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사친’과 ‘전체관람가’, 어째서 시청자들의 관심 못 끄나

[엔터미디어=정덕현] <효리네 민박>과 <비긴 어게인>이 동시에 일요일 밤에 출격했을 때 JTBC가 주말 밤 예능에 큰일을 낼 거라는 얘기들이 나왔다. 그리고 그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효리네 민박>은 최고 시청률 9.9%(닐슨 코리아)를 찍었고 화제성에 있어서도 단연 최고였다. 이를 통해 보여진 이효리와 이상순 그리고 이지은(아이유)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가 컸고, 또한 여기 출연한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관심도 뜨거웠다.

<효리네 민박>이 앞에서 이끌어주고 그 힘을 이어받은 <비긴 어게인>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역시 최고 시청률 6%를 기록했고, 이들이 아일랜드, 영국, 스위스, 프랑스를 돌며 부른 버스킹 노래들은 그대로 화제가 되었다. 무엇보다 다음 날 출근을 앞둔 일요일 밤,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여행과 음악이 잘 어우러진 프로그램이라 그 시간대에 최적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시작했던 <효리네 민박>과 <비긴 어게인>이 모두 종영하고 나자 그 컸던 존재감만큼 빈자리도 크게 남았다. 그 자리에 JTBC는 <나의 외사친>과 <전체관람가>를 포진시켰지만 생각만큼 반응은 나오지 않는다. <나의 외사친>은 2.6%, <전체관람가>는 1.5%에 머물러 있다. 전작들이 남긴 비교점도 비교점이지만, 두 프로그램이 가진 약점들이 두드러지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의 외사친>은 제목에 드러나듯 외국인 동갑내기 친구를 찾아가 함께 살아보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이른바 ‘외국인 트렌드’가 들어 있고 ‘살아보기’라는 여행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도 투영되어 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는 지금의 대중들이 민감해하는 ‘연예인 가족 출연’이라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이수근의 아들이 등장하고 우리에게 <아빠 어디가>로 눈도장을 찍었던 윤민수의 아들 윤후가 등장한다.

물론 이들 연예인 가족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 목적이 여타의 연예인 가족 프로그램과는 다르다. 낯선 곳에서 현지 또래 친구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진짜 주목적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이런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보다 일단 눈에 들어오는 캐스팅에 시선이 먼저 가기 마련이다. 시청자들이 찾아볼 만큼의 유인이 생기지 않는 건 결국 캐스팅이 거의 다라고 할 수 있는 이러한 관찰 카메라에서 마음 편히 보기 쉽지 않은 인물 구성 때문이다.

<전체관람가>는 그 프로그램 의도나 재미 면에서 충분히 괜찮은 프로그램인 것만은 분명하다. 유명한 감독들이 독립단편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본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다. 결과물로만 봤던 걸 이제 그 과정도 궁금해 하는 건 음악만이 아니라 영화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또 독립단편영화라는 사실상 주류 상업영화에서 소외된 부분을 재조명한다는 가치도 충분하다.



실제로 첫 영화로 정윤철 감독이 내놓은 단편영화 <아빠의 검>은 그 제작과정도 흥미로웠고, 결과물도 꽤 괜찮은 여운을 남긴 작품이었다.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오가며 아버지와 아들이 게임을 통해 나누는 교감은 그 자체로 감동이 있었고, 조우찬, 이효제, 이희준, 구혜선이 보여주는 혼신을 다하는 연기나 원하는 그림을 잡아내기 위해 쉬지 않고 일에 매진하는 정윤철 감독의 연출도 주목할만했다.

하지만 <전체관람가>는 그 소재적 한계가 분명히 있는 프로그램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충분히 재미있는 요소들이 있지만 ‘단편영화 제작과정’이라는 그 소재가 시청자들을 보편적으로 끌어당긴다고 보긴 어렵다. <나의 외사친>이 앞에서 좀 더 끌어준다면 그 힘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지 못하다. 좋은 의도와 감독들이 보여주는 의외의 재미 그리고 결과물이 보여주는 감동도 있는 프로그램이지만 생각만큼의 파괴력이 나오지 않는 이유다.

여러모로 <효리네 민박>이 만들어낸 성과만큼 그 빈자리도 크게 느껴진다. 무엇보다 일요일 밤이라는 그 시점이 주는 특유한 정서를 지금 방영되는 두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끌어안고 있는가를 먼저 점검해봐야 할 때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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