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여성으로서, 선배로서 문희옥은 무얼 한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사장님은 형 살고 나오면 되지만 넌 식구들 타격이 더 커. 넌 가수 이름 하나 못 대. 장사 되겠어? 여러 가지로 너무나 일이 커. (주)현미 언니도 엄청 일이 커져. 너 도와주려고 했다가 현미 언니도 크게 다친다. 나도 다치고 너도 다치고 다 다쳐. 그게 좋아? 진실 하나 까발려서 너희 아버지 마음 아프게 하는 게 좋아?”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가수 문희옥은 자신의 소속사 대표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후배 A씨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A씨는 주현미와 막역한 사이였다. 어린 시절부터 트로트에 관심을 가졌던 A씨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트로트 가수의 길을 모색할 때 주현미가 믿었던 후배 가수 문희옥에게 그를 소개한 건 그래서였다. 그 소속사와 계약을 맺고 활동을 시작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A씨 아버지의 진술에 따르면 문희옥 소속사는 음반 제작비, 방송 출연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요구했다고 했다. 그것도 필요 이상의 금액이었다. 그런데 사건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소속사 대표가 A씨를 성추행했다는 것. 부모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질 일이다. 당연히 소속사에 사기를 당했다고 여길 수 있는 것이고, 딸을 성추행했다는 사실은 믿기조차 싫은 일일 게다.

누가 봐도 전형적인 기획사의 사기, 성추행 사건으로 보이는 이 사안을 문희옥도 심각한 일로 받아들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심각한 일에 대한 대처는 영 엉뚱했다. 같은 여성으로서, 또 가수 선배로서 A씨의 문제에 대해 소속사와 싸워나갔어야 했을 일이다. 게다가 주현미에게 소개를 받았다면 더더욱 그랬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문희옥은 덮으라고 했다.

이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대중들이 이 사건의 가해자라고 볼 수 있는 소속사 대표만큼 문희옥에게 공분한 건 그 대처가 너무나 황당해서다. A씨 측은 문희옥과 그 소속사 대표를 각각 협박, 사기와 성추행,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녹취록에 공개된 내용을 A씨는 협박으로 본 것이고, 소속사의 사기 행위(라는 혐의가 있는 일들이)가 문희옥과 무관하지 않다고 여긴 것이다.



문제가 일파만파 커지자 문희옥 측에서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런 좋지 않은 일로 언론에 거론돼 그간 저를 사랑해주신 팬들께 실망을 드린 점 죄송하게 생각한다. 또 가요계 선배로서 그간 아끼고 사랑한 후배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한 저의 조언들이 서툴렀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다. 그러나 저는 협박, 사기와 같은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않았고 이 점이 밝혀질 수 있도록 향후 수사 절차에 성실히 임할 것이다.”

문희옥 측의 이야기는 그것이 협박이 아니라 조언이라는 얘기다. 물론 가수라는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직업을 가진 연예인으로서 성추행 사건 같은 일들이 공개된다는 건 해당 가수에게 치명적인 일이 될 수 있다. 문희옥의 말처럼 가수로서의 꿈을 이어나가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편견이자 선입견이다. 성추행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행한 폭력이자 범죄일 뿐이다. 어째서 피해자가 그 굴레를 안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오히려 문희옥은 나서서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될 수 있게 했어야 마땅하다. 성추행 사건 같은 경우 그 범죄행위만큼 나쁜 것이 그걸 덮고 피해자 스스로 그 고통을 감수하라고 종용하는 일이다. 대중들이 이 사안에서 특히 문희옥에 대해 공분하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번 사안으로 연예계 전반에서 아직도 벌어지고 있는 갑의 지위를 이용한 갖가지 범죄행위들이 제대로 처결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 그래야 지금도 어디선가 당하면서도 그 모든 걸 피해자가 감당하며 살아가는 그런 풍토가 사라질 테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채널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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