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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부부’, KBS가 모처럼 공영방송 역할 톡톡히 했다
기사입력 :[ 2017-11-14 13:21 ]


‘고백부부’, 보는 이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캠퍼스커플로 만나 결혼 후 지지리 궁상으로 살다가 서로간의 오해 끝에 이혼한 부부가 있다. KBS <고백부부>는 이 부부가 신비한 사건으로 1999년인 대학시절로 다시 타임워프 해 겪는 일들을 그린 드라마다.

마진주(장나라)와 최반도(손호준)가 대학시절 캠퍼스로 돌아가 겪는 일은 우스꽝스러운 개그를 빼더라도 그 자체로 보는 재미가 있다. tvN의 성공작이자 지금까지 tvN 드라마를 이어지게 만든 <응답하라> 시리즈의 연장선과 같은 추억을 곱씹는 재미가 쏠쏠해서다.

당시 유행하던 힙합바지 통 큰 패션이라거나 줄무늬셔츠에 면바지, 닥터마틴 구두를 신은 대학생들을 보면 픽픽 웃음이 나온다. 또 당시 유행하던 음악들이나 개그들이 장면 장면마다 훅 치고 들어와 보는 이를 무장해제 시킨다.

다만 거기에서 끝났다면 <고백부부>는 아마 <응답하라> 시리즈의 아류작에 타임워프를 얹은 인스턴트 예능드라마 레시피 정도로 기억됐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허나 <고백부부>는 <응답하라>나 수많은 타임워프 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간다. 잔재미 위에 꽤 묵직한 메시지를 현실감 있게 얹는 것이다.



<고백부부>는 지금 이 시대의 젊은 부부들의 삶의 애환을 놓치지 않는다. 사실 최반도와 마진주 모두 최악의 배우자는 아니다. 오히려 두 사람은 나쁘지 않은 남과 여다. 하지만 사회생활에 지친 남편과 살림과 육아에 찌든 전업주부라는 삶의 족쇄가 그들 부부 사이에 깊은 앙금을 쌓아간다. <고백부부>는 예능 에피소드 성향이 강한 드라마에서 코미디를 포기하면서까지 그 부분을 공들여 보여준다. 2017년을 살아가는 평범한 젊은 부부들이 갈등하고 반목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이유들을 짚어주는 것이다.

또한 과거로 돌아간 마진주가 현실에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엄마 고은숙(김미경)과 보여주는 에피소드들도 담담하지만 보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모든 불효자들의 생각, 살아 계실 때 부모님께 더 다정하게 대할 걸, 이라는 후회를 타임워프의 판타지로 해소시켜 주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로 돌아가 행복해하는 마진주와 최반도가 현재에 있을 그들의 아이 서진이를 생각하며 슬퍼하는 장면 역시 인상적이다. 그들은 과거로 돌아가 남남이지만 여전히 미래에 있는 아이의 부모임이 드러나는 장면이기에.



이처럼 <고백부부>는 단순히 웃고 즐기는 드라마의 범주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보다 더 나아가 시청자를 위로하고 공감대를 살 수 있는 작품으로 진화하려 애쓴 흔적들이 돋보인다.

이런 노력은 현재 장면에서 갈등하는 마진주·최반도 부부의 모습만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간 1999년에도 마찬가지다. 현재가 부부의 문제를 드러낸다면, 과거는 오히려 해결책의 암호로 등장한다.

극 초반 마진주와 최반도 부부는 이혼할 수밖에 없는 부부로 등장한다. 서로에 대한 설렘이야 이미 진즉에 떠나보냈고 남은 것은 서로에 대해 비호감 밖에 없다. 그나마 두 사람의 부부를 유지하는 그들의 아들 서진(박아린)이 때문이다. 하지만 제약회사 영업사원인 최반도가 거래처의 의사 박현석(임지규)의 불륜을 감춰주다가 최악의 망신을 당한 날, 마진주는 최반도의 카드내역만 보고 그가 바람을 피우는 것으로 오해한다. 결국 마진주는 “너무 불행하다”며 최반도에게 이혼을 선언한다.



이혼 후 과거로 돌아간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를 미워하고 무시한다. 하지만 계속해서 1999년에 머물면서 서로의 인간적인 장점을 다시 발견한다. 뿐만 아니라 여전히 서로의 삶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차린다.

결국 <고백부부>의 중후반부에 이르면 두 사람을 이혼에 이르게 한 사건 역시 마진주의 오해였음이 밝혀진다. 그녀의 남편 최반도는 불륜에 빠진 남자가 아니라 갑의 불륜마저 케어해야 하는 비참한 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 순간 마진주의 나레이션은 이 드라마의 중요한 메시지를 그대로 들려준다.

“어쩌면 우린 사랑이 다했던 게 아니라 진실과 거짓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진심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마진주)

이처럼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고 공중파 드라마에 걸맞은 가족적인 메시지까지 담은 <고백부부>는 공영방송 드라마의 좋은 예시가 아닐까 한다. 화려한 볼거리나 자극적인 설정도 없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예지몽을 꾸거나 너무 거창하게 남녀의 사랑에 대해 포장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보는 이의 마음을 울컥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있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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