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부부’ 장나라, 앳된 외모보다 빛나는 천연덕스러운 연기
‘고백부부’ 장나라, 38세 전업주부에서 20세 퀸카까지

[엔터미디어=정덕현] 장나라가 아니었다면 이러한 청춘으로 되돌아가는 타임리프 판타지가 과연 가능했을까. KBS 금토드라마 <고백부부>를 보다보면 문득 문득 드는 생각이다. 2017년 홀로 독박육아를 하면서 불행해진 자신의 삶을 토로하던 38세 전업주부가 결국 이혼을 한 그 날 자고 일어났더니 1999년 스무살 대학시절로 돌아가 있다는 설정이 <고백부부>가 가진 핵심적인 판타지다.

누구나 현실에 치여 살다보면 한 번쯤 생각하게 되는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 마음을 드라마적 판타지를 그려낸 것. 거기에는 물론 젊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판타지가 우선적이지만, 그런 리마인드를 통해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드라마의 메시지도 중요한 의도로 깔려 있다. 되돌아간 삶이니 미래의 일을 이미 알고 있고 그래서 젊었을 때는 몰랐던 하루하루 만나는 이들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 것.



그래서 청춘의 한 시절에나 했던 무작정 떠나는 여행 같은 것이 주는 감흥이 새로워진다. 나이 들면서 복잡한 현실의 거미줄에 엉켜 어딘가로 떠나는 것이 그토록 어려워졌다는 걸 알고 있는 중년들이라면 이러한 청춘 시절의 대책 없는 여행은 남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떠나 하룻밤 고기를 구워먹고 잠든 곳이 깨어보니 공사장 한 복판이었다고 해도 그들은 즐거웠다. 친구들이 있고 또 새록새록 피어나는 사랑의 감정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더 많은 젊음의 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간을 되돌리는 판타지와 그걸 통해 현재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고백부부>의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그 현재와 과거의 시점을 보여주는 인물들이 이물감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2017년의 전업주부와 1999년 퀸카를 동시에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는 연기자를 찾는 일은 그래서 이 드라마의 관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장나라라는 배우가 보여주는 주부와 퀸카를 넘나드는 연기는 시쳇말로 “실화냐?”고 묻고 싶을 정도다.



그건 아마도 나이를 전혀 느끼기 어려울 정도의 놀라운 동안을 가진 장나라이기에 가능한 일이지만 동시에 그걸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내는 연기력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시간이 되돌려져 1999년의 청춘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그 마음은 여전히 중년의 주부라는 것이 기묘하게 얽혀져 보여주는 마진주라는 캐릭터가 가진 양면적인 성격은 장나라가 아니면 도무지 해내기 어려운 역할이 아닐까 싶다.

앳된 청춘의 외모를 갖고 있지만 입만 열면 구수하게 나오는 연배가 느껴지는 말투의 기묘한 부조화는 그래서 로맨틱 코미디의 웃음을 만들어낸다. 대학 축제 때 주부9단으로서 척척 요리를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정남길(장기용) 앞에서는 “오빠”라고 존칭을 써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모습이라니.



게다가 현실에서는 이미 사망한 엄마를 과거로 돌아가 다시 만났을 때 한없이 엄마를 껴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나, 길거리에서 아이를 보고는 자신의 아들 서진(박아린)을 떠올리며 오열하는 마진주에게서는 청춘의 마진주와 엄마 마진주가 교차하는 어떤 순간을 보게 된다. 실로 장나라가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을 연기가 아닐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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