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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 마동석 있기에, 미국산 슈퍼히어로 부럽지 않다
기사입력 :[ 2017-10-10 16:02 ]


‘범죄도시’, ‘청년경찰’과 달리 중국동표 비하 논란 덜한 이유

[엔터미디어=황진미의 편파평론] △이 영화 찬(贊)△. (본문 중 영화 내용의 누설이 있습니다. 영화를 관람하실 분들은 참고 바랍니다.) <범죄도시>는 가리봉동을 배경으로 폭력조직을 소탕하는 형사의 활약을 그린 액션영화이다. 영화 <범죄도시>는 범죄물이라기 보다 슈퍼히어로물에 가깝게 느껴지는데, 이는 마동석이라는 배우에게 최적화된 캐릭터를 통해 호쾌한 액션과 ‘귀요미’ 코미디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또한 악역을 맡은 윤계상을 비롯하여 여러 배우들의 연기도 기대 이상의 합을 보여준다. 워낙 잘 구축된 캐릭터이기 때문에, 흥행이 잘될 경우 시리즈물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 외국인 범죄를 다루고 있지만, <청년경찰>보다 거북함이 덜하다

<황해><악녀><청년경찰>에 이어, <범죄도시>도 중국동포들을 범죄의 주체로 그린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약 절반가량이 중국 국적(조선족+한족)을 갖고 있다. 가장 흔하게 보는 이방인인 만큼,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중국계 외국인들을 타자화 시키는 방식으로 표출되기 쉽다. 하지만 중국계 외국인들이 실제로 더 많은 범죄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이들의 범죄율은 오히려 한국인들의 범죄율보다 낮다. <청년 경찰>이 중국동포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유포한다고 항의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범죄도시>도 중국동포의 조직범죄를 다루기 때문에, 외국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긴다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다행히 <청년경찰>에 비해 거북함이 덜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실화라는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다. 영화는 2004년 조선족 ‘왕건이파’ 14명을 무더기 검거한 사건과 2007년 조선족 조폭인 ‘옌벤 흑사파’ 32명을 검거한 실제사건을 모티브로 삼는다. ‘옌벤 흑사파’의 두목 양씨는 가리봉동 신차이나타운의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해 나갔는데, 칼과 도끼를 가지고 다니면서 폭행과 상해를 일삼으며 돈을 빼앗고 청부살인을 의뢰받기도 하였다. 영화는 바다이야기가 한창 유행하던 2004년의 가리봉동을 배경으로, 하얼빈 폭력조직의 행동 대장이었던 장첸(윤계상)이 가리봉동에 와서 펼치는 잔혹한 범죄를 잘 보여준다. 실제로 당시 ‘옌벤 흑사파’는 강남에 근거를 둔 국내 조직폭력배와 부딪히면서 세력을 확장해나가다가 경찰에게 소탕되었는데, 영화 <범죄도시>는 이러한 구도를 잘 반영한다.



둘째, 외국인과 한국인이 선악의 구도로 나누어지지 않는다. 영화 속 가리봉동에는 이미 두 개의 조선족 폭력조직과 한국인 폭력조직이 힘의 균형을 이루며 살고 있다. 장첸은 하얼빈에서 창원으로 건너가 세력을 키우다가 서울로 입성한 무뢰배인데, 그가 등장함으로써 가리봉동의 생태계의 질서가 깨진다. 마형사(마동철)는 기존의 폭력조직과 적당히 유착된 채 이들을 관리해오던 경찰이다. 장첸은 그곳의 유일한 악인이 아니고, ‘밖에서 굴러온 돌’이자, ‘상도덕’을 지키지 않는 자이기 때문에 공적이 된다.

이러한 구도는 <청년경찰>과 매우 다르다. <청년경찰>에서 대림동은 아예 한국경찰이 관여할 수 없는 게토이다. 그곳에서 중국동포들이 끔찍한 조직범죄를 저지르는데, 정의롭고 용감한 한국의 경찰대생들이 그곳의 악과 맞선다. 안과 밖의 구분이 명확한 가운데, 악에 물들지 않은 한국의 청년들이 선이요, 중국동포들이 반인륜적 범죄를 저지르는 악이라는 전선이 분명하다.



셋째, 피해자의 구도가 다르다. 장첸의 범죄로 인해 피해를 당하는 이들은 중국동포들이다. “동포끼리 도와야지”라는 말을 끔찍하게 싫어하는 장첸은 중국동포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 상인들은 이들의 협박과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한다. 그러나 마형사가 적극적인 소탕의지를 보이자, 이들은 장첸 일당의 검거에 협조한다. 영화에서 가장 짠한 장면은 중국동포 소년과 노인의 죽음인데. 이는 <범죄도시>에서 피해자가 누구이며 경찰이 누구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반면 <청년경찰>에서 피해자는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었다. 여기에는 국가의 경계선 뿐 아니라, 젠더의 경계선도 존재한다. 피해자들이 당하는 범죄가 젠더 폭력의 성격을 띠고, 이들을 구원하는 경찰대생들이 사건 직전에 나이트클럽에서 여자에게 무시당하고 길에서 참한 연애상대를 물색하고 있었다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즉 <청년 경찰>의 서사는 여성들로부터 존중과 사랑을 받고 싶은 한국남자들이 여성들을 납치하고 생식기관을 훼손하는 외국인들로부터 자국 여성을 구한다는 민족적 젠더적 판타지를 담는다. 영화의 마지막에 경찰대생에게 찾아와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는 피해자의 모습은 영화 전체가 자국 여성을 지킨다는 한국남성의 정신승리에 복무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에 비하면 <범죄 도시>의 피해자 구도가 매우 순연함을 알 수 있다.



◆ 형사물이라기 보다는 히어로물

영화 <범죄도시>는 강력반 형사의 활약을 그리지만, 여타의 형사물과는 다른 결을 지닌다.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사건의 복잡함이나 수사의 지난함 등이 아니다. 마형사는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던진다. 그가 과하게 발달된 삼두박근으로 뒷면을 볼 수 없는 팔뚝을 과시하듯 이러 저리 돌리거나, 상대를 맨손 따귀로 한방에 기절시키는 장면을 보노라면 영화의 성격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마동석의 피지컬을 100% 활용한 마형사 캐릭터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며, 사건 해결은 마형사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일 뿐이다. 가령 여러 계파의 조직 폭력배들이 이해관계로 얽혀있는 사건 현장에 마형사가 “우와, 깡패다” 하며 등장할 때, 관객들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라 조마조마한 긴장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곧 마형사가 몇 번의 강력한 핵펀치로 이들을 때려눕히고 친숙한 유머로 사태를 마무리 지을 것을 알기에, 두근두근 기대를 품는다. 이는 수사를 위주로 사건해결을 보여주는 형사물을 보는 태도와 완전히 다른 관객의 심리상태로, 슈퍼히어로물을 볼 때의 감상태도와 비슷하다.



흡사 헐크를 보는 듯한 육중한 근육질의 몸매에 짧고 굵은 액션, 그리고 단순 명료한 성격에 의외의 유머를 구사하는 마형사 캐릭터는 마동석과 떼려야 뗄 수 없다. 이는 마동석과 원래부터 친분이 있던 강윤성 감독이 시나리오 단계부터 마동석을 염두에 두고 디자인한 캐릭터이기에 가능한 설정이다. 영화의 마지막 시퀀스는 마형사 캐릭터의 특징을 단적으로 잘 보여준다. 피날레를 장식하는 화장실 액션 직전에 구사하는 마형사의 뜬금없는 유머(“싱글..”)는 마동석이 딱 한 장면 출연하여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영화 <베테랑>의 한마디(“아트박스..”)를 연상시킨다.



◆ 윤계상의 재발견

영화에서 조연을 맡은 조재윤, 최귀화, 진선규 등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가운데, 악역을 맡은 윤계상도 발군의 실력을 보여준다. 윤계상이 배우로 전업한지 오래됐지만, 아직 god 시절의 꽃미남 가수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배우 윤계상은 <비스티보이즈>에서는 냉소적이고 야비한 역할을 맡기도 했었고, <풍산개>에서는 과묵하고 야성적인 남자를 연기하기도 했었다.

<범죄도시>의 장첸은 윤계상이 지금까지 연기했던 어떤 캐릭터보다 강렬한데다, 윤계상의 연기 또한 기대이상이다. 물론 그의 얼굴이 사이코패스인 악당을 연기하기에는 여전히 온순해 보이는 구석이 있고, 마동석과 액션이 맞붙는 장면에서는 일말의 동정심마저 생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윤계상의 잘못이 아니다. 영화 전체가 마동석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슈퍼 히어로물에서 별다른 사연도 없이 잔혹한 성격의 악당을 맡은 배우로서 나름 최선을 다한 결과로 보인다.



<범죄도시>는 마동석이라는 개성파 배우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 맞춤형 캐릭터를 통해 단순명료한 쾌감을 선사하는 오락 영화이다. <범죄도시>가 현재 흥행추세를 이어가 성공을 거둔다면 마형사 캐릭터를 기반으로 시리즈물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만하다. <공공의 적>이후 ‘무대뽀 괴물형사’의 매력을 충분히 살린 시리즈물이 나오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이다.

칼럼니스트 황진미 chingmee@naver.com

[사진=영화 <범죄도시>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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