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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이대로 게스트만 챙기다간 그저 그런 쿡방 된다
기사입력 :[ 2017-09-18 13:34 ]


판타지 사라진 ‘삼시세끼’, 어쩌다 요리에만 주력하게 됐나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판타지는 모든 나영석 PD의 프로그램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다. 다시 만난 이서진이 유독 반가웠던 것도 올해 초 욜로라이프의 감성을 흩뿌린 <윤식당>의 판타지가 여전히 아련해서였다. 잘 알다시피 나영석 사단의 예능은 대부분 소소한 일상과 잔잔한 에피소드들을 다룬다. 하지만 출연자의 실제 일상을 들여다보는 <나 혼자 산다>류의 관찰형 예능이나 가족예능과는 전혀 다르다. 촬영은 리얼하게 진행되지만 보여주고자 하는 그림은 봉준호 감독의 콘티처럼 이미 세세하게 그려져 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멋스러운 라이프스타일 잡지가 실제로는 고도의 기획력과 센스가 밑받침된 결과물인 것과 같은 이치다.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은 반가움으로 시작됐다. 생각보다 일찍 다시 만난 이서진부터 다시 뭉친 에릭과 윤균상과 동물 가족들 그리고 다시 찾은 득량도까지 반가움의 연속이었다. 고양이들의 재롱으로 시작하는 반복되는 하루는 여전히 따뜻했고, 때 묻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설현을 예뻐하고 배려하는 삼촌들의 마음도 훈훈했다. 이제 빵은 그만하자고 투덜거리면서 늦은 밤 레시피를 공부하고, 컨트롤하기 힘든 오븐(화덕) 앞에서 초초해하며 타는 속을 생수로 달래는 제빵왕 이서진의 캐릭터는 여전히 사랑스럽다. 성격 좋은 윤균상, 차분하면서도 일취월장한 요리사 에릭도 언제나 그랬듯 미소 짓게 만든다.



그런데 여전히 훌륭한 재료로 만든 같은 요리인데 뭔가 밍밍하고 부족하게 느껴진다. 요리솜씨의 핵심이 간 맞추기라면 나영석 사단 예능의 핵심은 판타지다. 이번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은 건강한 맛이긴 한데 간이 약해도 너무 약하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과 따뜻함을 넘어서서 득량도 라이프를 함께 공유하고 싶게 만드는 나영석 사단 특유의 판타지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바다목장 편을 준비하면서 마련한 주요 콘셉트들이 잘 통하지 않고 있다. 야심차게 준비한 ‘잭슨 목장’은 제목으로 꺼내들었던 만큼 기대했던 프로젝트인데 세 형제를 하나로 묶어주는 중심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잠시 들러서 단순 반복 노동을 하는 것이 전부이다 보니 볼거리 차원에서나 설정의 중심으로 자리 잡지 못하면서 목장 관련 분량은 갈수록 줄어드는 중이다. 잭슨 패밀리가 생산한 산양유를 매개로 득량도 마을 주민들과 나누는 소통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장면들이 연출되기는 한데, 에피소드의 한 부분으로 들어올 정도는 아니다. 마찬가지로 기대한 장치인 듯하지만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통상적인 교감 이상으로 넘어서지는 못했다.



그런 빈자리를 메우는 것 중 하나가 쿡방이다. 이번 시즌에서부터 철칙이었던 재료에 대한 제한과 규칙이 유명무실해졌다. 덕분에 에릭의 일취월장한 음식 솜씨와 이서진의 제빵 솜씨가 빛을 발하며 다채로운 요리를 만드는 과정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른바 요리방송이라고 해도 틀릴 말이 아닐 정도다. 아름답고 여유로운 시골 풍광을 배경으로 한 따뜻한 밥상을 얻었지만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자급자족하는 슬로우라이프, 그 과정에서 뭉치는 끈끈한 유사가족 커뮤니티, 어촌 편 특유의 섬마을 삶의 판타지 등은 간이 센 음식 뒤에서 존재감을 잃었다.

그리고 게스트가 줄을 이어 등장한다. 녹화 중에 다음 게스트는 언제 오냐고 물어보고 맞춰서 식사 메뉴와 시간을 정할 정도로 이번 시즌 게스트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물론 예전에도 게스트가 줄지어 출연한 사례가 있다. 정선편과 어촌편의 마지막 시즌에서도 게스트가 구원투수처럼 등장해 기존 커뮤니티의 일상만으로 이야기를 꾸려가기 버거운 시기를 버텨낸 적이 있다.



게스트의 등장은 이슈를 생산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정글의 법칙>처럼 게스트들이 치고 빠지는 과정에서 판타지를 투영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한다. 홍보성 목적이 뚜렷한 게스트들의 등장은 잔잔한 일상과 판타지를 기대한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흐트러트린다. 또한 게스트 없이 이서진, 에릭, 윤균상만 있으면 왠지 허전하게 느껴지게 만든다. 스토리라인 만드는 차원에서는 천군만마와 같은 수혈일 수 있지만 유유자적한 판타지를 기대한 시청자들에겐 불청객이 되기도 하는 이유다. 게스트가 집중된 시즌이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영석 사단의 정수는 판타지다. <신서유기>를 제외하면 모든 프로그램이 일상, 인간관계, 삶의 가치관 등의 측면에 있어 판타지를 제공하고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 올 봄에 찾아온 <윤식당>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이번에 떠난 득량도에서는 무엇을 제안하려고 준비했는지 잘 느끼지 못하겠다. 반가움도 좋고, 둘러앉는 밥상도 좋고, 새 친구도 좋고, 염소 목장도 좋지만 우리에게 힐링과 위로와 재미를 건네는, 일상을 벗어나는 여행을 대리체험하게 해준 <삼시세끼>만의 판타지가 잘 드러나지 않고 있어서 아쉽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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