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바다목장은 무슨 감성을 담으려고 했을까?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지난 금요일 11회를 끝으로 방영을 마친 tvN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의 평가가 엇갈린다. 우선 수치로 나타난 반응은 좋다. 비록 지난 시즌보다 시청률이 1~2% 떨어졌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순위도 6위로 2단계 내려앉았지만, 이런 소소한 변화 이외에 위기 징후를 느낄만한 수치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다시 한 번 명성을 확인했다. 금요일 밤 최고의 프로그램인 SBS <정글의 법칙>을 위협하면서 동시간대 1위를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13일 방영한 마지막회까지 9.1%(닐슨)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시리즈 평균으로 9%대의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그런데 여전한 시청률과 달리 팬덤이나 방송 후 소감을 나누는 화제성은 대폭 감소했다. 시청률로만 보면 성과와 경쟁력이 충분했지만 실시간 검색어나 게시판, SNS여론에서 <삼시세끼> 관련 이야기는 한지민, 설현의 미모 등을 제외하면 사라졌다. 시즌 후반부에 접어들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 예능이 됐다. 물론 이런 정성적인 기준으로 케이블 시청률 9%대 예능을 평가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다. 애초에 평온한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이젠 이 시리즈에 익숙해지다보니 굳이 별다른 이슈가 나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익숙함만으로 이해하려고 하기엔 쿡방으로 변모한 <삼시세끼> 바다목장 편은 너무나 밋밋했다. 그 이전의 <삼시세끼> 시리즈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나영석 사단 예능과도 정서를 재미로 만드는 방식이나 방향이 달랐다. 9%대 시청률은 관성의 힘이 작용한 결과라고 보는 이유다.



이번 바다목장 편에서는 다른 매체나 지난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자급자족 라이프’라는 시리즈의 슬로건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정선의 수확물, 고창의 풍요로운 농수산물, 만재도의 해산물로 조금은 어설프고 부족해도 한 끼 차려내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에릭의 요리솜씨와 이서진의 베이킹을 지켜보는 쿡방으로 변했다. <삼시세끼 어촌편3>의 멤버들이 그대로 뭉쳤다는 반가움이 가신 자리에는 게스트가 들어와 채웠다. 이런 변화 속에 출연자들이 하루하루 보내는 과정을 관찰하며 일상의 위로를 전해주던 기존 정서와 스토리라인은 사라졌다.

칼질과 요리 솜씨가 비약적으로 늘은 에릭은 잘 갖춰진 재료를 활용해 열무국수부터 돈가스를 거쳐 마지막회에 차려낸 태국식 생선튀김, 베트남 쌀국수, 빠네와 양파수프 등등 매회 갖가지 음식을 내놓았다. 제빵왕 이서진도 피자, 맘모스빵 등 여러 베이킹 과제를 별 일 없이 완수했다. 요리가 볼거리의 대부분인데 그 과정에서 별다른 난관이나 에피소드가 없자 세 출연자의 캐릭터가 빛을 발하고 관계망을 형성할 공간은 좁아졌다. 게스트에게 할애할 분량도 있다 보니 마지막 신화 편의 경우 이서진과 윤균상의 존재감은 극히 미약해졌다. 게다가 메인이벤트 무대였던 목장은 집에서 한참 떨어진 거리만큼 시청자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지면서 제목으로 내세웠음에도 득량도 생활에 별다른 에피소드를 추가하지 못했다.



이런 바다목장 편을 보면서 든 가장 근원적인 의문은 이번 <삼시세끼>가 전달하고자 하는 로망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그간 나영석 사단 프로그램에는 확실한 주제가 하나씩 있었다. 일상을 벗어나는 여행이 주는 위안, 자연친화적인 생활이 주는 힐링,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유사 가족 커뮤니티 같은 특징적인 정서적 공감대가 있었다. <꽃청춘>의 우정, <윤식당>의 또 다른 삶의 가능성을 노래하는 로망처럼 말이다. 심지어 <신혼일기> 시리즈에도 어떤 로망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쿡방으로 돌아온 이번 바다목장 편에서는 어떤 정서적 가치를 내세우고 재미요소로 삼았는지 도저히 알아차리지 못하겠다.

나영석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시청자가 좋아하는 부분은 변치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유의 정서와 소박함, 단순함과 심플함은 변하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해 지켜가려고 한다. 많은 분들이 TV 화면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형식적인 차원에서는 득량도를 다시 찾은 것처럼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유행이 지난 쿡방을 다기 꺼내든 것은 어떤 대리만족을 전달하기 위함이었는지 묻고 싶다. 따지자는 게 아니라 대중의 정서를 귀신처럼 잡아내는 나영석 사단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 한 명의 시청자 입장에서 따라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진심으로 궁금해서다. 공감하지 못해도 이해할 수 있는 것과 무슨 감정을 담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삼시세끼 어촌편>과 <윤식당> 이후 찾아온 이서진에 대한 반가움이 기대를 너무 키운 탓일까. 다음 주 감독판을 보면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유행이 끝났다는 쿡방을 되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을까. 바다목장 편은 매우 선명한 주제의식과 정서를 내세우는 나영석 사단의 예능 중 처음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파악하지 못한 프로그램으로 내 리스트에 남게 됐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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