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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내 인생’, 소현경 작가 믿고 끝까지는 한번 보련다
기사입력 :[ 2017-10-01 11:07 ]


흥미진진하지만 아쉬운 ‘황금빛 내 인생’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KBS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에 이르기까지 소현경 작가는 꽤 탄탄한 이력을 쌓아왔다. 물론 그 폭발점이 주말극 <내 딸 서영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내 딸 서영이>는 코믹 주말극이 그려낼 수 있는 최고점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후속작이었지만 전작에 비해 결코 밀리지 않았다.

그건 <내 딸 서영이>가 KBS 주말극의 공식처럼 만들어진 편안하고 유쾌한 주말극이란 틀을 단숨에 깨버렸기 때문이었다. 곳곳에 코믹한 요소를 양념처럼 집어넣었기 했지만 <내 딸 서영이>는 기본적으로 비극이다. 아버지를 저버린 것만 빼면 윤리적인 삶을 살아온 그녀가 결혼 후 그 아버지와 다시 재회하면서 자신의 삶이 추락하는 과정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죽음으로 끝을 맺진 않지만 여주인공은 사회적 관계의 신망을 잃는 사회적인 죽음을 겪는다.



이토록 무거운 주제의 드라마가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건 잘 만들어진 탄탄한 이야기 덕이 크다. 대중들은 쉬운 이야기에도 끌리지만 동시에 무겁게 자신을 짓누르는 이야기에도 마음을 내어준다. 단, 그 이야기가 무거운 척만 하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주제를 돌탑처럼 충실하게 쌓아갈 때만 가능하다. <내 딸 서영이>는 50부작이 넘는 긴 이야기 동안 나름 그 과정을 충실하게 쌓아갔다. 그렇기에 여주인공 이서영(이보영)이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할 때 감정적인 카타르시스가 함께 폭발하게 되는 것이다.

비록 <내 딸 서영이>만큼의 시청률은 이루지 못했어도 소현경 작가의 전작은 나름 마니아들을 만들어냈다. 세상을 뜬 인물이 연인의 죽음 후에 세상에서 산송장처럼 살아가는 여주인공에게 빙의하는 SBS <49일>이나 억울한 누명을 쓴 남자의 탈주극을 스릴 넘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낸 MBC <투윅스>까지도 그랬다.



그녀의 최근작이었던 tvN <두 번째 스무살> 또한 작가가 그려낸 여주인공 특유의 서사적 매력이 충만한 작품이었다. 19살에 남편을 만나 결혼한 하노라(최지우)는 현재는 교수 남편과 대학 신입생 아들에게 무시당하는 존재가 된다. 하노라는 결국 아들과 같은 대학에 늦깎이 대학생으로 입학한다. 드라마는 열아홉 이후의 자신만의 청춘을 몽땅 잃었던 하노라가 대학생활을 통해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솔직하지 못하고 속물적인 지식인 사회를 풍자하면서 하노라의 유쾌하고도 솔직한 매력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이 드라마를 통해 최지우는 <내 딸 서영이>의 이보영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이 가진 배우로서의 매력을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제 최근 방영중인 KBS 주말극 <황금빛 내 인생>이 있다. <황금빛 내 인생>에서도 어김없이 여주인공의 서사는 등장한다. 여주인공 서지안(신혜선)은 중산층에서 몰락한 가정의 딸이다. 드라마는 극 초반 그녀가 을에 위치에서 당하는 여러 가지 억울한 상황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곧바로 그녀의 친부모가 실은 재벌가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녀의 삶은 달라진다. 물론 진짜 재벌가의 딸은 서지안의 쌍둥이 동생 서지수(서은수)다. 하지만 서지안의 장래를 위해 그녀의 어머니는 딸을 재벌가로 보낸다.



다만 이와 같은 서사는 1980년대 김수현 작가의 주말드라마 <사랑과 진실>에서부터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구조다. 다만 소현경 작가는 여기에 여주인공이 정작 자신은 가짜 딸로 재벌가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설정을 추가한다. 여주인공 서지안은 자존감이 강하고 자기 방어적 성향이 강한 인물이다. 이 인물이 자신의 황금빛 인생이 가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 때의 인간적인 고통을 드라마는 극적으로 그려낼지도 모르겠다.

이 과정은 그러나 지금까지는 그렇게 새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빠른 전개 덕에 흥미진진하지만 익숙한 패턴을 그냥 지켜볼 뿐 작가의 전작처럼 다음 순간이 기대되거나 여주인공의 서사에 큰 관심이 가지는 않는다. 오히려 평범하고 빤한 유통기한이 지난 주말극을 보는 기분마저 들 때가 있다.



이런 아쉬움은 평범한 을인 서지안이 겪었던 억울한 사연들이나 그녀가 들어간 재벌가의 모습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사회생활을 하던 서지안의 일화들은 몇몇 뉴스에서 보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뉴스에서 본 기시감 이상의 특별한 느낌은 없다. 반대로 재벌가의 모습은 드라마가 아닌 무언가 소공자나 소공녀 류의 동화에 등장하는 부잣집 같아 이질적이다.

그럼에도 <황금빛 내 인생>을 저버리기는 조금 아쉽다. 소현경 작가는 드라마의 후반까지 힘을 잃지 않는 흔치 않은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무언가 빤하고 김빠지는 설정을 드라마틱하게 비틀 거란 기대감을 아직까지는 버리기가 쉽지 않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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