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시청자와의 온도차 맞출 수 있을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믿고 보는 서현진이라 봤던 시청자들이 어딘지 그 연기가 어디서 봤던 모습이라고 했다. 워낙 tvN <또 오해영>의 캐릭터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일까. 연달아 SBS <낭만닥터 김사부>에 등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로맨틱 코미디로 SBS <사랑의 온도>에 출연해서일까. 시청자들에게는 <사랑의 온도>의 드라마 보조작가 이현수가 아니라 배우 서현진이 더 보이는 듯하다.

더 예뻐진 서현진은 어떤 면으로 보면 그것 때문에 이 작품이 그리고 있는 드라마 보조작가 캐릭터와는 조금 엇나간 느낌을 주는 면이 있다. 물론 이것 역시 선입견이겠지만 보조작가치고는 너무 잘 차려입고 있다는 것. 그래서 극중에서도 같은 동료 보조작가가 그런 말을 한다. “언니는 작가가 안 어울려. 너무 예쁘잖아.” 그건 캐릭터겠지만 시청자들은 어쩐지 그 동료 보조작가의 말이 더 공감된다.

<사랑의 온도>는 제목에 담긴 것처럼 드라마 보조작가 이현수와 보조요리사 온정선(양세종)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의 온도차를 담고 있다. 어느 날 도시 마라톤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이현수를 5시간 만에 반하게 되어버린 온정선. 그래서 앞뒤 재지 않고 “우리 사귈래요?”라고 직진한 온정선을 이현수는 가볍게 밀어낸다. 그런 직진이 자신을 너무 쉽게 보고 건넨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또 다시 온정선을 만나게 된 이현수는 술에 취해 굳게 닫아뒀던 마음이 살짝 열린다. 보조작가로서의 힘겨움을 그에게 토로하게 됐고, 그런 그녀를 그가 따뜻하게 받아줬던 것. 하지만 이렇게 같은 보조(한 사람은 작가 한 사람은 요리사)의 위치로서 갖게 되는 비슷한 온도가 두 사람을 친밀하게 한다고 해도 어딘지 금세 그 온도차로 멀어질 거라는 예감이 든다. 연상연하 커플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의식하는 이현수의 선입견이 그렇다.

그래서 드라마는 그 때로부터 5년 후의 만남을 먼저 보여줬다. 그 때는 둘 다 보조였지만 이제 한 사람은 작가가 됐고 다른 한 사람은 요리사가 됐다. 5시간 만에 마음을 드러냈던 두 사람이지만 그렇게 5년이 지난 후에 다시 만나게 된 사이. 두 사람은 그 때와는 다른 위치에서 다시 사랑을 시작하겠지만 그 온도차는 여전할 것이고, 그 갈등을 넘어서는 과정이 이 드라마가 그리려는 이야기일 것이다.



중요한 건 그래서 이러한 사랑의 온도차를 다루는 전형적인 멜로이야기가 지금의 시청자들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또 오해영>은 멜로 장르를 갖고 있었지만 못 가진 자가 사회적 편견을 넘어서려는 이야기가 큰 공감을 줬고, <낭만닥터 김사부>는 낭만 없이 자본으로만 움직이는 세상에 따뜻한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사랑의 온도>는 이 온도차를 겪는 남녀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통해 무슨 말을 건네고 싶은 걸까.

이 작품을 쓴 <따뜻한 말 한 마디>의 하명희 작가는 일상적 삶의 풍경 속에서 인물들의 복합적인 심리를 잘 그려내는 작가다. <사랑의 온도>에서도 큰 사건보다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얽히고설키는 그 과정들을 더 많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시청자들은 사랑이야기 하나만으로는 채워질 수 없는 사회적 갈증을 더 많이 느낀다. 과연 하명희 작가는 사랑이야기를 통해서도 어떤 사회적 함의를 끄집어냄으로써 시청자들과의 온도를 맞춰갈 수 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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