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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만 재워줘’ K팝·한식 강요, 썩 유쾌하지 않은 기시감
기사입력 :[ 2017-10-10 13:39 ]


‘하룻밤만 재워줘’, 진짜 문제는 국제민폐 논란이 아니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이번 추석 연휴 파일럿을 둘러보고 내린 총평은 ‘별다른 징후 없음’이다. 긴 연휴가 예고된 것에 비해 준비된 프로그램들의 실험정신, 색다른 콘텐츠, 확장의 가능성 등등 여러 측면에서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그중 연휴 마지막날 저녁에 편성된 KBS2 <하룻밤만 재워줘>는 이런 경향을 아우르는 종합판이었다. 예고편만으로 이미 민폐 논란이 한번 거세게 일기도 했지만, 해당 논란보다 더 아쉬운 점은 따로 있었다. 분명 첫 선을 보인 파일럿임에도 기시감을 넘어서 이런저런 프로그램의 이름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떠오른다는 거다.

<하룻밤만 재워줘>의 기획 과정은 그렇지 않았겠지만 현재 방송하고 있는 몇몇 프로그램들을 블렌딩한 것처럼 느껴진다. 가장 먼저 와 닿은 맛은 우리 주변 이웃의 삶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간 JTBC의 <한끼줍쇼>다. <하룻밤만 재워줘>는 카우치서핑을 예능으로 풀어낸 프로그램인데, 현지인의 집에서 무료로 숙박을 하고 간단한 선물이나 요리를 해주는 카우치서핑보다 <한끼줍쇼>가 더 먼저 생각난다. 그 이유는 해외, 식사 대신 잠자리라는 난이도를 제외하면 인지도가 먹히지 않는 난감한 상황에 빠진 연예인을 보는 재미는 물론, 누군가의 집에서 정을 나누고 일상 공간 혹은 인생의 한 부분을 공유하는 연대의 경험 등등 보여주고자 하는 재미 요소와 그림이 인기예능 <한끼줍쇼>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 뒤따라오는 맛은 이상민에게 ‘궁상민’이란 별칭을 만들어준 SBS <미운우리새끼>다. 파일럿에서 드러난 이상민의 인간적인 면모들은 <미우새>에서 궁상민으로 만났던 모습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카우치서핑 자체가 초절약 일본여행을 떠났던 이상민의 캐릭터와 맞닿아 있고, 줄리아와 마르따 쌍둥이 자매네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보답으로 차려낸 한식상 또한 이상민이 아끼는 도마 위에서 뚝딱 차려내는 상차림을 보는 듯했다. 그 이후 벌어진 댄스파티 겸 이별 파티에서 들려준 룰라와 코요테의 히트곡 메들리도 마찬가지다.

작은 도시에서 때마침 우연히 만난 빅뱅 팬인 줄리아와 마르따를 만난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의 식탁에까지 초대받아 평범한 이탈리아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문화교류의 기회를 갖는다. <하룻밤만 재워줘> 내에서는 반전이자 하이라이트였지만 KBS1 <걸어서 세계 속으로>나 여러 K-POP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수차례 경험한 가장 익숙한 맛이다. 여기서 미뢰를 자극하는 끝 맛이 나타나는데, 문화체험으로 여행예능을 풀어가려는 시도는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현지인들과 어우러지는 여행은 JTBC <비긴어게인>에서 느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야박한 평가가 필요 이상의 예민함이면 좋겠다. 하지만 보여주고자 하는 그림은 빈곤했고, 재미 요소로 삼은 포인트들은 너무나 빤히 예상되는 정서와 볼거리였다. 초반에 재워줄 로마 시민을 찾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장면들도 충분히 예상된 그림이었고 마르따의 가족과 정을 나누고 서로의 음식 문화를 체험하는 모습들은 식상한 것을 넘어서 너무했다.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와 체험 대신 한 쪽으로는 좋은 사람들임을 부각하면서 감동 코드를 삽입하고, 한 쪽으로는 어김없이 K팝과 한식을 메인 요리로 삼아 한국 문화를 전파했는데, 썩 유쾌하지 않은 기시감이 드는 건 이런 방식은 블랙리스트가 창궐하던 MB시대에 자주 통용되던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민은 한식을 접한 적 없는 이탈리아 가족에게 김치찌개를 요리하고, 김종민은 삼겹살을 구웠다. 깻잎 김치 등 한국에서 챙겨간 반찬들로 차린 아침 식사를 차렸다. 이들의 정성은 높이 사지만 현지화에 대한 고민 없이 한식을 차려내고 맛있다는 감탄을 리액션으로 담아내는 건 강요에 가깝다. 그 후 이어진 생소한 히트곡 메들리 댄스파티는 말 그대로 이벤트다. 이탈리아의 가정을 방문했다는 희소성과 의미는 휘발된 전형적인 우리 시청자들을 위한 에피소드일 뿐이다. 기획의도가 카우치서핑의 정신에 가까운 게 맞다면 그들 가족의 일상을 엿보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에 슬쩍 녹아들면서 재미가 열매를 맺는 편이 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러나 게스트인 이상민과 김종민이 방송을 진행하듯 분위기를 이끌어나갔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늘 쓰는 말이 있다. 말은 안 통해도 ‘진심은 통한다’는 거다. 그러나 지금 시대 사람들은 보다 학구적이다. 해외 문화를 접하는 보편적인 경험치가 점점 쌓이면서 더 높은 단계의 소통과 새로운 관계에서 오는 즐거움을 원한다.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카메라를 들고 재워달라고 청하는 콘셉트나 정을 나누는 감동 속에 한국 문화 선전에 가까운 볼거리는 신선함보다는 오히려 민폐 논란과 자연스럽게 맞닿는다. 최근, 앞서 언급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와 함께 SBS <내 방 안내서> 온스타일 <서울메이트> JTBC <나의 외사친> 등 글로벌한 문화 교류 이벤트가 예능에서 속속 시도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신선한 기획임을 내세운 <하룻밤만 재워줘>가 꺼내든 카드는 이미 오래 전에 유효기간이 지난 버전이었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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