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2’, 듀엣 무대의 실망감 뭐가 문제일까

[엔터미디어=정덕현]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그만큼 실망도 크게 다가온다. 사실 JTBC <팬텀싱어2>에서 출연자들이 처음 무대에 서서 저마다 강한 개성과 매력적인 목소리를 들려줬을 때만 해도 이번 시즌은 시즌1보다 훨씬 다채로운 재미를 줄 것이라 기대했다.

이태리에서 날아온 세계적인 바리톤 김주택, 독일에서 온 베이스 바리톤 김동현, 청량한 목소리의 조민규, 굉장한 무대장악력을 보여준 권성준, 남녀 파트를 넘나들며 승부사 기질을 보여준 강형호, 농부테너 정필립, 씨름선수였다 성악을 하게 된 안세권, 자유로운 영혼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매력인 조민웅 등등... 실로 저마다의 매력이 넘치는 출연자들이 계속 등장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이토록 매력이 넘쳤던 출연자들이 듀엣 무대에 올라오면서부터 그 매력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일단 한 회를 다 봐도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무대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시즌1이 매회 감동적인 무대를 남겼던 것과 비교해보면 너무나 다른 느낌이다. 어째서 이런 결과가 나오게 된 걸까.



일단 가장 큰 건 곡 선정이 아닐까 싶다. 물론 시즌1에서 여러 이태리 노래들을 들었던 터라 시즌2는 그게 익숙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좀 더 감성적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적셔줄 우리 노래가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진다는 점은 아쉽다. 물론 조휘와 권성준이 부른 ‘볼라레’나 박성규와 송근혁이 부른 ‘백일몽’은 괜찮은 선곡이었고 하모니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정수, 임정모가 부른 ‘Brave’나 한태인, 조민웅이 부른 ‘Nostalgia’ 같은 곡은 시청자들에게는 낯설게 다가온다.

하지만 곡 선정보다 더 큰 문제는 곡 구성이 아닐까 싶다. 윤종신 심사위원이 계속 지적했던 것도 곡 구성 부분이었다. 각자 노래들은 다 잘하는데 두 사람의 하모니가 곡과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아서 왜 같이 부르는 지 알 수 없었다는 것. 이런 아쉬움들은 결국 인상적인 무대가 나오지 못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시즌1을 다시 떠올려보면 사실 이 듀엣 무대가 가장 돋보였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합쳐지는 것이기 때문에 삼중창이나 사중창 같은 웅장하고 화려한 맛보다는 훨씬 더 감성적인 무대가 가능했던 게 바로 이 듀엣 무대였던 것. 그런데 이번 시즌에서는 오히려 듀엣 무대에 대한 아쉬움이 더 크게 남게 됐다.

어쩌면 이런 아쉬움은 너무 잘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그럴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하모니란 어느 정도 빈 구석들이 있어 그걸 서로 채워주는 과정에서 더 감동적인 화음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윤종신 심사위원이 새삼 강조한 것처럼, <팬텀싱어>는 개인의 음악적 능력을 뽐내는 무대가 아니다. 그것보다는 여럿이 모여 만들어내는 화음의 아름다움을 목표로 하는 무대다. 거기에 걸맞은 곡 선정과 구성 그리고 출연자들의 노력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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