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유닛’, 무엇이 기성 아이돌까지 이 무대에 나오게 했나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새로운 오디션 프로그램인 <더유닛>에는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라는 수식이 붙어 있다. 이 오디션 프로그램은 그 대상이 ‘전현직 아이돌’이다. 그래서 데뷔 3개월차 굿데이, 5개월차 에이스가 있는가 하면 12년차 파란 출신의 시윤이나 10년차 유키스까지 무대에 올랐다. 참가자를 이미 데뷔한 아이돌들로 채워 넣었다는 점은 <더유닛>이라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어디에 포인트를 두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합격, 불합격이라는 단어나 ‘심사위원’이나 ‘심사’ 같은 단어들은 <더유닛>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신 ‘부트’라는 새로운 명칭을 사용했고 ‘기회’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이미 데뷔 경력이 있지만 그 꿈을 펼칠 무대를 가지지 못했던 아이돌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어 말 그대로 ‘리부트’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그 참가자들 중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얼굴들도 있어 적이 놀라움을 준다. 이를테면 한때는 정상급 아이돌 그룹이었지만 참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금은 대중들의 기억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유키스 같은 그룹의 막내로 들어온 준이나, 빅스타의 필독, 스피카의 양지원 같은 인물들이 그렇다.



필독이나 양지원은 이미 방송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보인 바 있어 익숙한 인물들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조차 현 가요계에서는 그 현실이 녹록치 않아 보였다. 특히 양지원은 이미 스피카라는 아이돌 그룹을 통해 그 실력이 검증된 인물이다. 노래는 물론이고 춤 실력도 만만찮은 인물. 하지만 그런 양지원이 현실적인 문제로 녹즙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 아이돌들이 처한 현실을 가장 잘 드러내줬다.

팀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어떤 논란이나 소문 같은 것으로도 팀원이 탈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럿이 함께 하기 때문에 불화가 생길 수도 있는 일이지만, 이런 문제들은 대중들에게는 엉뚱하게 비화되기도 한다. 티아라 출신이지만 탈퇴한 한아름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불화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고 나중에는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조차 엉뚱한 소문으로 만들어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고 했다.



JYP엔테테인먼트의 아이돌 그룹인 데이식스에서 활동하다 탈퇴한 임준혁은 남다른 사연이 있을 법했지만 그런 이야기보다 피아노를 연주하며 부르는 노래 한 곡으로 그 절실한 마음을 담았다. 땀을 줄줄 흘리며 부르는 노래에는 자신이 하고픈 음악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다.

그룹명으로는 익숙한데 이름으로는 낯선 이들을 보면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다 탈퇴해 혼자 나온 아이돌들이 어떤 처지에 있는가를 가늠하게 된다. 즉 아이돌들은 그룹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 팀명은 익숙해도 그 개개인의 이름은 낯선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그룹을 나오는 순간, 아무도 모르는 무명이 되기 십상이다. 오랜 연습생 기간을 거쳐 데뷔까지 했지만 어느 한 순간에 모든 게 지워지는 느낌. 그걸 어린 나이에 감당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게다.



물론 <더유닛>은 프로그램적으로 보면 부족한 면들이 많다. 출연하는 아이돌들도 준비되지 않은 이들이 많고, ‘선배’로 앉아 있는 이들도 이 프로그램의 취지와 과연 맞는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인물도 존재한다. 또 무엇보다 프로그램의 연출이나 노래를 제대로 전해질 수 있는 음향 같은 것들에 있어서도 어딘지 세련되어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부족해 보이는 많은 것들 속에서도 이 프로그램에 시선을 주게 되는 건 다름 아닌 어렵게 이 무대에 오를 선택을 한 아이돌들이 보여주는 절실함 같은 것들 때문이다. 첫 회가 보여준 어떤 부족한 면들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이기도 한 ‘리부팅 프로젝트’를 통해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오히려 지금의 부족함은 향후의 반전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각으로는 부족할 수 있는 이들을 ‘유닛’으로 제대로 엮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의 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겠지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저작권자 ⓒ '대중문화컨텐츠 전문가그룹' 엔터미디어(www.enter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저작권자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