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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잠사’, 이러니 박혜련 작가에게 금세 설득될 수밖에
기사입력 :[ 2017-10-11 16:19 ]


‘당잠사’, 자기복제 논란 잠재운 박혜련월드의 확장판

[엔터미디어=TV삼분지계] ◾편집자 주◾ 하나의 이슈, 세 개의 시선.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대중문화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는 정석희·김선영·이승한 세 명의 TV평론가가 뭉쳐 매주 한 가지 주제나 프로그램을 놓고 각자의 시선을 선보인다. 엔터미디어의 [TV삼분지계]를 통해 전문가 세 명의 서로 다른 견해가 엇갈리고 교차하고 때론 맞부딪히는 광경 속에서 오늘날의 TV 지형도를 그려볼 수 있는 단초를 찾으실 수 있기를.

박혜련표 판타지가 돌아왔다. 언제나처럼 독특한 이능력 소재에, 약자를 수호하는 전문직 주인공이 등장하며, 로맨스와 스릴러와 미스터리를 넘나드는 “꿈의 장르”가 펼쳐진다. 익숙한 인물도 있다. 여주인공 남홍주 역은 KBS <드림하이> 이후 박혜련 작가와 재회한 수지, 남주인공 정재찬 역은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에 이어 3연속 출연인 이종석이 맡았다. 이쯤 되면 자기복제 소리가 나올 법도 한데 꿈과 현실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가 특유의 스토리텔링은 여전히 흥미롭다. 도입부를 지나 점점 긴장감을 더해가는 <당신이 잠든 사이에>, 그 마법 같은 꿈의 비밀을 <삼분지계>에서도 들여다봤다.



◆ 익숙한 조합에 신선함을 선사한 뉴페이스를 주목하라

감동과 웃음과 긴장감을 함께 선사하는 박혜련 작가와 순정만화에서 막 빠져 나온 것 같은 배우 이종석. 익숙한 조합이다. 첫 회 방송을 기다리면서도 새로우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예지몽을 꾸는 두 남녀가 서로 돕고 도움을 받으며 문제를 해결해나가겠니 했다.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사랑도 싹 트겠지. 이종석과 수지라니, 그림 하나는 끝내주겠네. 그러나 예상과는 다른 전개다. 예지몽을 꾸는 또 다른 인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우탁(정해인)도 정재찬(이종석), 남홍주(수지)와 마찬가지로 탈영병 사건에 얽혀 있는 걸까? 재찬과 홍주의 아버지처럼 우탁의 누군가도 억울한 죽음을 맞았을까? 궁금해진다. 우탁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훨씬 풍성해졌다. 제대로 히든카드다.



만약 우탁 역할을 연기자가 잘 소화해내지 못했다면? 드라마로서는 암초를 만난 것과 같았을 게다. 우탁 역의 정해인. 기대했던 연기자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tvN <삼총사>(2016) 때 눈에 쏙 들어왔고 SBS <그래, 그런 거야> 때 ‘역시’하고 무릎을 쳤다. 그리고 지난 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tvN <도깨비>에 짧게 출연했지만 눈도장 하나는 확실히 찍었다. 그러고 보니 정해인은 매번 만만치 않은 내공의 연기자들과 함을 맞춰왔다. <삼총사>에서는 이진욱과 양동근, <그래, 그런 거야>에서는 내로라하는 중견 연기자들과, <도깨비>에서는 공유와. 송재정, 김수현, 김은숙, 박혜련 작가까지. 겪어온 작가들도 대단하다. 정해인이 어떤 연기자로 성장할지, 그의 미래가 기대된다. 한우탁의 활약을 지켜보자.

방송 칼럼니스트 정석희 soyow59@daum.net



◆ 박혜련월드의 확장판

<당신이 잠든 사이에>는 여러 모로 박혜련표 판타지의 확장판이다. 판타지의 핵심인 이능력만 해도 그렇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이능력자는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남주인공 수하(이종석) 한 명이었으나, <피노키오>에서는 남녀주인공이 각각 천재적인 기억력과 진실을 판별하는 이능력의 소유자였고,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르자 예지몽 능력이 다수에게로 확대되었다. 법조인과 기자라는 주인공들의 직업 역시 전작들의 세계를 합쳐 놓은 것 같다. 이번엔 경찰까지 가세했으니 사회적 약자를 수호하는 파수꾼들의 활약은 더 역동적일 전망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주제의식이다. 박혜련월드에는 늘 독특한 판타지 안에 인물들의 진지한 성장드라마가 녹아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한 개인의 성장을 떠나 사회적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깨닫는 시민으로서의 성장으로 이어져 더 많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이능력이라는 소재 역시 그 사회적 성장을 돕는 매개체로 기능하기에 현실과의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 이러한 주제의식은 한층 확장된다. “처음엔 바뀐 전과 후가 그리 커보이지 않겠죠.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차이가 점점 커지지 않겠어요? 확실한 건 지금부터 시간이 다른 쪽으로 흐른다는 거예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예지몽의 나비효과에 대한 홍주의 말은 단지 플롯의 재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는 연결된 공동체’라는 극의 주제를 향하고 있다. 결말은 몰라도 그 방향이 점점 ‘흥미로운 쪽’으로 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칼럼니스트 김선영 herland@naver.com



◆ 박혜련 작가가 간절히 바꾸고 싶은 세상의 모습을 보고 싶다

<당잠사>의 주인공들은 예지몽을 꾸고, 꿈에서 본 불행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뛰어 다닌다. 예지몽으로 한번 경험한 삶을 바꿀 기회를 얻는 셈이니 사실상의 타임리프물이다. 능력자 중 한 사람인 홍주(배수지)의 회상 속에서, 홍주의 아버지 철두(최원영)는 버스가 폭발하는 꿈을 꿨으니 같이 도망치자는 어린 홍주(신이준)의 말에 자신이 시간을 끌 테니 승객들을 최대한 멀리 대피시키라며 이렇게 말한다. “아버지가 이 버스 대장인데, 어떻게 나만 살겠다고 도망을 치냐?” 이 장면을 보며 세월호 참사를 연상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2010년대 들어 한국형 타임리프물이 부쩍 늘어난 현상에 대한 분석 중 가장 큰 조류는 역시 “참사의 충격에 빠진 한국사회가 시간을 돌려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면 하는 바람을 서사로 대신하는 것”일 것이다. 물론 모든 타임리프물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지난 몇 년 사이 tvN <시그널>(2016)이나 OCN <터널>(2017) 등의 드라마, 영화 <가려진 시간>(2016)과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2016), <하루>(2017) 등 어떤 식으로든 시간을 건너 뛰어 진실을 밝히거나 참극을 막고 과오를 씻어보려는 이들을 다룬 작품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온 건 우연이라 보기 어렵다.



타임리프물을 쓰는 작가들이 종종 빠지곤 하는 함정은 윤리와 성찰의 부재다. 시간을 돌리며 재차 기회를 얻다 보니 주인공이 위기를 빠져나가는 일이 너무 쉬워지고, 그 과정에서 극 중 사건이 지닌 무게가 한없이 가벼워지는 일이 드물지 않은 것이다. 다행히 <당잠사>는 아직 그와 같은 오류에 빠지지는 않았다. 돈과 권력을 지닌 이들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죄를 피하려 하고, 설령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안다 해도 그걸 막는 건 목숨을 걸고 전속력으로 차를 몰아 돌진할 수 있는 용기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미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초능력에 대한 근사한 동화를 들려준 바 있는 박혜련 작가가, 초능력에 목숨을 걸고 돌진하는 용기까지 갖춘 청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설득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칼럼니스트 이승한 tintin@iamtintin.net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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