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온도’ 양세종, 연기의 온도도 더 뜨거워졌다

[엔터미디어=정덕현] SBS 월화드라마 <사랑의 온도>에서 양세종이 연기하는 온정선이라는 캐릭터는 그 이름에 드러나 있는 것처럼 관계에 있어 확실한 선을 긋는 인물이다. 그래서 현수(서현진)를 처음 보고는 사랑에 빠져 “사귈래요?”라고 묻고 매번 다가갔지만 끝내 거절당하자 그는 선을 넘지 않고 외국으로 요리 유학을 떠난다.

물론 그건 선을 넘지 않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사랑이 식은 건 아니다. 다만 선을 넘는 것이 그에게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보여줄 뿐이다. 그가 이런 성격을 갖게 된 건 아무래도 부모의 영향이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로 인해 엇나가버린 어머니를 보면서 관계가 주는 무게감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그는 알았을 테니까. 한번 맺어진 관계는 끊어내려 해도 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러니 관계 맺기에 선을 넘는 일에 그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그래서 현수와 헤어진 후 각각 꿈이었던 작가와 요리사가 되어 다시 만나지만, 이별 이후 후회하며 그것이 뒤늦게 사랑임을 알았던 현수가 그에게 사랑을 고백해도 그는 일단 선을 긋는다. 이미 타이밍을 놓쳤다고 말한다. 한 번 마음을 꺼내놓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가를 그는 새삼 현수에게 일깨운다.



하지만 선을 그어도 마음 한 구석에 더 강하게 타오르는 감정이 온정선이라는 인물의 실체다. 그가 애써 선을 긋는 이유도 알고 보면 자신 속에 타오르는 감정의 온도가 그 누구보다 뜨겁다는 걸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걸 애써 누르고 있는 것. 그래서 그에게서 느껴지는 어떤 쓸쓸함 같은 건 어린 시절 겪은 상처들로 인해, 뜨거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낼 수 없는 인물이 주는 아픔 같은 게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마음속으로는 뜨겁게 갈구하지만, 겉으로는 더 차갑게 선을 긋는다.

<사랑의 온도>에서 온정선이라는 캐릭터는 이처럼 그 내면의 감정 상태가 복잡 미묘하다. 어린 나이에도 지나치게 성숙하다 싶고, 그러면서도 애처럼 순진하게 마음을 드러내며 다가가기도 한다. 그러다가 상처 입을 것이 두려워 선을 긋지만, 그 마음속에는 여전히 사랑의 불길이 꺼지지 않고 타고 있다. 이 밝아 보이는 인물에게서 어딘지 모를 어둠이나 쓸쓸함 같은 게 묻어나는 건 그래서다.



양세종은 거의 2년 남짓의 시간 동안 엄청난 성장을 보여준 배우다. 처음 <사임당, 빛의 일기>에서 어린 이겸과 한상현 역할을 했을 때만 해도 아직 신인의 풋내가 많이 묻어 있었다. 그러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도인범 역할에서는 <사임당, 빛의 일기>와는 사뭇 다른 금수저 캐릭터를 소화해내더니, <듀얼>에서는 1인2역의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를 통해 그의 연기가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그는 2년 남짓의 시간을 거쳐 <사랑의 온도>의 주인공인 온정선으로 서게 됐다. 이렇게 보면 그의 연기는 매번 어떤 깊이를 더하며 급성장한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의 이름처럼 ‘감정선’을 제대로 살려내는 <사랑의 온도>에서의 주인공으로 그는 제대로 자리매김했다. 그간 한층 뜨거워진 연기의 온도를 가지고.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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