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관람가’를 보니 봉만대 감독의 진면목 전체가 보이네
‘전체관람가’, 메이킹부터 영화, 평가까지 전부를 본다는 건

[엔터미디어=정덕현] 만일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봉만대 감독이 만든 <양양>이라는 영화를 봤다면 우리는 어떤 느낌을 가졌을까. 봉만대 감독하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19금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중풍을 겪는 아버지와 두 아들의 짠한 여행기를 담은 이 영화가 주는 감흥을 100% 느끼긴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다. 볕이 드는 곳을 의미하는 <양양>이라는 제목에서조차 ‘김양’을 먼저 떠올리는 게 봉만대 감독이라는 이름이 만들어내는 선입견일 수 있으니.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JTBC <전체관람가>는 그저 영화만 달랑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영화를 만드는 과정은 물론이고, 영화 상영 후 이에 대한 감상과 평가를 나누는 자리까지 말 그대로 영화의 ‘전체’를 관람하는 시간이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체관람가>라는 제목은 누구나 다 관람할 수 있는 등급의 영화라는 뜻은 물론이고, 이 프로그램의 형식이 그러하듯 감독들 모두가 모여 함께 관람한다는 뜻과 어쩌면 메이킹부터 평가까지 영화 전체를 모두 관람한다는 의미도 들어있다고 여겨진다.



그 과정을 보니 봉만대 감독이라는 인물이 다시 보이고, 그가 만든 <양양>이라는 영화가 주는 감흥이 남다르게 다가온다. “19금 은퇴했다”고 강조하는 봉만대 감독이 이 영화는 ‘휴머니즘’이라고 말할 때 많은 이들이 웃음을 지었던 건 그게 과연 진짜일까 하는 생각들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 촬영에 들어가자 봉만대 감독은 그 제작과정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틱한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로 ‘사람 냄새’를 풍겼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하던 촬영이 바닷가 장면에서 갑자기 몰아닥친 비바람으로 난항을 겪기 시작하자 봉만대 감독의 진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촬영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강한 비바람 속에서도 지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동시에 스텝과 연기자들 하나하나를 챙기는 모습은 이 감독이 가진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그런 봉만대 감독과 스텝, 연기자들의 마음이 통했던지 언제 그랬냐는 듯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나오자 오히려 촬영 현장은 활기를 띠었다. 그것은 마치 이 영화의 제목이 그렇고 그 감성이 그러하듯이 따뜻한 볕이 들어오는 그 순간을 기적처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봉만대 감독의 두 아들이 참여한 마지막 환상 신에서 이 영화의 가장 찡한 명장면이 탄생했다. 아버지 역할을 하는 임하룡에게 그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아들들에게 그의 품에 안기라는 지시를 내렸던 것. 갑작스레 자신의 품안으로 뛰어드는 두 아이들을 안으며 아마도 임하룡은 자신의 아버지를 떠올렸을 지도 모른다. 그는 뭉클함에 연기가 아닌 진짜 눈물을 흘렸고, 그걸 보는 감독도 눈물을 흘렸으며, 그렇게 만들어진 장면을 시사하던 감독도 배우도 눈물을 흘렸다.

영화 상영이 끝나고 이어진 평가의 자리에서 감독들은 15분이라는 짧은 시간 때문에 편집된 장면들로 인해 영화의 몇몇 디테일한 면들이 부족했다는 걸 지적했지만, 그럼에도 그 영화가 준 감동과 그 영화 제작 과정에서 봉만대 감독이 보여준 훈훈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영화 전체의 제작과정과 상영을 더해 감상평까지를 담아내자 비로소 봉만대 감독의 면면들을 제대로 알 수 있었고, 그래서 그 영화가 주는 감흥도 더해질 수 있었다.



이건 아마도 <전체관람가>라는 프로그램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일 게다. 사실 단편영화가 주는 감흥은 그 짧은 시간으로 인해 슥슥 지나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건 장편영화가 한편의 소설 같다면 단편은 시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은 짧아도 그걸 곱씹어보는 과정이 없으면 너무 밋밋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것도 봉만대 감독 같은 이름만으로도 그 영화의 분위기가 어떨 것인가를 선입견으로 갖게 되는 감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전체관람가>는 그 영화 자체만이 아니라 그 앞과 뒤를 모두 보여줌으로써 그 영화 속 장면들을 곱씹게 해준다. 영화 진짜 전체는 바로 이런 모든 과정들을 포함하고 있다는 걸 이 프로그램은 말하고 있는 듯하다. 봉만대 감독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도, 또 그가 지금까지 찍어왔던 영화들 속에 우리가 19금이라는 딱지 때문에 사실은 들여다보지 않았던 그 감성들을 이 프로그램은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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