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패키지’, 우리의 사랑은 어떻게 변해가는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 도대체 이 담담한데 뭉클한 여행기의 실체는 뭘까. JTBC 금토드라마 <더 패키지>는 프랑스로 패키지여행을 떠난 관광객 7명과 그들을 현지에서 안내하는 가이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관광객들은 김경재(최우식)와 한소란(하시은), 정연성(류승수)과 나현(박유나) 그리고 오갑수(정규수)와 한복자(이지현) 이렇게 세 커플과 같이 오기로 했지만 공항에 나오지 않은 연인 때문에 홀로 오게 된 산마루(정용화)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그 산마루도 차츰 이들을 가이드 하는 윤소소(이연희)와 가까워지는 또 하나의 커플을 이뤄간다.

물론 실제로 대부분의 패키지여행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구성이 커플이다. 거기에는 나이든 오랜 부부도 있고(오갑수와 한복자)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오래 사귀어 너무 익숙해진 커플도 있으며(김경재와 한소란), 때로는 부적절해 보이는 관계도 있다(정연성과 나현). 아주 가끔씩은 현지에서 서로 가까워지는 커플도 생겨난다(산마루와 윤소소). 이러한 현실적인 패키지여행의 구성을 드라마 <더 패키지>는 하나의 모델로서 가져온다.



그런데 이렇게 저마다 사랑의 다른 단계를 보여주는 커플군들을 한 패키지로 담아내 몽생미셸 같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여주다 보니 <더 패키지>는 마치 우리가 인생을 통해 겪게 되는 사랑의 과정들을 단 며칠 밤의 이야기를 통해 통찰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즉 오래도록 부부의 연을 이어온 오갑수와 한복자 부부는 다소 가부장적 마인드를 가진 오갑수와 그게 어딘지 잘못된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러려니 적응해 살아가는 한복자를 통해 함께 죽음이 멀지 않은 나이든 커플의 관계를 담아낸다. 한복자가 말기암이라는 사실을 오갑수도 알고 있지만 그래서 그의 마음 한 구석에 어떤 아픔 같은 것들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들은 굳이 그걸 내색하려 하지 않는다. 즉 아픔이 있어도 그러려니 받아들이는(물론 힘겹겠지만) 나이가 된 이들은 서로에 대한 관계도 그렇게 받아들인다.



오래 사귀어 너무 익숙해진 김경재와 한소란은 그 익숙함이 독이 되어 이별을 생각하게 된다. 서로에 대한 설렘 때문에 만나는 것이 아니라 어느새 헤어짐이 두려워 만나는 것처럼 되어버린 관계. 한소란은 둘 사이에 생겨난 이러한 관계의 변화 때문에 이별을 생각하지만 김경재는 그 속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현실적인 문제들만 생각한다. 그 현실에서 자신이 입지를 단단히 세우는 것이 둘 사이의 관계를 더 좋게 할 것이라 착각하는 것.

한편 서로 한 번씩 아픔을 겪은 산마루와 윤소소는 몽생미셸의 대천사상 아래에서 조금씩 서로에 대한 마음을 알아가며 가까워진다. 처음에는 우연한 사고와 사건처럼 여겨졌던 일들이 차츰 운명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서 둘은 사랑에 빠져든다. 과거의 아픔은 오히려 이들에게는 새로운 사랑의 모닥불을 지피게 만드는 마른 장작이 되어주었다.



이처럼 단 며칠 몽생미셸에서 머무는 패키지의 커플들 이야기는 하나로 묶어지면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익숙해지며 나중에는 그 익숙함을 모두 받아들이는 그 관계의 과정을 압축시켜 보여주는 면이 있다. 물론 모두가 그렇게 똑같이 사랑하고 살아가는 건 아니겠지만 그런 사랑의 변화과정은 누구나 겪는 일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 많은 일들이 그 아름다운 몽생미셸의 대천사상 아래에서 벌어진다는 건 <더 패키지>라는 드라마를 보며 우리가 막연하게 느끼는 먹먹함이나 뭉클함의 이유다. 아무 것도 아닌 좌충우돌 여행기처럼 보이지만 그 여행기 속에 담겨진 소소함들이 마치 우리가 살아오며 겪어온 많은 작지만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처럼 여겨진다. 실로 담담한 여행기를 그리고 있지만 <더 패키지>가 그 안에 어떤 특별함을 전해주는 건 이러한 우리네 삶을 축약해내는 그 관조적 시선 때문이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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