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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호화 캐스팅 안 통한 ‘내방 안내서’의 안타까운 헛발질
기사입력 :[ 2017-10-26 17:30 ]


‘내방 안내서’ 너무 선명한 기획된 ‘방송’의 향이 진하게 풍겨온다

[엔터미디어=김교석의 어쩌다 네가] SBS의 새로운 수요예능 <내 방 안내서>는 여행 예능과 일상 관찰 예능을 결합했다. 추석 연휴에 첫 선을 보이고 수요일에 정착한 이 10부작 예능에는 연예인의 감춰진 일상과 숨겨뒀던 인간미를 관찰하는 <나 혼자 산다>와 현지인들과 어울리며 문화와 일상의 교류를 통해 색다른 라이프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윤식당>의 정서가 배어 있고, 우리나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의 시선을 담았다는 점에선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내 방 안내서>는 공간의 주체를 바꿈으로써 누군가의 일상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낯선 여행이 된다는 점을 포착하고 관찰을 시작한다. 박신양, 박나래, 손연재, 혜민스님 등 우리나라 스타가 각각 스페인의 예술가, 미국 LA의 힙합 DJ와 프로듀서, 덴마크의 정치평론가, 네덜란드의 재즈그룹과 5일간 집을 바꿔서 여행하는 나름 글로벌 프로젝트다. 기존의 일상 예능과 여행 예능의 판을 모두 키운 셈이다. 그리고 김정은, 장기하 등 캐스팅도 호화롭다.

그런데, 해외 아티스트 섭외부터 세계 각지에서 촬영한 제작까지 보기 드문 대기획이지만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의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는 <윤식당>이나 <나 혼자 산다>처럼 그들의 일상과 여행에 쉽게 스며들지 못한다. 서로의 공간을 뒤바꾸는 체험은 신선한 기획이라 할 수 있고, 해외의 여러 아티스트를 소개받고 그들의 생각과 문화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면은 분명 있으나 기본적으로 여행지에 시청자들을 데리고 간 듯한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탓이다.



서로의 일상을 엿보고 타인의 공간에서 일상과 문화체험을 한다는 콘셉트인데 보여주고자 하는 그림이 너무 선명한 기획된 ‘방송’의 향이 진하게 풍겨온다. 손연재는 평범한 20대로 돌아가기, 박나래의 경우 체험이라기보다는 부담스러운 짝사랑 캐릭터로 너무 열심히 방송에 임하고 있고, 아티스트로 방향을 잡은 박신양은 2년 전 네덜란드에서 아티스트에 대한 동경과 환상을 콘텐츠로 삼았다 대중의 외면을 받았던 정려원의 <살아보니 어때?>를 다시 보는 듯했다.

낯 선 공간과 문화와 일상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의 기대하게 만들기보다 정해진 골격이 더 눈에 들어오자 호기심이 떨어진다. 실제로 익숙한 상황이 전개된다. 근 2년 만에 대중 앞에 나타난 박신양은 미술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일상의 모습과 작업실을 공개했다. 단골 가게 상인들과 말을 주고받는 등 자양동 동네 주민으로 어우러져 사는 평범한 삶에서 인간미를 살짝 드러내고, 수준급 화가로 거듭난 예술가로의 면모를 대중에게 소개한다.



박나래는 어김없이 남자 이야기와 껄떡거림으로 분량을 채워갔다. 그런데 이처럼 의외의 모습으로 호감을 어필하는 방식이나 박나래의 캐릭터 모두 <나 혼자 산다>에서 그동안 수없이 봐온 장면들이다. 또, 바로셀로나의 어느 예술가의 환상적인 작업 공간과 LA의 비치와 서퍼들을 카메라에 담았지만 낯선 여행지에서 벌어질 이야기에 두근거림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식의 해외 문물 소개는 이제 익숙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머무르는 여행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여러 장소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여행이 진행되다보니, 정작 시청자는 정적인 여행이 주는 감흥과 살아보기의 로망을 대리 체험하는데 애를 먹는다. 한국을 신기해하고 좋아하는 외국인의 시선도 이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히트를 친 이야기다.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성공을 위한 간절함을 드러내는 어린 힙합퍼가 아니라 생활 자체가 음악인, 아침부터 음악을 틀고, 상황에 따라 선곡을 하면서 흥에 겨워 사는 본토 힙합퍼들의 모습들은 재밌긴 보여주는 건 좋았지만, 해외 DJ가 황학동에서 바이닐을 디깅하는 장면들을 단순히 무슨 음반을 샀는지 스케치하는 데 머물면서 문화 교류라는 기획의도에 맞는 특이점을 만들지 못했다. 컴퓨터로 곡 작업을 대부분 하는 우리 힙합 작법과는 매우 다른 미국 힙합씬의 오랜 문화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꽤나 흥미로운 상황이 그저 외국인의 동묘 탐방에 그치고 말았다(심지어 바가지 쓰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그들 특유의 깨방정 웃음소리와 흥겨운 분위기에 빠져들 때쯤 다시 다른 이들의 여행을 보러 떠나야 했고, 그중 반은 연예인을 관찰하는 일상 예능이었다. 일상과 여행 예능이 만난 <내 방 안내서>가 새롭게 느껴지지 않고, 여행에 쉽게 젖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일상 예능, 여행 예능은 각각 공감대의 형성, 색다른 시선과 문화적 체험 등 고유의 가치와 재미가 있지만 이 둘을 병합한 <내 방 안내서>는 정반합을 이루지 못하고 어정쩡하다. 한 도시에 머무르는 여행이 주는 정서적 충만감, 우리나라에 빠져든 외국인을 보는 재미 둘을 한 자리에 동시에 집어넣었지만 메뉴가 너무 많아서 신뢰가 안 가는 밥집의 메뉴판을 볼 때의 선입견이 자연스레 작동한다. 짜장과 짬뽕 사이에서 고민하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짬짜면을 고안했지만 짜장면과 짬뽕을 밀어내지 못한 것과 비슷한 이치다.

칼럼니스트 김교석 mcwivern@naver.com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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