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시대2’, 그 어떤 청춘물보다 와 닿았던 까닭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청춘시대2>는 순간에 대한 드라마다. 시간이 멈춰 있다거나 청춘을 내세운 하이틴물의 전형이란 뜻이 아니다. 미스터리한 사건을 기반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젊은 날의 기억 속에 새겨진 복잡 미묘한 분위기를 정교하게 담아낸 감정과 기억을 다루는 섬세한 드라마다. 그래서일까, 벨에포크 하메들의 이야기는 특별한 마무리나 사건의 명쾌한 결말이 없음에도 그 다음을 궁금하게 만든다.

<청춘시대2>의 매력은 크게 두 가지로 읽힌다. 첫째는 개성 강한 캐릭터의 존재다. 청춘물의 기본 공식은 매력적인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유사가족 커뮤니티를 이루는 것이다. 청춘의 한때에 천착하는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들이나 미드 <프렌즈>, <응답하라>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다. <청춘시대2>도 이 공식을 철저하게 지킨다. 캐스팅 단계부터 드라마 속 세계관의 연속성을 지켜내며 캐릭터와 커뮤니티에 대한 애정과 친밀감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박혜수를 제외하고 시즌1의 주요 멤버들이 대부분 출연했고, 류화영, 윤박의 경우 카메오 형식으로라도 등장해 신의와 반가움을 건넸다. 덕분에 주연 배우들은 이제 대중적으로 실제 이미지보다 극중 캐릭터로 더욱 친숙하다.



신선한 얼굴을 소개하고 가능성을 알리는 청춘물 특유의 라이징스타 경연장으로써의 면모도 발휘했다. 시즌1에서 한예리 등이 주목을 받았다면 이번엔 송지원 역을 맡은 박은빈이 주연롤을 맡아 지난 시즌 보여준 감초 이상의 가능성을 선보였다. 또, 조은 역을 맡은 매력적인 배우 최아라를 발굴했다. 최아라는 신선한 마스크만큼 신선한 구도인 장신 보이시녀와 키 작은 남자라는 신선한 로맨스라인을 달달하고 예쁘게 그렸다.

<청춘시대2>의 두 번째 매력은 제목과 달리 우리가 아는 그 청춘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춘에 접근하는 방식이 꽤나 본질적이다. 미래의 설렘과 불안, 처음 겪는 생경한 경험에서 느끼는 청춘의 오감을 현실적인 배경 속에서 비현실적인 사건들이 얽힌 미스터리에 녹여낸다. 여느 청춘물과 다른 아기자기하면서 울퉁불퉁한 전개 방식이다. 그래서 가볍고 풋풋한 공기와 무거운 사건과 삶의 무게가 교차하고 청춘드라마의 익숙한 장면과 낯선 접근이 마치 질풍노도의 시기를 걷고 있는 청춘의 나날처럼 뒤섞인다. 청춘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은 청춘시대 시리즈의 독보적인 지점이다.



이런 독특한 전개 방식은 풋풋함 속에 배어있는 청춘물 고유의 유치한 맛을 잡아낸다. 한계를 한 단계 뛰어 넘는 성장의 통쾌함이나 희망찬 응원은 등장하지 않는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올라가는 계단식 성장스토리도 없다. 성장 스토리의 마지막 이벤트였던 라스가르드의 고별무대와 송지원의 재판은 즉각적인 변곡점이 아니라 일상의 한 순간에 지나지 않았다. 즉, 대단히 상징적인 허들을 넘더라도 아무튼 달라진 건 없다. 언제나 밝고 명랑한 송지원도 대단한 용기를 내긴 했지만 원더우먼처럼 히어로는 아니었다. 세상과 맞서면서 불안과 두려움에 벌벌 떠는 그 나이 또래의 평범한 누군가일 뿐이었다. 비현실적인 에피소드에서 마주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캐릭터와 상황. 이런 식의 익숙함을 배신하는 믹스매치는 <청춘시대2>의 전매특허다.

따라서 이야기에 별다른 매듭이 없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군입대한 서장훈(김민석)을 기다리는 조은의 고무신 연애나 은재(지우)의 다음 연애나 지원의 첫 연애와 재판 결과, 예은(한승연) 커플의 미래와 진명의 앞날, 해임달(안우연)의 인생 역전기 등등 어떤 결론도, 관성적으로 끌리는 결말도 짓지 않는다. 대신 이야기의 완결보다는 그 한때의 순간과 그 시절의 감정을 다시 지피는 데 집중한다. 관계와 전개에 매듭이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건 산출되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게 진짜 청춘에 더욱 가깝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만나는 현실, 설레는 기대, 자기 확신에 대한 불안,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는 에너지와 위로가 필요한 순간은 저마다의 삶과 사정 속에서 청춘이란 이름으로 겪었을 감정이다. 언제나 둥지가 되어줄 유사가족 커뮤니티라는 로망과 함께 바로 이 공감대가 청춘을 별다르게 포장하지 않아도, 웃음과 잔망이 터지는 와중에 진지하고 때론 불편하기까지 마이너한 전개 방식에도 불구하고, 교감으로 똘똘 뭉친 굳건한 팬덤이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이유다. <청춘시대2>의 조금은 괴이한 청춘 이야기가 그 어떤 청춘물보다 와 닿았던 까닭이다. 벨 에포크는 그렇게 이제 우리 시대 청춘의 한 순간을 담아낸 상징적인 시공간이 되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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