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지상파 TV로 진출한 김어준, 성공 가능성은?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명절 연휴는 예능계의 첨단 전시장이다. 과거 온가족 특집 쇼프로그램들이 물러간 자리에 내일의 미래를 꿈꾸는 다양한 파일럿 예능들이 각축을 벌인다. 특히 올해 추석은 유례없는 장기 연휴라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MBC는 방송 정상화를 위한 대대적인 파업 중이고 무려 7편의 파일럿을 준비한 KBS나 예능왕국 JTBC와 tvN에서 내세운 파일럿 모두, 면면을 보면 한두 글자만 바뀌었을 뿐 어디서 들어봄직한 기획안이라 김이 샌다. 인문 예능, 여행 예능, 일상 공유, 맛집 탐방, 음악 예능, 육아 예능 등 쿡방 이후 고착화된 예능 콘텐츠의 틀에서 벗어난 신선한 파일럿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그럼 점에서 공중파에서 본격적으로 시도하는 시사예능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는 기대 되는 몇 안 되는 파일럿 중 하나다. 연출을 맡은 김종일 PD는 <그것이 알고 싶다>, <궁금한 이야기 Y> 등을 제작한 교양국 출신이지만 팟케스트를 우리나라에서 대안 언론매체이자 대중미디어 플랫폼으로 자리 잡게 만든 김어준이란 캐릭터, 그리고 <썰전>을 비롯한 시사예능의 포지션 생각한다면 충분히 예능 시청자들이 기대할 만한 재미 요소를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의 구체적인 프로그램 구성안은 아직 베일에 감춰져 있다. 주간 핫이슈를 다루는 시사 토크쇼로서 전문가 인터뷰와 뉴스 해석을 통해 시사, 정치 문제를 김어준 특유의 화법과 시각으로 쉽고 재미있게 풀어줄 것으로 전망되는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기대가 되는 것은 김어준이란 인물이 가진 매력 때문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인터넷매체 <딴지일보>를 통해 자신의 영역을 다졌고, 6년 전 살벌하던 그 시절 기존 언론이 포기했던 메가폰을 집어 들고 안티 MB, 박근혜의 목소리를 높이는 등 시사 이슈를 대중화된 콘텐츠로 가공해 성공시킨 경력이 있다.



그뿐 아니다. 지난해 9월 지상파 라디오 방송에 진출해 더욱 큰물에 뛰어들었다.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만루 홈런을 쳤다. 이른 평일 아침 방송임에도 라디오 점유청취율 조사에서 국내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 중 2위에 이름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데 이는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으로는 가장 높은 순위다. 팟케스트 다시 듣기까지 고려하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만큼 영향력 있는 시사 프로그램이 됐다. 이쯤 되자 그 이른 아침 방송에 유명 정치인들이 앞 다퉈 출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팟케스트에서 라디오로, 성공을 이어가던 김어준이 드디어 공중파 TV로 진출한다. 정상을 향한 계단식 독주다. 메이저 플랫폼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 만큼 팟케스트와 라디오에서 보여준 영향력과 대중적 친화력을 얼마나 발휘할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다. 2015년에 최현석, 백종원 등의 스타 셰프가 등장해 방송가를 맛깔나게 했고, 지지부진한 사회상에다 탄핵정국에 유시민, 설민석 등이 인문학을 바탕으로 사이다처럼 속 시원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주가가 상승했다. 김어준은 이들처럼 방송가 밖에서 들어왔지만 이들처럼 이름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유력 후보인 셈이다.

최근 <썰전>이 다소 답답해진 이유, 탄핵 정국 속에 우후죽순 늘어난 시사예능들이 예전 같은 영향력을 갖지 못하는 이유는 단지 정치 피로도 때문이 아니다. TV조선 <강적들>의 함익병, 이준석, 채널A <외부자들>의 정봉주, 안형환, 전여옥, MBN <판도라>의 정청래, 정두언 등등 시사예능의 특성상 출연자들의 대부분이 정치권에 몸을 담고 있는 까닭에 결국 이슈의 대립과 전선에 명확한 경계가 그어지게 마련이다. 토론의 한계선이다.



초창기 <썰전>에서 TV 비평이 사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생태계 내의 인물들은 기대 이상의 활동성을 보여주기 어렵다. 하지만 김어준은 유시민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성향은 분명하지만 직업 정치인이 아니다. 정치판에서 무언 갈 기대할 것이 없고, 이해관계를 다투는 입장에 서 있지 않기 때문에 다룰 수 있는 주제의 수위와 논의 방향에 제약이 없다. 또 시사예능이냐는 반응 대신 또 하나의 기대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최근, <썰전>의 보수 패널 박형준 교수의 이름이 연예 면이 아니라 다시 정치사회 면 기사에서 오르락내리락하기 시작했다. MB 시대의 적폐가 검찰의 사정권 안에 들어가면서 당시 정무수석을 지냈고, 선거에 나섰던 박형준 교수의 입장이 일면 난처해졌다. 어쩌면 검찰청이나 법정에서 다툴 이야기를 방송에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한다고 해도 변명의 확성기밖에 안 되는 상황이다. 최근 가장 큰 시사 이슈로 떠오른 MB적폐 청산을 <썰전>이 다루기 부담스러워졌다. 이는 프로그램의 발을 묶고, 시청자들에게 염증을 느끼게 할 염려가 크다.

따라서 김어준의 파일럿은 시사예능이 품고 있는 한계를 한 단계 더 벗어난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뻔한 100분 토론이나 웃음 속에서 정치적 공방 구도를 따르는 시사예능이나 오로지 웃음에만 집중하는 기존 토크쇼를 떠나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나눌 법한 다양한 이야기와 뉴스의 해석을 다루는 새로운 시사 콘텐츠로의 가능성을 말이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MBC,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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