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메이커’·‘100인의 선택’ 추석이면 또 먹방, 여행인가

[엔터미디어=정덕현] 명절이면 쏟아져 나오는 파일럿 프로그램들. 올해는 KBS와 MBC가 총파업 중이라 새로운 파일럿 프로그램은 적을 줄 알았지만 웬걸? MBC는 파일럿을 내놓지 못했지만 KBS는 <100인의 선택>, <혼자 왔어요>, <1%의 우정>, <줄을 서시오>, <백조클럽>, <건반 위의 하이에나>, <하룻밤만 재워줘>까지 꽤 많은 파일럿을 내놓았다.

SBS도 <트래블 메이커>, <내 방 안내서>, <워너시티>, <박스라이프> 등을 내놓았고, tvN <골목대장>, <김무명을 찾아라>, JTBC <이론상 완벽한 남자>도 파일럿 대열에 올랐다. 우선 추석 전 첫 선을 보인 파일럿으로 SBS <트래블 메이커>와 KBS <100인의 선택> 그리고 tvN <골목대장>, JTBC <이론상 완벽한 남자>가 방영됐는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다.

<트래블 메이커>는 연예인이 중심이 되어 저 스스로 여행 계획을 짜고 일반인 투어를 시켜주는 프로그램인데, 흔한 여행 예능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영자와 남진이 출연해 각각 홍성과 목포를 여행한 <트래블 메이커>는 하지만 일반인들의 참여가 있다고는 해도 거의 존재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영자는 홍성5일장에서 여행하면 빠질 수 없는 먹방을 선보였지만 어딘지 저녁 프로그램에 늘상 보던 풍경이었고, 남진은 자신의 고향인 목포를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론 개인 콘서트로 마무리가 되었다.

이번 추석 명절에 파일럿으로 역시 눈에 띄는 소재는 여행이었다. <혼자 왔어요>가 그렇고, <하룻밤만 재워줘>, <내 방 안내서>가 그렇다. 물론 아직 이 프로그램들은 방영되지 않았지만 여행이라는 소재는 사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나왔던 소재다. 같은 여행이라는 소재라도 얼마나 차별화된 형태로 보여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KBS <100인의 선택>은 100명의 맛 검증단이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고 맛을 검증하는 프로그램. 하지만 너무 평이한 먹방이었다는 의견이 많다. 실상 100명이 아니라 50명이 출연해 2개의 음식점을 검증한 이 프로그램은 엄정한 평가라는 느낌을 내려 노력했지만 생각만큼의 설득력을 갖기는 힘들었다. 물론 50명이 함께 하는 맛 평가라는 풍경은 장관일 수 있지만 스펙터클 그 이상을 주지는 못했다. 물론 명절에 편하게 보는 프로그램 소재로 먹방이 선택되는 건 흔한 일이지만 이런 평이함으로 정규화되기는 쉽지 않을 듯싶다.

tvN <골목대장>은 콘셉트가 추억을 소환한 게임 예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생각만큼 감성을 건드리기보다는 개그맨들의 게임 대결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게임 예능은 사실상 <무한도전>이나 <1박2일> 그리고 <런닝맨> 등을 통해 충분히 시청자들이 봐왔던 것이다.

그나마 신선하게 다가온 건 JTBC <이론상 완벽한 남자>였다. 흔한 코칭 프로그램과는 달리 여러 과학적 장치들을 동원하고 실험을 통해 ‘이론상’ 매칭이 되는 상대를 찾는 이 프로그램은 그 구성이 흥미로웠다. 물론 일반인들이 출연하지만 신동엽 특유의 재치 있는 진행이 돋보였다.

아직 긴 추석 명절이 남아있고, 방영되지 않은 파일럿들도 꽤 많다. 총파업의 영향이 적지 않지만, 파일럿 프로그램들은 숫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양적으로 많아도 질적으로 신선한 프로그램을 찾기가 쉽지 않다. 먹방과 여행, 게임... 명절이라는 시기가 주는 특정한 분위기 때문인지 파일럿이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이래서는 명절하면 파일럿이라는 공식이 여전히 유효한가를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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