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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파일럿엔 싸늘한 반응 당연하다, 서운해 마시라
기사입력 :[ 2017-10-07 16:12 ]


파일럿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 추석 연휴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추석 연휴가 워낙 긴 까닭에 이번 명절에 편성된 파일럿들은 일종의 특혜를 안았다. 그전까진 내부적으로 정규화가 어느 정도 확정된 기대작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한 회 정도 분량만 부여받았던 것과 달리 최소 2회 이상 시청자들 앞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연휴 파일럿의 첫 스타트를 끊은 tvN의 <골목대장>이나 KBS2 <혼자왔어요>도 그런 경우다. 하지만 더 많은 노출이 꼭 더 좋은 결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한계나 문제점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골목대장>은 <코빅>의 코미디언들 위주로 구성한 리얼버라이어티쇼다. 성공한 개그맨들이 어린 시절 개그맨의 꿈을 품었던 동네를 찾아가 다양한 게임과 놀이를 통해 그 시절의 감성과 기억을 되돌아본다. 지금은 파업으로 인해 잠시 쉬고 있지만 라디오DJ로 활약하며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중반 추억 콘텐츠로 큰 인기를 끈 김신영을 비롯해 동두천의 양세형, 양세찬 형제, 화성 발안에서 함께 꿈을 키운 이용진, 이진호 그리고 또 다른 <코빅> 멤버인 장도연, 황제성과 게스트 문세윤, 김희철 등 <코빅> 가족이 주축을 이룬 상황극, 무근본 예능에 특화된 인물들이 화면을 꽉 채운다.

지금까지 <개그콘서트> 멤버들을 단체로 내세웠던 <인간의 조건1>을 제외하고 개그맨 크루들이 예능으로 넘어와 성공한 전례가 없다. 각개 전투도 고전을 면치 못했고, 함께할 때면 더더욱 쇼코미디 무대와 리얼버라이어티라는 차이에서 오는 경험 부족과 다른 호흡법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 한마디로 무대에서 에너지로 관객을 휘어잡던 특유의 ‘오버’와 ‘파이팅’, 그리고 그들의 무대 뒤 떠들썩한 뒷풀이 문화는 예능 시청자들과 교감을 나누는데 번번이 실패해왔다.

아쉽게도 <골목대장>도 이 범주에서 자유롭지 않다. <코빅>의 확장판이란 것 외에 기존에 지적된 코미디언 예능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를 찾는 여정이 기본 진행 방식이자 구조다. 그 과정에서 황당한 에피소드가 펼쳐지고, 이른바 웃기는 사람들이 펼치는 ‘무근본’ 코미디가 난무한다. 하지만 무근본이란 말은 대체로 포장술일 뿐이다. 진행과정을 시청자들이 공감하거나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순간순간 터지는 단발적인 재치와 웃음만으론 이야기에 집중시킬 수가 없다. 몸개그, 짓궂은 장난과 강약조절이 안되는 중구난방 에너지 분출 등 “개그맨들이 모이면 이렇게 된다”는 장도연의 말이 웃음이나 교감이 아니라 한계로 다가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골목대장>은 개그맨들을 데리고 가장 개그맨들이 익숙한 방식의 예능을 펼쳤지만 익숙한 그림을 반복하는 데 머물러 있다. 추억의 복고 게임이나 패션쇼, 노래자랑, 몰카 등 다양한 에피소드가 진행되는 와중에 중심을 잡고 교통정리를 해주는 메인 MC의 부재는 더욱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0여년간 왜 단 몇 명의 MC가 예능 진행을 도맡아 하고 있는지, 왜 개그맨의 예능 유입이 20여년 동안 더디게 진행되는지 그 이유를 다시 한 번 깨닫는 데 단 두 차례 방송이면 충분했다.



<혼자왔어요>는 요즘 유행하는 여행예능을 다양하게 다뤄보겠다는 야심이 두드러진다. 주제가 있는 여행을 다녀온 출연자들이 스튜디오에 나와 4명의 MC들과 여행기를 함께 돌아보며 여행지에서 느낀 이야기를 나누는 ‘관찰’에 포커스를 맞췄다. 덕분에 여행 예능의 다양한 형태를 다루는 데 제약이 없다. 오키나와로 떠난 1회는 청춘남녀의 썸을, 강원도로 떠난 2회에서는 선후배 아이돌(가수)의 멘토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역시나 다양한 차림표를 가진 식당보다 한 가지 메뉴만 우직하게 해내는 식당이 맛집일 확률이 더 높다는 생활의 지혜를 다시 한 번 깨우치게 했다.

청춘남녀가 한정된 시공간 속에서 썸을 타고 그 모습을 스튜디오에서 MC들이 지켜보는 설정은 채널A의 <하트시그널>을 비롯해 <짝> 등 여러 청춘로맨스 예능에서 숱하게 본 그림이었다. 황보, 제아, 뮤지와 데뷔 1년차 미만 신입 아이돌들의 1박2일 팬션 여행은 그 취지가 어떻든 그 목적을 달성하기에도, 여행의 감흥을 즐기기에도 충분치 않은 시간 속에서 진행됐다. 결국 여행이 남긴 것은 여행의 즐거움, 여운 등이 아니라 출연진들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부각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 번지점프나 스카이워크 같은 레저 액티비티로 긴장감을 주조하고 주요 에피소드를 마련하는 장면은 한창 어려웠을 때의 <언니들의 슬램덩크>를 생각나게 할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혼자왔어요>는 다양한 여행을 다루겠다고 하지만 정작 여행의 가장 핵심인 설렘이 빠져 있다. 나홀로 해외여행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요즘 트렌드에 따른 프로그램 제목과 매치도 이뤄지지 않는다. 여행예능과 같은 정서적인 예능 콘텐츠가 보여주기식으로 머물 때 시청자들은 냉혹하게 반응한다. 그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나 공감대 없이 이슈를 끄는데 그치는 설정이나 전개에도 마찬가지다.

기존의 캐릭터와 장르를 확장시키거나 새롭게 틀어서 보여주는 데 실패한 두 프로그램을 보면서 파일럿이 지양하고 지향해야 할 바를 생각하게 한다. 단순히 캐스팅을 색다르게 했다고 새로운 프로그램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굳이 기존의 콘셉트나 유행을 벗어나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왜 이 파일럿을 새롭게 준비했는지 그 이유가 단 하나라도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좋은 평을 받기는 어렵다. 어느덧 연휴는 종반에 다다랐지만 기대를 넘어선 파일럿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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