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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효리를 좋아할 수밖에 없을까
기사입력 :[ 2017-09-26 13:53 ]


이효리, 이보다 더 성공적인 브랜드 스토리텔링 사례는 없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효리를 좋아한다. 핑클 활동 당시나 단 10분만으로 가요계를 평정했던 시절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효리는 데뷔 이후 전성기가 아닌 시절이 없었다. 때가 되어 해체한 아이돌 그룹 멤버지만 비욘세처럼 솔로로 더욱 큰 성공을 거두며 가수 커리어를 이어갔다. 예능에서는 예쁜 모습이 아닌 꾸밈없는 털털함과 센 이미지의 캐릭터를 개척하면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가십도 적은 편은 아니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효리에게 갖는 딱 그 정도의 관심 인물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효리가 자신의 삶과 이름을 브랜드로 개척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흥미를 갖게 됐다. 이효리는 정점에 있던 때 갑자기 GD같은 톱스타나 성공한 여자 연예인이 보여주던 일반적인 행보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그녀만의 라이프스타일은 곧 콘텐츠가 되었고 이효리라는 이름 자체가 일종의 브랜드로 통했다. 그녀는 굳이 변화한 모습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어설프게 방송 아이템으로 자신을 내세우지도 않았다.

물론 삶의 태도나 취향, 취미로 더욱 유명해진 연예인들이 여럿 있다. 이를테면 축구의 김흥국, 낚시의 이태곤, 자유로운 영혼의 락커 최민수 등이 그런 경우다. 하지만 모두 본업과는 철저히 구분된다. 이태곤이 낚시 예능에 곧잘 등장하지만 낚시가 배우 커리어나 소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최민수의 예술세계는 마땅히 존중해야 하나 대중적으로 쉽게 설명되진 않는다. 이효리는 이들과 다르게 자신의 일상과 가치관을 대중에게 소구되는 콘텐츠로 만들어냈고 계속해 성공을 이어가는 중이다.



JTBC <효리네 민박>은 그동안 책, 음악, 케이블 방송, 블로그, 인터뷰, 예능, 기사 등을 통해 단편적으로 접했던 이효리 브랜드의 여러 요소를 한 자리에 집대성해 놓은 프로그램이었다. 민박집 오픈은 이른바 이효리 월드로의 초대였다. 살던 집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제주도, 결혼, 유기견, 채식, 빈티지, 요가, 친자연주의 슬로라이프, 여행 등 이효리를 이루는 모든 것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새롭게 눈에 띈 것들도 몇몇 있었다. 식탁에 있는 차판이 대표적인 경우다.

몇 년 전 <무한도전>에서 김제동의 집에 찾아갔을 때, 가장 눈에 띈 것이 차판을 비롯한 다구였다. 그러나 그때는 아무도 힙한 취향이라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가장 평안한 일상의 순간에 함께 차를 마시는 이효리 부부의 차 한 잔은 남다르게 다가왔다. 티타임은 훨씬 노출 비중이 컸던 요가나 제주 풍광, 발뮤다 토스터보다 더 눈에 띄었다. 그 이유는 차를 마시는 행위가 이효리의 단짝이자 이효리의 삶과 가치관을 가장 잘 설명하는 이상순의 존재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결혼이란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를 얻는 것이라는 걸 몸소 보여주는 행복한 부부의 모습은 <효리네 민박>이 엄청난 인기를 누린 가장 큰 이유였다. 세상의 반쪽을 서로 찾은 듯한 부부의 모습은 부드러운 아침 햇살처럼 집 안에 따스함과 평화와 여유를 만들어냈다. 아름다운 제주도의 풍광을 압도한 <효리네 민박>이 품은 최고의 판타지였다.

이효리는 한 예능에 출연해 자신은 그냥 스스로 멋스럽다고 생각한 것을 하는 건데, 그 멋스럽게 보이는 것이 변한 것뿐이라고 했다. 자신의 변화와 현재의 삶을 긍정하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의 근원, 예의상 말은 잘 안 꺼냈지만 내심 궁금해 했던 이효리가 이상순과 결혼한 진짜 이유를 우리는 <효리네 민박>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효리네 민박>은 단순히 힐링 예능으로 정의하긴 어렵다. 이효리라는 사람이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단단해질 수 있었는지)를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에세이에 보다 가깝다. 힐링은 이를 본 사람들이 느낀 다양한 감정 중 하나일 뿐이다. 민박객들은 연예인으로 살아온 이효리가 결코 마주치기 쉽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러데 이효리는 다양한 지역에서 온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알맞은 배려를 하면서 별 어려움 없이 소통했다. 어르신들은 불편 없이 모시고, 젊은 친구들에게는 마음을 열고 따뜻함과 위로를 건넸다. 가족적 친밀함을 만들려는 예능 방송 차원의 노력 대신 다음을 기약하지 않는 쿨함은 오히려 깊은 진정성을 느끼게 했다. 그 덕분에 자칫 질릴 수 있는 포맷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다.

특히 이효리는 민박객들의 이야기나 고민을 잘 들어줬다. 그리고 굉장히 쉬운 언어로 한마디 한마디 툭툭 남겼다. 쉬운 언어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고민을 잘 들어줄 수 있는 것은 모두 자기 자신이 스스로 정리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중심 잡힌 모습은 아이유와의 관계에서도 드러났다. 이효리는 아이유와 단 둘이 차를 타고 가는 동안 과거 자신이 있던 자리에 지금 올라 서 있는 아이유에게 점점 정상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선배 연예인이자 아티스트로서 느끼는 속마음을 털어놓으며 오히려 아이유에게 감사했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방송에서 한 셈인데, 이효리의 삶이 단지 보여지기 위한 패션이 아님이 드러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이런 장면들, 말 한마디 한마디를 통해 이효리는 무언가를 좇거나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중심을 잡고 살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렸다. 이것이 이효리가 민박집을 열면서 거둔 또 하나의 성과다.

지난 24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 <효리네 민박>은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제주도 집에서 한시적으로 민박집을 운영하며 촬영한 관찰 예능이다. 제주도와 민박 콘셉트보다 더 눈에 들어온 건 단연 이효리였다. 이효리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14주 동안 보여준 일기장과도 같았다. 따뜻함, 삶의 한 페이지를 공유하는 기분은 민박집에 찾아온 손님뿐 아니라 일요일 밤마다 <효리네 민박>을 찾았던 시청자들의 마음속으로도 스며들었다.

<효리네 민박>이 거둔 대성공이 말해주듯, 이효리는 이제 톱스타를 넘어서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이제 일요일 밤마다 제주도 효리네 집으로 떠나는 여행은 끝났지만, 이효리는 그 이름 자체가 사람들이 기다리는 방송 콘텐츠가 됐다. 아마도, 예능에서 이보다 더 성공적인 브랜드 스토리텔링 사례는 당분간 찾긴 힘들 듯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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