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숲지기 가족·제작진과 배우 이소연을 칭찬합니다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대개 연기자들은 한 작품이 끝나고 나면 인터뷰라든지 토크쇼를 비롯한 예능 프로그램 출연, 또 광고나 해외 화보 촬영 등의 밀린 일정을 소화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 그런데 이소연은 좀 달랐다. MBC 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의 ‘이지영B’ 역에서 빠져나온 그가 택한 건 KBS1 <힐링다큐-나무야 나무야>다. <힐링 다큐-나무야 나무야>는 기나긴 세월 묵묵히 한 자리를 지켜온 나무와 숲이 건네는 위로와 희망,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지난 설 특집 3부작에 이어 올 추석 연휴에도 1, 2부로 나뉘어 방송됐다.

화려한 일상 대신 진정한 휴식을 찾아 나선 배우 이소연. 이소연이 나무를? 숲을 찾았다고? 극 중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 때문인지 의외의 선택으로 다가왔다. 설 특집 <나무야 나무야>를 통해 큰 감동을 받았던 나로서는 살짝 걱정도 됐다. 그런데 웬걸, 어릴 적 시골에 살아서 송사리도 잡고 다슬기도 잡으며 놀았다고 한다. 아마 자연이 내는 추억의 소리와 냄새가 그리웠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최상의 선택이 아닌가.



사실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제작 현실은 암담하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비해 몇 배나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가 늘 발목을 잡는다고. <나무야 나무야>만 해도 단 1회 방송을 위해 6개월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제작비는 예능이나 드라마의 5분의 1도 채 안 되는 수준이라지 뭔가. 다큐멘터리들이 화제성이나 시청률 면에서 뒤처지다 보니 방송이 되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아야 하나?

그간 다큐멘터리 제작진들이 자구책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높은 유명인들에게 내레이션을 맡기거나 직접 참여시키는 등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을 해왔지만 섭외 단계부터 난항이란다. 흔히 말하는 가성비가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리라.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비용은 비용대로 들고, 눈에 들어오는 효과는 없으니 계산에 밝은 기획사들이 관심을 보일 리 없다.

이를테면 이번 <나무야 나무야> ‘하동 편백나무 숲’ 촬영에 1박 2일의 시간을 투자한 이소연이 SBS <런닝맨>이나 KBS2 <1박 2일>에 출연했다면? 20~30배가 넘는 기사가 쏟아져 나올 게 분명하지 않나.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나무야 나무야> ‘하동 편백나무 숲’ 편은 이소연을 위한 맞춤 제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체인 나무와 숲, 그리고 오랜 기간 숲을 정성스레 가꿔온 숲지기에 중심을 두면서도 숲을 찾아온 이소연과의 어우러짐을 고려한, 진심어린 전개가 돋보였으니까.



최근 들어 유명인이 다큐멘터리 작업에 참여하는, 즉 ‘프리젠터’로 기획부터 제작에 적극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이소연의 경우 이번에는 일부에만 참여했지만 앞으로 좀 더 심도 있는 참여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경남 하동군 옥종면 위태리 물안골 편백나무 1대 숲지기 김용지 어르신은 일본 땅에서 갖은 멸시와 차별 속에 고물상을 하며 어렵사리 번 돈으로 고향인 하동에 편백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기꺼이 애국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무려 여의도 면적의 반에 해당하는 크기의 숲을 평생을 바쳐 가꿔온 숲지기 가족은 ‘모두를 위한 숲을 만들고 싶다’며 15만평(편백나무 20만 그루, 약 45억 원 가치)을 나라에 기증했다. 2019년이면 국유림으로 일반에게 공개가 될 예정이라고 하니 많은 이들에게 큰 위안이 되지 싶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나라 사랑하는 마음으로 꾸준히 숲을 가꿔온 숲지기 가족, 적은 비용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각지의 아름다운 나무와 숲을 알리기에 앞장 서온 제작진들, 인기 예능 프로그램 대신 다큐멘터리에 출연을 결정해준 배우 이소연. 모두모두 칭찬합니다!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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