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인가 무고인가, 조덕제 사안 깊이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성추행일까 아니면 무고일까. 영화 촬영 현장에서 ‘겁탈 신’을 찍는 과정에서 여자배우는 상대방이 강제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재판에 넘겨진 이 사안은 1심에서 남자배우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유죄가 내려졌다. 남자배우는 즉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아직 그 진실이 무엇인지 확실히 밝혀졌다고 보긴 어렵지만 여자배우측이 매체 인터뷰 등을 통해 이 사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토로하면서 남자배우는 ‘성추행 남배우’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남자배우는 자신이 조덕제임을 공공연히 밝히고 여자배우측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강변했다. 20년 배우의 길을 걸어왔지만 여자배우측의 일방적인 주장 하나로 하루아침에 성추행범이 되어버렸다는 것.

처음 이 사안이 나왔을 때 대중들의 반응은 여자배우에 대한 동정적인 시선과 남자배우에 대한 지탄으로 이어졌다. 이미 영화계에서 촬영을 빙자해 벌어지는 성추행 문제가 공론화되고 있던 상황인지라 이 사안 역시 그 연장선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덕제가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여자배우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대중들의 반응은 또 다른 국면으로 바뀌는 양상이다.

즉 ‘영화 촬영장에서의 여자배우 성추행’이라는 자극적인 문구만으로 판단되던 이 사안이, 조덕제의 구체적인 당시 정황에 대한 설명으로 달리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겁탈 신에서 감독의 지시와 시나리오 콘티에 맞는 수준에서 연기를 했고 이것이 명백한 증거자료로 남아있다거나, 상대 여자배우가 주인공이고 자신은 조연인 상황에서 오버해 촬영 중 성추행을 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기 어렵다는 점, 또 옷을 찢는 장면을 위해 여자배우가 티셔츠로 갈아입고 나왔다는 점이 말해주는 ‘약속된 장면’일 것이라는 정황과 1-2미터 거리에서 촬영하고 있는 와중에 바지에 손을 넣어 성추행을 하는 일이 가능한가 하는 등의 반박이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덕제는 여자배우가 왜 ‘성추행’을 주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자신의 예상도 조심스럽게 내놨다. 그건 아무래도 여성으로써 ‘겁탈 신’이라는 장면 자체가 주는 부담과 불편함은 연기라고 해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수위’의 문제에 있어서도 생각과 다를 수 있어 그것 때문에 억울했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사실이 아닌 것이 가미되어’ 상대 남자배우를 ‘성추행범’으로 몰아가는 건 한 사람의 배우 인생 나아가 삶 전체를 망가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성추행이나 성범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그 중 하나로 영화 촬영장에서 여자배우들이 겪는 성추행 문제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그것이 결코 있어서도 안 되고 허용될 수도 없는 악질적인 성범죄라는 사실이 새삼 대중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여자배우측만의 어떤 주장만을 듣고 섣불리 상대 남자배우를 당연히 성추행범으로 단정하는 건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의 보다 명명백백한 사실 관계에 대한 확인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합당한 판결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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