실록>의 25년 12월의 다음 기록을 인용한다. 上 親制 諺文 二十八 字, 是 謂 訓民正音. 이익섭은 “친제라는 단어는 수사적인 표현이 아니었다”고 지적한다. 다른 곳엔 쓰이지 않았다.

<훈민정음> 해례본 머리말과 정인지 서문에도 이 사실이 기록됐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세종은 머리말에서 “내가 이를 딱히 여겨 새로 스물 여덟 글자를 만드노니…”라고 말했다. 정인지는 “계해년 겨울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창제하시고”라고 적었다.

이익섭은 더 상세한 내용은 이기문의 논문 ‘훈민정음 친제론’(1992)에 잘 정리됐다고 덧붙인다.

세종의 훈민정음 창제는 역사적 사실이다. 내가 한참 전 TV 다큐멘터리에서 보고 그리 생각하게 됐으니, 수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접했으리라. 그런데도 이 사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글날을 맞이하면서 훈민정음 세종 창제를 왜 믿지 못하는지, 우리 사회가 한번 솔직하게 논의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세종은 당대 최고는 물론이고 후대에도 나오지 못할 뛰어난 언어학자였다. ‘전무후무’는 세종 같은 인물에게는 합당한 표현이다. 한글보다 더 나은 문자는 나올 수 없으니 말이다.

이익섭은 “한글 이전에 몇 가지 문자가 시도됐지만 마무리되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랬다면 세종이 한글 창제에 착수하지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정인지는 서문에 “하늘이 성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려 그 손을 빌려 한글을 짓게 했다”고 썼다. 신하로서 주군에게 올리는 말이었겠지만 이 평가는 결코 과하지 않다.


칼럼니스트 백우진 <이코노미스트 전문기자> cobalt@joongang.co.kr


[사진=SBS]

<참고자료>
이익섭, 우리말 산책, 신구문화사
스티븐 로저 피셔, 문자의 역사,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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